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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9 23:31 수정 : 2005.01.09 23:31


남좀여비 억눌린 여성들의 변신·무술 흥미진진 '판타지'

‘한겨레 옛이야기’ 시리즈가 25번째 책 <금방울전>을 끝으로 완간됐다. 지난 1999년 4월 <소별왕 대별왕, 당금애기>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지, 4년 8개월여 만이다.

시리즈를 시작할 때부터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발견’으로 놀라운 이야기의 밭을 이뤘다”(<문화일보>) 등의 호평을 받았다. 한민족의 이야기를 집대성해 아이들에게 읽힐만한 글과 그림으로 풀어놓겠다는 기획 자체가 출판계의 주목 대상이었던 것이다.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신화편’ ‘인물설화편’ ‘전설편’ ‘민담편’ ‘고전소설편’ 등으로 크게 나눠, 각각 5권씩의 책을 펴냈다. 구비문학·고전문학 전문가들이 전국을 발로 뛰며 채집한 옛 이야기며, 여러 문헌자료에 흩어진 신화의 흔적들이 80여편의 이야기들 속에 깃들어 있다. 소장학자들이 발굴해낸 옛 이야기를 동화작가들이 재밌게 풀어내고, 여기에 우리 민족 고유의 색감과 멋을 살린 삽화를 덧대는 ‘3단계’ 공정을 일일이 거쳤다.

‘신화편’에서는 한민족의 창세신화를 새롭게 소개했고, ‘인물설화편’은 민중의 마음속에 깃든 영웅 이야기를 집중 조명했다. ‘전설편’과 ‘민담편’에서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재치와 해학의 이야기를 한데 모았고, ‘고전소설편’에서는 한민족의 철학이 깃든 옛 소설들을 담았다.

시리즈의 마지막 책인 <금방울전>도 이런 흐름을 잃지 않는다. 이 책에 담긴 두편의 옛 소설 ‘금방울전’과 ‘홍계월전’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경이로운 변신과 신비한 무술이 펼쳐지는 판타지 문학의 싹을 품고 있다. 동시에 두 편 모두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주인공인 ‘여성 영웅담’의 구조를 택하고 있다. 남존여비 사상 아래 억눌렸던 옛 여성들의 울분과 그들이 꿈꾸었던 새로운 세상의 염원까지 담고 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어디서 이런 보석같은 이야기가 여지껏 숨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사실은 우리의 옛 이야기 대부분이 그런 재미와 가치를 안고 있다. 단지 널리 알려지지 않아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이를 어렵게 발굴한 뒤에도 오늘에 맞게 되살릴 지혜와 노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옛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그래서, 숨겨진 상상력의 보물창고를 여는 일이다. 그리스·로마 신화로 시작해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로 ‘상상의 세계’를 졸업하는 아이들은 평생 경험못할 보물창고다. 전학년, 임정자 글, 양상용 그림. ­한겨레아이들/80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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