등록 : 2005.01.09 23:26
수정 : 2005.01.09 23:26
|
꿀벌나무/페트리샤 폴라코(국민서관)
|
책 읽기를 싫어하고 나가 놀기만 좋아하는 아이를 어떻게 지도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책 읽기를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 책을 읽는 버릇도 중요하지만 밖에 나가서 뛰어노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한테 책 읽기를 강요하거나 억압하는 건 옳지 못하다. 개인의 삶이나 인류 역사를 올바르게 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좋은 방법으로 읽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일도 강제로 하도록 억압해서는 결코 좋은 일이 될 수 없듯이, 아무리 좋은 책도 강제로 읽게 해서는 역효과가 나기 쉽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책 읽기에 관한 책이다. 첫 문장에서 ‘할아버지 책 읽기 싫어요. 밖에 나가 뛰어놀고 싶어요’라며 아이가 한숨을 내쉰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대뜸 ‘아이구, 이제 책 읽기 싫어? 밖에서 뛰어놀고 싶다고? 그럼 꿀벌나무를 찾으러 가면 딱 좋겠다’고 하면서 먼저 신바람을 내며 밖으로 놀러 나간다. 할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어릴 때 놀았던 꿀벌나무 찾기 놀이를 신나게 한다. 그 놀이에 이웃집 아이들, 동네 사람들, 염소들까지 동참한다. 꿀벌나무 찾기 놀이가 끝나자 모두 모여 악기를 불고, 춤을 추고, 부드러운 빵과 갓 끓인 홍차를 마시며 그날의 달콤한 모험을 되새기느라 흥겨운 이야기와 시끌벅적한 웃음이 넘쳐 난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권해 주신 책을 아이가 즐겁게 읽는 장면으로 끝난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한테 강제로 책 읽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함께 놀아 주고,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도록 이끌어 주는 어른의 마음과 문화가 담겨 있다. 우리 아이들도 ‘책 속에도 바로 그렇게 달콤한 게 있단다. 모험, 지식, 지혜, … 그런 것들 말이야. 하지만 그건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네가 직접 찾아야 한단다. 너는 책장을 넘기면서 그것들을 찾아가야 하는 거란다’라고 아이한테 속삭여 주는 이 책 속의 할아버지 말씀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지식이 아니라 체험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 좋겠다.
이주영/서울 송파초등학교 교사
jyl0301@hanafos.com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