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소득분위별 장학금 수혜 현황
1학년생 20억 중 10억8천만원…하위 60%엔 8억
서울대 1학년생의 장학금 수혜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구 소득이 낮은 학생보다는 높은 학생들한테 더 많은 장학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올해 2학기 장학금을 받은 1학년 1378명을 가구소득 수준에 따라 10분위로 나눠 살펴보니, 소득이 높은 상위 30%에 해당하는 8~10분위 학생들이 전체 장학금 20억1551만여원 가운데 53.6%인 10억8101만여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반면, 소득수준이 낮은 60%에 해당하는 1~6분위 학생들은 40.3%인 8억1198만여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생들이 받는 장학금은 교내 장학금과 외부 장학금, 이공계 장학금, 과학재단 장학금, 발전기금 장학금, 맞춤형 장학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이공계 장학금은, 수혜자 340명 가운데 소득수준이 상위 30%에 해당하는 학생이 225명인 데 견줘 하위 60%에 해당되는 학생은 92명에 그쳤다. 외부 장학금과 과학재단 장학금 등을 받는 학생 75명 가운데 소득수준이 하위 60%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11명에 지나지 않았다.
교내 장학금과 맞춤형 장학금은 학교 쪽이 직접 기준을 만들어 장학금을 준다. 그러나 나머지 장학금들은 장학금을 주는 외부에서 기준을 만들어 주는데, 대부분 성적순이다.
학교에서 직접 집행하는 교내 장학금의 경우 전체 698명 가운데 상위 30%에 해당하는 학생이 58%인 405명으로 비율이 높았으나, 1~6분위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만 지원되는 ‘맞춤형 장학금’ 수혜자도 37%인 257명이었다. 서울대는 올해 처음 맞춤형 장학금 제도를 도입해, 경제적 형편과 주거형태 등을 기준으로 삼아 신청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이정재 서울대 학생처장은 “장학금은 공부를 잘해서 주는 것과 공부하는 환경이 어려워 주는 것 등 두 가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데, 학교가 집행할 수 있는 장학금은 맞춤형 장학금처럼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많이 배분하려 한다”며 “학생 수로 따지면 소득수준 상위 30%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전체 학생의 70%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심광현 교수는 “소득에 따라 장학금 지급 대상 범위를 정하고,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들의 형편을 조사해 장학금을 주는 할당제(쿼터)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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