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딘 주연의 영화로 더 유명한 <에덴의 동쪽>. 따돌림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문학속 철학 산책 / ‘에덴의 동쪽’으로 본 ‘따돌림’의 의미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있었다. 무참하고 가슴 아프다. 난무하는 폭력이 무참하고, 희생자들, 가족들, 그리고 범행을 한 청년이 마주했던 고통들 때문에 마음구석이 무너진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들리는 말로는 그 청년이 오랫동안 따돌림을 당해왔다 한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생각이 우선 앞섰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소설 <에덴의 동쪽>에 나온 한 인물이 문득 생각났다.
<에덴의 동쪽>은 전설적인 배우 제임스 딘이 주연한 동명 영화로 더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스타인벡은 이 소설에서 한 가족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전개하며 인간의 선과 악 그리고 죄와 구원의 문제를 다뤘다. 하지만 엘리아 카잔 감독은 소설 가운데 제4부만을 각색해 영화화하며 초점을 ‘사랑을 거부당하는 자의 고통’에 맞추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쌍둥이 형제인 아론과 칼은 매우 대조적이다. 아버지 아담을 닮은 아론은 온순하고 내성적이며 모범생이다. 그러나 가출해 사창가를 운영하는 어머니 케티를 닮은 칼은 열정적이며 거칠다. 때문에 아담은 아론을 편애하고, 그럴수록 칼은 빗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칼은 어머니 케티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된다. 그러나 오히려 아버지를 동정하고 파산한 그를 도우려고 콩 농사로 돈벌이를 시작한다.
1차대전이 일어나고 미국이 참전하자 곡식 값이 뛰어 칼은 큰 돈을 번다. 추수감사절 날, 칼은 그 돈을 아버지에게 선물한다. 하지만 아담은 전쟁을 이용해 돈벌이를 했다고 칼을 꾸짖고, 아론의 약혼을 선물로 받는다. 이 대목은 ‘창세기’ 4장에서 신이 아벨의 제사는 받고 카인의 제사는 받지 않았던 것을 재현한 것이다.
그러자 칼은 아론을 어머니 케티가 운영하는 사창가로 데리고 가서 모든 비밀을 폭로한다. 죽은 줄만 알고 있던 천사 같은 어머니에 대한 비밀을 안 아론은 충격을 받아 괴로워하다 군에 자원입대하고, 어머니 케티는 자살한다. 그 후 아론의 전사 소식이 날라오고 아담도 쓰러진다. 칼은 아담의 임종 자리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지만 아담은 의식을 잃고 숨을 거둔다.
결국 칼은 본의는 아니었을지라도 아버지, 어머니, 형, 그리고 자기 자신마저도 모두 파멸로 몰고 갔다. 왜 그랬을까? 이 이야기의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있는데, 정신의학자 에리히 프롬에게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한 인간의 탄생을 ‘낙원추방’과 비교해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탄생이란 인간이 모태로부터 분리되어 모든 것이 비결정적이고 불확실하며 개방적인 상황으로 추방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미래에 확실한 것은 오직 죽음뿐이다. 때문에 인간 정신의 밑바닥에는 버림받은 감정, 자신의 쓸모없음에 대한 인식, 사망의 느낌 같은 실존적 불안이 ‘이미 그리고 언제나’ 깔려있다는 것이다. 프롬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가장 절실한 욕구는 따돌림의 상태를 극복해 고독이라는 감옥을 떠나려는 욕구이다. 이 목적의 실현에 절대적으로 실패할 때 광기가 생긴다. 모든 시대, 모든 문화의 인간은 동일한 문제, 곧 어떻게 따돌림의 상태를 극복하는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결합하는가, 어떻게 자신의 개체적 생명을 초월해서 상대와 합일을 찾아내는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바로 이 문제다. 이 문제 때문에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거의 광적으로 그 누구와 함께 하거나 또는 그 어떤 것과 합일하려고 하는 강렬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야만 죽을 것만 같은 실존적 분리감과 고독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거부당할 때, 그는 무참하게 발광한다. 영화 <에덴의 동쪽>에서는 칼의 역을 맡은 제임스 딘이 자기를 거부하는 아버지 아담에게 처절하게 울며 다가가 억지로 그를 끌어안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아담은 그를 뿌리치며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 감독은 이때 칼이 느끼는 절망과 고통을 제임스 딘이 발끝까지 늘어지는 버드나무 속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흐느끼는 장면으로 묘사해 전 세계 팬들의 가슴에 막막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그가 버드나무 속에서 다시 나왔을 때에는 모두를 파멸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인간에게는 ‘따돌림 당하는 것’ 그것이 바로 죽음이고, ‘따돌림 당하는 고통’ 그것보다 더한 고통이 없다. 오직 인간만이 갖는 이런 실존적 고통을 프롬은 ‘카인의 고통’이라 이름 지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창세기’에서 카인이 왜 아벨을 죽였는지, <에덴의 동쪽>에서 칼이 왜 형과 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파멸로 이끌어 갔는지, 버지니아 공대에서 청년이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버림받았다는 생각, 자신이 쓸모없다는 인식, 죽을 것 같은 느낌, 곧 따돌림 당한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갈망을 거부당했기 때문에 발광해 모든 것을 한번에 파괴한 것이다. 그럼 생각해보자. 오늘날 우리 사회는 어떤가? 우리 사회에는 따돌림 당하는 사람들이 없는가? 우리도 역시 어떤 사람들을 카인으로, 칼로, 버지니아 공대의 청년으로 몰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지 않다고 진정 자신할 수 있는가? 혹시라도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프롬은 카인의 고통을 더는 길, 곧 칼을 파멸에서 구하며, 버지니아 공대에서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인간 대 인간의 결합, 인간성과의 융합, 다시 말해 사랑의 회복에 있다고 했다. “사랑이 없으면 인간성은 단 하루도 존재하지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달은 더욱이 가정의 달이다. 한번 돌아보자. 우리도 누군가를 발끝까지 늘어지는 버드나무 속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흐느끼게 하고 있지 않은가를!
바로 이 문제다. 이 문제 때문에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거의 광적으로 그 누구와 함께 하거나 또는 그 어떤 것과 합일하려고 하는 강렬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야만 죽을 것만 같은 실존적 분리감과 고독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거부당할 때, 그는 무참하게 발광한다. 영화 <에덴의 동쪽>에서는 칼의 역을 맡은 제임스 딘이 자기를 거부하는 아버지 아담에게 처절하게 울며 다가가 억지로 그를 끌어안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아담은 그를 뿌리치며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 감독은 이때 칼이 느끼는 절망과 고통을 제임스 딘이 발끝까지 늘어지는 버드나무 속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흐느끼는 장면으로 묘사해 전 세계 팬들의 가슴에 막막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그가 버드나무 속에서 다시 나왔을 때에는 모두를 파멸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인간에게는 ‘따돌림 당하는 것’ 그것이 바로 죽음이고, ‘따돌림 당하는 고통’ 그것보다 더한 고통이 없다. 오직 인간만이 갖는 이런 실존적 고통을 프롬은 ‘카인의 고통’이라 이름 지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창세기’에서 카인이 왜 아벨을 죽였는지, <에덴의 동쪽>에서 칼이 왜 형과 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파멸로 이끌어 갔는지, 버지니아 공대에서 청년이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버림받았다는 생각, 자신이 쓸모없다는 인식, 죽을 것 같은 느낌, 곧 따돌림 당한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갈망을 거부당했기 때문에 발광해 모든 것을 한번에 파괴한 것이다. 그럼 생각해보자. 오늘날 우리 사회는 어떤가? 우리 사회에는 따돌림 당하는 사람들이 없는가? 우리도 역시 어떤 사람들을 카인으로, 칼로, 버지니아 공대의 청년으로 몰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지 않다고 진정 자신할 수 있는가? 혹시라도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김용규/자유저술가, 〈알도와 떠도는 사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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