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변하지 않으면 학교는 변하지 않는다. 통합논술 대비에는 교사들의 땀과 노력이 필수적이다. 경희고는 교사들 사이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논술준비팀 운영방안을 논의중인 경희고 통합논술준비팀의 강민철·강준모·유재우 교사 (왼쪽부터)
교사들까리 꾸준한 연구·토론 협업
정규교과 수업수준 높이기 위해
‘실전용’ 자료집 펴내 매뉴얼화도
정규교과 수업수준 높이기 위해
‘실전용’ 자료집 펴내 매뉴얼화도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서울 경희고 통합논술팀
서울 경희대 캠퍼스 안에 위치한 경희고등학교는 일찍부터 통합논술에 대한 준비 수준이 높은 학교로 알려져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기자가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게 “정규교과에서 통합논술적 요소를 도입하려는 학교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하자, 그는 다섯 손가락안에 경희고를 포함시켰다.
학교를 찾아갔을 때 논술팀을 주도하고 있는 세 명의 교사가 기자를 맞았다. 강준모(46) 국어 교사가 통합논술준비팀장을 맡고 있고, 3학년 담당 유재우(41) 사회 교사와 1·2학년 담당 강민철(34) 국어 교사가 부팀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강 교사와 두 부팀장은 통합논술을 대비하는 경희고의 양날개 가운데 하나다.
또 다른 날개는 이 학교 논술연구동아리인 ‘생각나무’다. 생각나무를 주도적으로 만든 이는 현재 해외연수중인 최인영 국어 교사. 생각나무에서는 지난해 <정규교과에서 통합논술 가르치기>라는 자료집도 발간했다. 다른 학교에까지 소문이 난 유명 교재이기도 한 이 자료집은 통합논술 준비의 ‘이론서’이자 ‘매뉴얼’로 쓰인다. 연구팀에서 생산한 자료집을 실전준비팀 격인 통합논술준비팀에서 현실에 적용시키고 있는 셈이다. 자료집은 ‘정규교과에서 통합논술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쓰여졌다. 실전용이다. 교사들이 개별수업에서 어떤 방법을 쓸 것인지도 ‘그물망’을 짜놓듯이 촘촘히 제시해놓고 있다.
자료집을 들여다보자. 예를 들어 과학논술로 제시된 2학년 생물 부분. 유전에 대한 내용이다. 먼저 교과서를 요약하는 연습을 한다. 글로만 요약하는 게 아니라 개념도 등의 시각물로 요약하기도 한다. 그런 뒤에는 유전과 관련한 교과서 밖의 글들을 읽는다. 유전형질 및 유전현상의 특징과 관련한 배경지식을 적용해 일반화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유전 질환이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는 현상이 아니라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사회현상이며 사회 문제라는 인식으로 생각을 넓히도록 한다. 생물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유재우 교사는 “논술이라는 것이 논술시험을 치르는 몇몇 대학에 들어갈 우수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정규교과에서 통합논술적 요소를 도입하는 문제는 중요하다”며 “정규교과 수업 자체의 수준을 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사는 “그렇지만 처음에는 교사인 우리도 통합논술적 사고가 잘 안 됐다”고 털어놨다. 기출문제를 연구하려고 모인 교사들의 모임에서도 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알기 힘들어 할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통합논술에서 강조하는 ‘영역전이성 사고’와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1년 이상의 꾸준한 연구모임과 토론 덕분에 이제는 어떤 학교의 어떤 문제에도 대응이 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유 교사는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보다 선생님들 사이의 정보 교환과 토론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교사들 사이의 협업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공교육 체제에서 통합논술을 준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교사 협업 시스템은 토론 수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한-미 FTA협상에 관한 토론수업이라고 하면 먼저 한 교사가 역사적 측면에서의 분석을 한다. 한미관계를 통사적으로 훑어보는 내용이 포함된다. 다음에는 다른 교사가 (국제)경제적 측면에서의 분석을 한다. 그 뒤에야 종합토론을 벌인다. 이 토론에는 교사가 두명 들어간다. 교사들이 역할을 나눠 토론을 종합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연구 풍토가 전체 학교에 퍼지면서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는 노력이 늘고 있다고 강민철 교사가 전한다. 강 교사는 “한국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2학년 한 학급에서는 선생님이 역사다큐멘터리 영상을 직접 편집해와서 수업자료로 쓰기도 하는 등 뭔가 새롭게 해보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우 교사도 “교사 개인의 공부와 연구가 없이는 통합논술에 대비하기 어렵다”면서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 사이의 토론문화가 퍼지는 것은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긍정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강준모 교사는 “고등학교에서의 논술 수업도 중요하지만 초등학교나 중학교 과정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어야 본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며 “5년전만 해도 <광장>이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은 책을 읽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2학년 한 학급에 5명 정도는 됐는데 매년 한명 정도씩 줄더니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재우 교사도 “지식보다 중요한 것이 ‘관점’인데 지금은 그런 관점을 기를 수 있는 독서를 하는 학생들이 별로 없다”며 “폭넓은 책읽기와 부모와의 충분한 대화는 관점을 가지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올해 경희고는 이론서의 내용을 개별 학급에서 적용해본 결과를 담은 사례집도 발간할 계획이다. 글·사진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자료집을 들여다보자. 예를 들어 과학논술로 제시된 2학년 생물 부분. 유전에 대한 내용이다. 먼저 교과서를 요약하는 연습을 한다. 글로만 요약하는 게 아니라 개념도 등의 시각물로 요약하기도 한다. 그런 뒤에는 유전과 관련한 교과서 밖의 글들을 읽는다. 유전형질 및 유전현상의 특징과 관련한 배경지식을 적용해 일반화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유전 질환이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는 현상이 아니라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사회현상이며 사회 문제라는 인식으로 생각을 넓히도록 한다. 생물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유재우 교사는 “논술이라는 것이 논술시험을 치르는 몇몇 대학에 들어갈 우수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정규교과에서 통합논술적 요소를 도입하는 문제는 중요하다”며 “정규교과 수업 자체의 수준을 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사는 “그렇지만 처음에는 교사인 우리도 통합논술적 사고가 잘 안 됐다”고 털어놨다. 기출문제를 연구하려고 모인 교사들의 모임에서도 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알기 힘들어 할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통합논술에서 강조하는 ‘영역전이성 사고’와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1년 이상의 꾸준한 연구모임과 토론 덕분에 이제는 어떤 학교의 어떤 문제에도 대응이 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유 교사는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보다 선생님들 사이의 정보 교환과 토론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교사들 사이의 협업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공교육 체제에서 통합논술을 준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교사 협업 시스템은 토론 수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한-미 FTA협상에 관한 토론수업이라고 하면 먼저 한 교사가 역사적 측면에서의 분석을 한다. 한미관계를 통사적으로 훑어보는 내용이 포함된다. 다음에는 다른 교사가 (국제)경제적 측면에서의 분석을 한다. 그 뒤에야 종합토론을 벌인다. 이 토론에는 교사가 두명 들어간다. 교사들이 역할을 나눠 토론을 종합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연구 풍토가 전체 학교에 퍼지면서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는 노력이 늘고 있다고 강민철 교사가 전한다. 강 교사는 “한국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2학년 한 학급에서는 선생님이 역사다큐멘터리 영상을 직접 편집해와서 수업자료로 쓰기도 하는 등 뭔가 새롭게 해보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우 교사도 “교사 개인의 공부와 연구가 없이는 통합논술에 대비하기 어렵다”면서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 사이의 토론문화가 퍼지는 것은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긍정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강준모 교사는 “고등학교에서의 논술 수업도 중요하지만 초등학교나 중학교 과정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어야 본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며 “5년전만 해도 <광장>이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은 책을 읽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2학년 한 학급에 5명 정도는 됐는데 매년 한명 정도씩 줄더니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재우 교사도 “지식보다 중요한 것이 ‘관점’인데 지금은 그런 관점을 기를 수 있는 독서를 하는 학생들이 별로 없다”며 “폭넓은 책읽기와 부모와의 충분한 대화는 관점을 가지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올해 경희고는 이론서의 내용을 개별 학급에서 적용해본 결과를 담은 사례집도 발간할 계획이다. 글·사진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