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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순악질’ 망태 할아버지, 이젠 안무서워

등록 2007-04-22 16:33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책꽂이 /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몽당 귀신, 처녀 귀신, 도깨비, 유령, 혼불…. 아이들에게 막연한 무서움을 안겨 주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다. 바로 망태 할아버지다. 망태 할아버지는 아이가 잘 못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저승사자다. 말을 잘 듣지 않으면 혼내 주고, 울면 입을 꿰매 버린다. 떼를 쓰면 새장 속에 가둬 버리고, 밤늦도록 자지 않으면 올빼미로 만들어 버리는 순악질 악마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는 망태 할아버지에 대한 아이들이 두려움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재봉틀로 입이 꿰매어진 아이의 그림은 어른이 봐도 섬뜩하다. 새장에 갇힌 아이의 그림은 또 어떤가. 아이를 혼내 주기 위해 사방에서 뻗쳐 오는 징그러운 망태 할아버지의 손은 죽어서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잘잘못의 기준을 항상 어른이 정해야 하는 것일까? 어른 말을 잘 들으면 괜찮고, 잘 듣지 않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혼내 준다는 것이 꼭 맞는 얘기일까? 즐거운 놀이를 하고 있으면 좀 늦게 자고 싶기도 하고, 밥 대신 입에 당기는 다른 것을 먹을 수도 있다. 사실 어른들도 그렇지 않은가. 밤 늦도록 술 마시고, 몸에 안 좋은 담배를 뻑뻑 피워대기도 한다. 게다가 어떤 어른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무조건 윽박지른다. 꽃병을 깨지 않았는데 다짜고짜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치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다.

이맘때의 아이들에게 이런 이중심리(무서움과 부모에 대한 미움)는 당연하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관성적으로 아이를 대한다. 책 속의 아이도 사사건건 망태 할아버지를 들먹이며 자신을 괴롭히는 엄마한테 슬슬 화를 내기 시작한다. 의자 등받이 위에 올라선 주인공 아이의 모습은 제대로 대우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상징한다.

엄마와 크게 싸우고 잠자리에 든 아이는 문밖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공포에 사로잡힌다. 설마 망태 할아버지가 자신을 잡으러 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런데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가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다! 꿈에서 깨어난 아이는 엄마를 꼭 껴안고 “미안하다”고 말한다. 엄마도 아이에게 미안함을 표현한다. 주인공 아이는 이제 망태 할아버지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 아이는 속으로 아마도 이렇게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엄마, 제가 잘못한다고 무조건 혼내지만 마세요. 제 말도 좀 들어 주고 제 마음도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2007 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품. 박연철 글·그림. 시공주니어/9500원.

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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