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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온라인 공교육 ‘공짜라고 얕볼쏘냐’

등록 2007-06-24 16:45수정 2007-07-16 10:32

온라인에서 공짜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공짜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학습시장의 공교육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공무원 이아무개씨는 고 2 아들의 기말고사가 걱정이다. 취약 과목을 보충해야 하는데 학원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서다. 한 동료가 자녀들에게 시키고 있다는 인터넷 강의를 결제할까 고민중이지만, 교육비 지출이 또 늘어 부담스럽다. “학원 종합반 수강료로 33만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인터넷 강의까지 듣게 하려면 돈이 얼마나 더 들지 모르겠어요.

학부모조차도 이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학습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만큼 인터넷 학습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학부모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학원, 과외에다 인터넷 동영상 강의 지출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교육비 지출에 관한 자료를 보면 보충교육비(사교육비)는 2000년 전국 가구 평균 78,804원에서 2006년 155,543원으로 2배 가량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늘어난 사교육비의 상당 부분이 사교육 시장의 새영역인 온라인 교육일 것이라고 말한다.

학생들한테는 늘어난 학습량이 부담이다. 학원수업을 듣고도 복습 차원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한다. 인터넷 업체들의 유료회원수가 100만을 훌쩍 넘어선다니 괜히 불안하다. 나만 안 들으면 뒤처질 것 같아서다. 울산의 고등학교 1학년 진아무개양은 “서울에 있는 애들이 듣는 선생님의 강의를 이제는 들을 수 있다”며 “인터넷 강의를 안 들으면 괜히 기회를 포기하는 것 같아 찜찜하다”고 했다.


EBS강좌,사설업체보다 다양‥무료에 알차기도

점잔 빼는 강의법 · 진학정보 서비스 부실 ‘한계’

강사들도 “학습의지 뚜렷하면 사교육 안부러워”

그렇다면 길이 있다. 인터넷 공간의 ‘공교육’을 이용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의 교육현장에만 공교육과 사교육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교육에도 공교육과 사교육이 있다. 학교 수업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있는 것처럼 온라인 공교육만 잘 활용해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 교육의 공교육 공간은 상당히 넓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방송>(EBS)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가정학습’을 활용할 수 있다. 또 강남구청 인터넷 강의를 비롯해 이곳의 강의를 중계하는 자치단체들의 사이트들도 많다.

온라인 공교육의 장점은 우선 ‘무료’라는 점이다. 이런 곳을 잘 이용하면 학원이나 과외 등의 사교육을 한다고 해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교육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학교수업만으로 공부하던 학생들은 사교육과 유사한 형태의 보충교육을 무료로 누림으로써 교육의 기회가 확대되는 효과를 본다.

무료라고 해서 콘텐츠의 질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주)더스터디온앤오프 구근회 대표이사는 “나도 인터넷 강의를 직접 하는 사람이지만 유료 강의나 교육방송, 강남구청 강의 등은 내용에선 큰 차이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다른 건 학생들의 학습 의지를 끌어내는 강사의 기술인데, 학습 의지가 뚜렷한 학생이라면 무료강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수준별 맞춤형 강의를 볼 수 있다는 것도 공교육, 특히 <교육방송>(EBS) 강의의 강점이다. <교육방송> 관계자는 “아무래도 교육방송 강의의 사업은 교육복지 차원”이라며 에서 “상위권 학생 뿐만 아니라 하위권과 중위권들도 모두 시청할 수 있도록 공통, 1단계, 2단계 등 수준별로 강의를 제작한다”고 했다.

실제로 EBS는 3000여개가 넘는 강의가 개설돼 있는데, 대형 유료 강의 업체가 2000여개를 넘는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선택에서 밀리지 않는다. 16개 시도 사이버가정학습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쪽은 "올해 심화학습 콘텐츠 개발에 들어갔고, 조만간 기초 단계의 콘텐츠도 개발하게 되면 사이버가정학습에서도 상, 중, 하 3단계 수준별 학습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온라인 사교육업체들이 이익을 내기 위해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콘텐츠 생산에 주력하는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 공교육은 그만큼 활용의 폭이 커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학생과 학부모는 유료강의에 몰린다. 왜 그럴까? 서울 경희고등학교 3학년 이아무개군은 “딱딱한 설명은 잠만 온다”며 “개념 하나를 설명해도 농담을 섞어 이해를 도와주는 유료 강의 강사들이 더 좋다”고 했다. 틀에 박힌 강의와 ‘점잖은’ 선생님들이 온라인 공교육들의 약점인 셈이다. 학생들의 재미를 돋워 강의에 집중시키는 강사의 흡인력을 온라인 공교육들이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하는 점이 과제인 셈이다. 온라인 스타강사 출신 이범씨는 “대규모로 학생을 모아놓고 현장강의를 해 본 학원 강사들이 가장 자신있는 부분은 강의에 집중시키는 기술”이라고 했다.

입시 관련 상담이나 진학과 관련한 심층 정보 제공도 온라인 공교육의 약점이다. 대전에 사는 한 학부모는 “유료 강의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입시전문가가 하는 거라 신뢰가 간다”고 했다. 일부 사교육 온라인 업체들은 10명을 넘는 입시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입시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이를 부가서비스로 제공해 준다. 한 온라인업체 관계자는 “교육방송 등 온라인 공교육 서비스는 대학 합격 가능성 등의 서비스를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도 사교육이 공교육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공교육이 갖는 약점은 온라인에서도 다르지 않는 셈이다.

온라인 학습 시장의 확대가 사교육 비용 부담으로 학부모에게 전가되지 않으려면 공교육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이트들의 이용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인터넷 온라인 교육이 부상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교육의 또다른 과제이다.


온라인에서도 ‘치솟는 사교육비’

‘스타강사 모시기’ 경쟁탓 일부 사이트 학원비 뺨쳐

사실상 수강료 제한 없어‥도중하차땐 ‘환불’ 안돼


인터넷 강의 수강 내용
인터넷 강의 수강 내용

서울 강동구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이아무개(17)군은 기말고사를 한 달 앞두고 한 온라인 동영상 강의업체에서 내신대비 강의를 신청했다. 주 3일만 가는 학원에서는 문제 풀이 위주로 하고 나머지 이틀과 주말에는 인터넷 강의로 교과서 내용을 훑을 요량이었다. 이달에 쓴 사교육비는 학원비 40만원에 인터넷 강의 수강료 37만5000원을 합해 77만5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군이 인터넷 강의 수강료로 지출한 37만5000원(표 참조)은 인터넷 동영상 강의가 저렴하다는 ‘상식’을 뒤집는다. 수능 과목의 경우 취약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1~2과목 정도를 선별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 조절해 지출할 수 있다. 하지만 내신 관련 강좌는 사정이 좀 다르다. 어느 한 과목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 과목을 수강하다 보면 일반 학원의 종합반 수강료에 맞먹게 된다.

게다가 수능 강좌는 언제고 반복해 들을 수 있지만, 내신 강좌는 수강 기한이 넉넉하더라도 다시 듣게 되지 않아 사실상 유효기간은 한달이다. 목동이나 중계동의 대형종합학원의 한달 수강료가 35만원에서 40만원을 조금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 동영상 강의가 결코 싼 게 아닌 셈이다. 서울시 강서구 명덕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이창규(18)군은 “강의를 활용하는 정도에 비해 수강료가 비싼 것 같다”며 “교재비 비용도 별도로 내기도 해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했다.

인터넷 강의 수강료가 높은 이유는 ‘스타 강사’ 모시기 전쟁 탓이다. 인터넷 강의 업체들은 학생들의 입소문이 증명한 스타 강사를 확보함으로써 점유율을 높이려고 한다. 얼마전 인터넷 유료 강의 사이트를 연 조아무개씨는 “유명강사들과 계약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특히 한 거대업체가 전속계약을 통해 강사들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면서 스타강사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했다. 거액의 계약금은 고액의 수강료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하는 업체들이 수능 강의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수강료를 책정할 수 있는 것도 이런 현실과 직결되어 있다. 월 3만원에 모든 강의를 무제한 수강할 수 있게 해주는 한 사이트의 관계자는 “중학생 대상 학원 시장에는 스타강사가 없어서 고액의 계약금이 필요없다”며 “강사에 대해서는 강의 제작 시간에 대한 비용만 지불한다"고 했다.

최근 들어 ‘무료강의’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교육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곰티브의 교육채널인 곰스쿨이 대표적인 경우다. 오프라인 학원의 인기강사들이 강의를 하는데도 무료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강의 제작과 사이트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광고수입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는 지난 3월 600여명을 조금 넘던 일일 방문자수가 5월 말에는 7000명을 넘기도 했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개설 사이버가정학습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개설 사이버가정학습

온라인 동영상 강의 업체들이 수강료에 대한 제한을 ‘사실상’ 받지 않고 있는 점도 학생들에게는 ‘사각’이다. 일반 학원은 학원법에 의해 수강료 상한제를 적용받지만, 온라인 교육업체는 평생직업교육학원으로 분류돼 학원법의 수강료 제한에서 제외돼 있다. 또 일반 학원은 수강료 환불과 관련해 학원법 규정에 따라 환불시점에서 남은 강의 일수만큼 계산해 지급하지만 하도록 돼 있지만, 온라인 강의는 역시 예외다.

온라인 교육 업체의 환불 규정은 소비자 피해 보상 규정에 느슨하게 명시돼 있어 각 업체마다 개별적인 환불 규정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당연히 학생들의 불만이 나온다. 경기도 부천의 계남고등학교 3학년 김승규 학생은 “30개~40개 강의로 구성된 강좌를 신청했는데, 5강을 들으니 스타일이 너무 뻔해서 듣기가 싫었다”며 “3강 이상 들으면 환불할 수 없다고 해 돈만 버렸다”고 했다.

인터넷 동영상 강의는 ‘좋은 강사’들의 강의를 ‘어디에서’든지 ‘싼값’에 들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인기 강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결코 싸지 않는 수강료를 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질문-답변 게시판 잘 활용하면 효과 갑절 ”

고3 희진이의 온라인학습 노하우!

경기도 부천시 소명여자고등학교 3학년 심희진양은 지난 5월 모의고사에서 사회탐구 2과목을 빼고 모두 1등급을 받았다. 4~5등급까지 떨어졌던 사회탐구는 수준급에 이르렀고 3등급에 머물던 언어영역은 비로소 1등급에 올랐다. 지난해와는 판이한 성적이라 학교에선 유명인이 됐다. "고교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듣기 시작한 <교육방송> 등 무료 인터넷 강의 덕을 톡톡히 봤어요." 심양이 말하는 비결이다.


경기도 부천시 소명여자고등학교 3학년 심희진양
경기도 부천시 소명여자고등학교 3학년 심희진양
심양은 사회탐구 과목의 경우, 인터넷 강의를 예습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고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완전히 새로 배우기 시작하는 사회탐구 4과목을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무료 인터넷 강의로 훑었어요. 내용이 방대해서 학교에서 한 번 배우는 걸로는 부족하겠다 싶었거든요.” 2학년 때부터 사회탐구 과목들이 성적의 발목을 잡았다고 한다.

그래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런데 사회탐구 과목들은 영어나 수학과는 달리 전문학원이 없고 큰 학원에 개설된 단과강의는 너무 비쌌다. 그래서 교육방송 수능 인터넷 강의를 선택했는데, 그것이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무료 인터넷 강의를 이용할 때, 강의의 애프터서비스, 질문게시판을 잘 이용하면 ‘2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심양은 말한다. 인터넷 강의도 다 듣고 나면 항상 의문점이 남는다. 그러나 교실 강의처럼 바로 선생님에게 질문할 수 없다. 그래서 보충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수강 도중에 꼼꼼하게 표시한 뒤 질문게시판을 찾아 질문을 했다. 찾았다. "다른 친구들이 질문한 게 있는지 검색으로 찾아보고 없으면 질문을 올렸지요. 하루 이틀이면 강사의 답변이 올라왔어요."

공부 스타일이 맞는 인터넷 강의를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심양의 경우 강사가 백묵을 들고 칠판에 직접 정리를 해주는 강의방식보다는 자료를 제시하는 형태가 강의가 더 맞았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방송>의 무료 인터넷 강의를 많이 봤다. 심양은 "인터넷 강의는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딱 맞는 스타일로 가르치는 강의를 신중하게 골라야 해요"라고 했다.

교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인터넷 강의의 성패를 가른다. 심양은 강의 도중에 제시되는 중요한 표나 그래픽은 교재에 옮겨 그린다고 했다. "교재로 먼저 공부하고, 의문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교재의 빈 공간에 필기를 했어요." 이렇게 공부를 한 뒤 학교 자율학습 시간에 교재를 다시 한번 복습하면 모두 세 번의 반복학습을 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방송> 등 무료 인터넷 강의에 아쉬움도 있다. “선생님이 좀 많이 계셔서 제가 선택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가끔 선생님들이 정해진 시간에 쫓겨 마무리에 소홀해지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돈 한푼 안내지만 그래도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유로 강의가 좀 더 좋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많은 돈을 낼 정도는 아니라고 봐요. 무료 동영상 강의도 얼마든지 잘 이용하면 성적이 올라요."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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