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성지중·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발을 씻어주며 용기를 북돋우고 격려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생교육시설 서울 성지중·고 ‘제자 사랑의 날’ 세족식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안 보이는 벽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게 허물어지는 것 같아요.”
김영진(24·고2)씨의 말에서는 특유의 북한식 억양이 배어났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성지중·고등학교에서 14일 오후 열린 ‘세족식’에 대한 그의 느낌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대신, 그 전날을 ‘제자 사랑의 날’로 정해 이 행사를 열어 왔다. 이 학교는 평균 나이가 50대인 만학도 450여명과 일반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 1250여명이 다니는 평생교육시설이다.
5년 전 어머니와 함께 남쪽에 온 새터민 학생 김씨는 낮엔 학교 조리반에서 요리를 배우고, 저녁엔 교과 공부를 한다. 벌써 4년째다. 북쪽에서 인민학교(4년제)를 졸업하고 중국에 머물다 남쪽에 와서야 다시 책을 잡았다. “북쪽에는 따로 스승의 날이 없어요. 체육대회나 무도회 등 교사와 학생이 함께 즐기는 행사는 가끔 있지만요.”
“스승이 자세 낮추니 제자도 맘 여는것 같아”
올해엔 이벤트 하나가 더해졌다. 학생 34명과 그 만큼의 교사가 일대일 자매결연을 맺어 형제, 부모와 자식 사이 같은 인연을 쌓아가기로 한 것이다. 새터민, 한부모 가정 자녀, 저소득층 자녀, 방글라데시에서 온 학생 등이 교사들과 자매결연 증서를 주고받았다. 김씨는 자신의 발을 씻어준 김영찬 교감과 인연의 끈을 맺었다. “예전엔 스승의 날 행사가 일방적으로 진행돼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어요. 자매결연까지 맺고 보니 선생님들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10여년 전 남쪽에 와 이 학교에서 7년째 수학을 가르치는 새터민 천정순(41) 교사도 자신의 학급 학생인 민형(가명·18·중2)이와 손가락을 걸었다. 천 교사는 “사랑을 많이 못 받아 일반 학교에서 전학 온 학생인데, 여기서 아주 잘 적응한다”며 “졸업 뒤에도 꾸준히 연락하고 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한태 교장과 결연을 맺은 방글라데시 출신 티푸 술탄(14·중1)은 “방글라데시에도 ‘선생님날’ 비슷한 게 있다. 그때 꽃다발을 주곤 하는데, 한국에선 선생님들이 발을 씻겨주니 너무 신기하다”며 활짝 웃었다. 김 교장은 “스승의 날을 선생님과 제자가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날로 만들어 보려 했다”며 “스승이 한껏 자세를 낮춰 다가가니 제자들도 마음을 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학생 일대일 결연 “졸업 뒤에도 돌볼 것”
곧 한식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한다는 김씨는 이날 갈고닦은 요리 솜씨를 맘껏 발휘했다. 잡채·전·탕수육·깐풍기·초밥 등 한·중·일 대표 음식을 조리반 학생들이 정성껏 만들었다. 재료는 교사 41명이 돈을 거둬 마련했다. 이날 이 학교의 독특한 스승의 날 행사에는 촌지는커녕 작은 꽃다발조차 등장하지 않았지만, 스승과 제자들이 어우러진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곧 한식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한다는 김씨는 이날 갈고닦은 요리 솜씨를 맘껏 발휘했다. 잡채·전·탕수육·깐풍기·초밥 등 한·중·일 대표 음식을 조리반 학생들이 정성껏 만들었다. 재료는 교사 41명이 돈을 거둬 마련했다. 이날 이 학교의 독특한 스승의 날 행사에는 촌지는커녕 작은 꽃다발조차 등장하지 않았지만, 스승과 제자들이 어우러진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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