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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조선 선비 표류기 ‘표해록’을 아시나요

등록 2007-05-13 16:43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

조선 성종 때 선비 최부는 과거에 급제한 뒤 제주도에서 관아의 행정을 감독하는 추쇄경차관 직을 맡았다. 어느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탔다가 큰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 된다. 거친 파도에 휩쓸려 만신창이가 된 배에서 최부 일행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가까스로 뭍에 도달하지만 여기서도 고난은 그치지 않는다. 도적을 만나 가진 것을 다 뺏기고, 중국 관아에 잡혀가 심문을 당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북경을 거쳐 표류 다섯 달여만에 고국땅을 밟게 된다. 최부는 고국으로 돌아온 뒤 그간에 보고 듣고 체험했던 경험들을 <표해록>으로 남겼다.

표류기나, 탐험기 하면 흔히 <15소년 표류기>나 <로빈슨 크루소>를 떠올린다. 아이들은 이런 책들을 읽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긴장과 스릴, 모험과 반전의 재미를 만끽한다. 그래서 몇 번씩 읽어도 싫증이 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책들은 작가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다.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도 않다. 반면 <표해록>은 한국 사람이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기행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표해록>은 우리나라에서는 많이들 모르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널리 알려진 책이다. 중국에서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일본승려 옌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와 함께 <표해록>을 3대 기행문으로 꼽고 있다. 중국 영해현 초등 교과서에는 최부 이야기가 실려 있을 정도다. 일어본, 영어본, 중국본으로도 오래 전에 출간됐다.

<동방의 마르코폴로, 최부>는 <표해록>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역사인물 이야기이다. 당시 최부 일행이 마주했던 극적인 상황들을 실감나는 대사와 적절한 묘사를 곁들여 바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진 일인양 보여준다. 고지식하고 거들먹거리는 존재로만 알던 조선 선비가 일행의 목숨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냉철한 판단력과 결단력으로 넘어서고, 중국 관리들에게 끊임없이 왜구로 의심받는 상황에서도 깊이 있는 교양으로 신뢰를 쌓고, 조선의 국민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발달된 중국의 문물을 배우려 하는 대목 등을 읽다 보면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은 역사에 숨어 있던 훌륭한 인물을 우리 앞에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값지게 다가온다.

김성미 글, 최용호 그림. 푸른숲/9500원.

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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