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교육적 효과는 어릴 때일수록, 행동에 대해 즉각적일수록 효과가 크다는 게 정설이다. 칭찬은행 계좌 프로그램처럼 지속적이며 일상적인 칭찬과 격려가 교육 현장에서 뿌리내려야 한다. 사진은 칭찬수표를 펼쳐보이는 인천정보산업고 학생들 모습. 이희경 교사 제공
인천정보산업고 칭찬계좌 호응 높아
수표 20장 모으면 이달의 킹·퀸 선정
수표 20장 모으면 이달의 킹·퀸 선정
한국사회는 칭찬에 인색하다.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학교의 애국조회는 꾸중으로 시작해 야단으로 끝난다’는 말까지 있다. 지난해 48개 시범학교에 대한 교원평가 결과에서는 ‘교사의 학생 칭찬·격려 항목’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50% 미만으로 가장 낮게 나타나기도 했다. 칭찬에 인색한 한국 사회가 교육 현장의 칭찬도 메마르게 하고 있지만, 칭찬의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해보려는 현장의 노력은 여전하다.
교사와 교사 · 학부모와 학생 사이 확산
“아이들 자기존중감 부쩍 높아져” 평가
올해 5월부터 인천정보산업고(교장 이강준)에서 시행하고 있는 ‘칭찬은행 계좌’라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교사의 긍정적인 기대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희경 수학교사(인천정보고 인성교육부장)는 “학생과 학생 사이, 학생과 교사 사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칭찬을 일상화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학생 개개인의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한편 급우들 사이에는 집단응집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칭찬은행 계좌를 개설하려면 일단 칭찬수표를 받아야 한다. 칭찬수표는 각 반에 임명된 칭찬 은행원들이 발행하는데 선생님이나 급우가 특정 학생을 칭찬할 때 발행된다. 칭찬수표를 받은 학생은 인성교육부 교무실 앞에 세워진 ‘칭찬은행 통장’에 넣으면 된다. 통장으로 쓰이는 수거함은 이 교사가 비디오대여점에서 쓰는 비디오테이프 수거함을 구입해 마련했다. 20장의 칭찬수표가 모아지면 ‘칭찬 저축 king’과 ‘칭찬 저축 queen’으로 선정된다.
선정된 학생들에 대한 다양한 칭찬 내용은 칭찬은행 계좌용지에 정리돼 전교생이 볼 수 있도록 액자로 만들어져 전시된다. 계좌용지는 컴퓨터 그래픽에 능한 덕분에 칭찬은행 코디네이터로 선정된 학생들이 제작한다.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칭찬 은행 리포터로 선정된 학생들이 그 달의 ‘칭찬 저축 king’과 ‘칭찬 저축 queen’들을 비디오카메라로 인터뷰해서 인터뷰 내용을 각 반에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한다.
학생과 학생 사이,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만 발행되던 칭찬 수표는 이제 교사와 교사 사이,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도 발행되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의 장점을 발견해 수표를 발행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학부모의 장점에 대해 수표를 발행하게 되면서 칭찬 릴레이가 벌이지고 있는 셈이다. 수표의 종류도 한 가지에서 세 가지로 늘어났다. 이 학교 조재경 미술 교사는 “평소에 친하지도 않는 선생님한테서 칭찬 수표를 받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며 “앞으로는 누구한테나 이런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이미지 관리를 하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희경 교사는 “가정에서 한번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지 못했던 학생들도 칭찬 수표를 받으면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그것은 칭찬을 받았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이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권위있는 사람에게 받은 것이기 때문에 자기 존중감이 부쩍 높아지게 된다”고 했다.
이 교사는 또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재산에는 유형적인 것과 무형적인 것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칭찬과 격려라는 무형의 재산이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만들고 삶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프로그램 시행으로 칭찬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올바른 칭찬법을 익히게 된 학생들은 이제 칭찬하는 일을 별로 낯설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 3학년 이대웅군은 “복도에 게시된 칭찬은행 계좌 액자를 보고 있으면 나에게는 없는 장점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액자가 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는 칭찬 붐이 필요하다. 칭찬은 마음의 꽃다발이라고 한다. 부담 없이 주지만 그 효과는 놀랄 만큼 큰 셈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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