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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예체능 ‘3단계 절대평가’ 둘러싼 논란

등록 2007-06-24 13:43수정 2007-06-25 15:50

예체능 교과목을 내신에서 제외한다는 교육부 방침에 관련 교사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논란아 거세다. 사진은 한 고등학교의 미술수업 시간 모습. <한겨레> 자료
예체능 교과목을 내신에서 제외한다는 교육부 방침에 관련 교사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논란아 거세다. 사진은 한 고등학교의 미술수업 시간 모습. <한겨레> 자료
“교과의 붕괴” “사교육비 절감” 팽팽히 맞서
예술체육 교과 내신 제외

“예술·체육 교육 내실화다.” “예술·체육 교육 포기다.”

2009학년 중·고등학교 신입생부터 음악·미술·체육 교과의 평가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교육부의 방침 발표에 따른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예술·체육 교과 평가기록 방식을 3단계 절대평가로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방침이 관철될 경우 중학교의 ‘석차 및 5등급(수·우·미·양·가)’, 고등학교의 ‘원점수/평균 및 9등급’ 방식의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방식은 폐지된다.

3등급은 ‘우수·보통·미흡’ 등 3가지 단계로 표시되며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 방식이다. 필요할 경우 등급을 보완할 수 있는 ‘서술식’(교과적성·성취수준·학습태도) 기록을 병행하는 방식이 된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표 참조). 교육부가 서술식 평가의 사례로 든 것을 보면, “기본 운동 능력이 뛰어나 모든 체육 교과 활동에서 탁월한 기능을 발휘함. 특히 육상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 지속적인 관찰과 지도가 필요함(100m 11초12)” “미술적 지식에 대한 이해력 및 각 영역별 표현력이 우수한 편이며 특히 그릇 만들기 등의 조소 활동을 잘하며 상상력이 뛰어남” 등으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평가방식 변경과 함께 예술·체육 교과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2011년까지 5년동안 모두 1000억원을 투자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해당 교사 “명맥 유지도 안돼”

학부모 “학원 안 다녀도 돼 환영”

교육부 “수업일수는 오히려 늘어”

이에 대해 즉각적인 반발을 보이는 곳은 예술·체육 과목 대학교수와 현장 교사들이다. 평가방식 변경은 ‘평가 포기’이며 결국 ‘내신 제외’라는 얘기다. 국·영·수 위주의 입시 교육 체제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제도 변경은 교과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 지역에 근무하는 한 중학교 교사의 반응이다. “아이들에게 바뀌게 될 제도에 대해 얘기했더니 당장 ‘점수에 안 들어가는 거에요? 그럼 시험 안 보겠네요’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과중한 입시체제에서 신경 안 써도 되는 교과목이 된다는 것은 ‘평가의 차별화’가 아니라 ‘교과의 차별화’로 이어진다. 내신 제외는 교과의 붕괴로 이어질 게 뻔하다.”

‘음미체교육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 대표인 이홍수 한국교원대 교수는 “이번 계획은 예술·체육 교육의 내실화를 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라 ‘사교육비와 학습부담의 감소’를 주장하는 일부 욕심 많은 학부모들의 대학 입시 대비 전술에 누군가가 휘말림으로써 시작된 것”이라며 “사교육비와 학습부담의 주범이 국·영·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비해 학부모들의 관심은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쏠려 있다. 내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그나마 3과목이라도 신경을 쓰지 않게 됐으니 다행이 아니냐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두고 있다는 서울 중계동의 한 학부모는 “미술수업 같은 경우에는 수행평가 과제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지 않고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면서 “아무래도 사교육비로 들어가는 돈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번 조처를 반긴다”고 했다.

관련 교과의 존립 여부에 의문을 표시하는 현장 교사들의 반응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2월 발표된 ‘7차 교육과정’ 때문에 오히려 수업일수는 늘어나게 돼 있다고 말한다. 음악·미술·체육으로 묶인 교과군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하던 방식이 예술(음악·미술)과 체육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3단계 절대평가를 하게 되면 관련 과목의 사교육비는 확실히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예술·체육 관련 교사와 교수들은 “이 문제는 사교육비 부담 논란을 뛰어넘어 예술·체육 교육이 왜 존립해야 하는지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졸속 추진된 계획을 철회하고 재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고등학교 개선안
중고등학교 개선안


찬성합니다!

“교육목표 달성 출발점 될 것, 서술형 평가 확대돼야‥”

‘교육과 시민사회’ 윤지희대표

- 교육부 발표에 대해 환영 성명을 발표했는데.

= 체육·예술 교과의 교육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예술·체육 교과를 석차와 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은 체력, 감성, 정서, 문화적 소양 등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평가방식이 목표 달성을 막는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이들 교과의 특성으로 보면 ‘3단계 절대평가’보다도 ‘서술형 평가’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예체능 교과뿐 아니라 일반 교과에서도 계량적 평가보다는 질적·정성 평가가 보다 교육적 의미를 가진다고 볼 때 서술형 평가 방식은 일반 교과에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 전인교육을 목표로 하는 중등교육의 정상화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 그렇지 않아도 파행적으로 진행중인 예술·체육 교과가 이번 조처로 더욱 왜곡되고 황폐화될 것이라는 게 현장 교사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해당 교과의 시간이 줄어들거나 교원 수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학생들이 이들 교과를 더 소홀히 취급할 것이라는 우려는 서열식 평가방식으로서가 아니라 이들 교과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본질적 노력을 통해 극복돼야 할 문제다. 또 수업시간 축소나 교원 정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해당 교과 교육 강화 방안이 함께 제시된 것으로 해소될 수 있다. 지난 2월 고시된 교육과정 개정방안에 고등학교에서 체육과 예술 교과군을 분리하는 것에 대해 시민사회가 크게 우려한 게 사실이다. 그것은 해당 교과의 평가방식이 개선되지 않고 시행될 때 학생들의 부담만 늘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따라서 3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의 전환은 고등학교의 선택 과목군 확대에 반드시 뒤따라야 할 조처였다.

- 해당 교사와 교수들은 이번 조처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교육부의 이번 조처가 평가방식 변화에 대한 교사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지원·발전 방안이 나와야 한다. 교과 전문성과 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 투자, 교과 이수 시간 및 선택 과목 확대 조치와 함께 고등학교에서 체육·예술 교과의 집중 교육과정 개설도 함께 모색돼야 한다. 현재 대학의 예체능 계열 입학생수는 전체 신입생 대학생 수의 14%에 이르지만 예체능 전문고등학교 학생수는 1% 수준이다.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들 분야의 사교육비 부담은 일반 계열보다 훨씬 높다. 정부와 해당 교과 전문가, 학부모·시민단체로 구성된 가칭 ‘예체능 교육 발전 협의회’를 상설적으로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반대합니다!

“사교육비 때문이라면 국영수 부담 먼저 줄여야”

부산 당리중 강은진 음악교사

- 교육부 발표에 대해 해당 교과의 현장 교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점에서 반대하나.

= 일선 교사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교과의 평가방식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은 교사들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번 조처는 이런 문제를 체계적이고 이성적으로 고쳐보자는 접근 태도로 보기 어렵다. 먼저 추진과정이 석연치 않다. 정책이 정권 말기에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추진 동기도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입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국·영·수 위주의 입시 부담이 먼저 줄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교과가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가장 힘없는 분야를 목표로 한 인기 위주 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예술·체육 교과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부족한 이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추진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 학부모들 처지에서 보면 예술·체육 교과마저도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환영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

= 교육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 학부모의 얘기가 생각난다. 일요일 아침 9시만 되면 체육 내신을 대비하는 실기 과외용 봉고차가 동네를 돌아다닌다는 거였다. 그 말에 전남 신안군에서 근무중인 한 교사는 ‘같은 한국 땅에 살면서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 있냐’고 했다. 음악·미술·체육을 사교육에 기대는 학부모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부모가 훨씬 더 많은 것 아닌가. 일부 교사들이 음악·미술 수행평가의 부담을 학부모들에게 지우는 현실도 있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한 수업시간안에 다 끝내는 교사가 더 많다. 수업시간에 끝나지 않으면 그대로 뒀다가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하기도 한다.

- 예술·체육 교과를 서열식 등급화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교과의 본질상 맞지 않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서술식 평가로 보완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이는데.

= 예술·체육 교과의 특성을 절대화하면 안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도덕 교과 점수는 어떻게 수치화할 수 있겠나. 서술식 평가로 보완한다는 것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현실 적합성에서 보면 무리가 따를 것이다. 음악교사인 내 사례를 들어보자. 일주일에 한 시간 또는 두 시간 정도 수업하면서 700명~800명의 개인적 특성까지 모두 파악해 서술식 평가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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