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종합반 개강을 앞두고 지난 2월 서울 노량진 학원 밀집 지역에서 학원 쪽에서 고용한 도우미들이 수강생 유치를 위한 판촉전을 하고 있다.
교육전문가 10명 ‘학원 발가벗기기’ 펴내
대한민국은 가계지출 가운데 사교육비 비율이 세계 1위인 나라다. 사교육비의 대부분은 학원으로 흘러들어간다. ‘학원공화국’이라는 말은 더이상 어색하지 않다. 사교육비는 ‘한국경제의 검은 구멍’이라고 불릴 정도로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면서 학원산업을 키우고 있지만,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성찰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교육전문가 10인이 최근 펴낸 <학원 발가벗기기>(이범 곰TV 이사 등 10인 지음, 와이즈멘토 펴냄)는 이제야말로 학원을 다시 돌아볼 때가 됐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다양한 학원을 많이 가지게 되었는지, 학원에 의존하는 학생들을 키움으로써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을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극단적 탈출론’은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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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흥미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 저자들이 사교육과 전혀 무관한 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교육과 충분히 가까이 있으면서도 사교육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펴낸 까닭인지 사교육에 대한 고담준론이나 탁상공론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학원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현실적인 이슈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감히 ‘학원을 탈출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학원을 없애는 것만이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라는 극단적인 대안을 내놓는 일부 행정가의 잘못된 의견에 동조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또 “공교육과 언론에서 좋아할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최고의 학습법’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가 그 말을 그대로 믿은 학부모가 아이에게 무조건 혼자 공부하도록 강요해 많은 발전의 기회를 놓친다면 그것 역시 사교육의 폐해 못지않게 잘못된 정보 전달에 따른 부작용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한다. 저자들은 학원 가운데는 ‘마케팅 기법을 통해 과대 포장된 학원’도 있고, ‘좋은 교육철학으로 운영되는 학원’도 있다고 본다. 이들은 오히려 학원의 본모습을 발가벗김으로써 선택의 몫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1장에서는 학원산업이 이렇게까지 번성하게 된 구조적 원인을 찾는다. 사교육시장의 팽창에 대한 분석은 입시제도 중에서도 대입제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입 전형요소가 다양할수록, 난이도가 높을수록, 오랜 기간의 누적 기록을 요구할수록 사교육 수요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이 책은 전한다. 결국 단기적 대안의 핵심은 내신과 수능과 논술을 모두 상당한 수준으로 대비해야 하는 트라이앵글 구조를 탈피하는 것이다.
재무컨설턴트인 이광구 포도에셋 기획팀장이 사교육비를 재무적 관점에서 쓴 ‘사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나는 길’은 기존의 시각과 달라 흥미롭다. 그는 “교육비 부담 때문에 가정경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노후대책 없이 자녀교육비에 과잉 투자하는 것은 부모는 물론 자녀에게도 부담이라는 것이다.
‘자기주도 학습이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을 단 2장에서는 자기주도적 학습과 학원주도학습을 실증적으로 비교하면서 학원을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성적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은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차이가 나는지, 스스로 하는 학습이 입시를 넘어 평생토록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논하고 있다.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학원주도학습의 폐해를 4가지로 정리한다.
의타심이 늘어나고, 장기적인 학습효과를 보장할 수 없고, 자기공부시간이 부족하게 되며, 학습능력 자체가 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학원의 최대 폐단은 무엇보다 학생의 적성은 무시한 채 성적에만 집착하는 것에서 비롯한다”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탐색한 뒤 학원을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장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등장한다. 노트의 기술, 학원 선택법, 독서와 논술공부의 허와 실, 실패하지 않는 영어공부법 등 알토란 같은 ‘공부의 기술’이 요약돼 있다. 결국 맹목적인 학원 학습보다는 자신에 맞는 교육방법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발견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들의 결론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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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발가벗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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