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송파구 탄천의 광평교 아래에서 ‘쓰레기, 폐수, 농약, 콘크리트 블록, 매연, 소음, 낚시’를 탄천을 죽이는 썩은 이에 비유하며, 이를 뽑아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우리말 논술 / ⑭ 딜레마, 극복할 길은 없는가?
관련 논제 해결하기 [난이도-고등]
<논제 1> 제시문 (가)와 (나)에 제시된 상황은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두 제시문에 나타난 상황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400±50자)
<논제 2> 제시문 (다), (라), (마)는 사회적 딜레마와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 및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 논술하시오. (800±50자)
(가) 브라운 양은 그런 적이 없는데도 영문 모르게 사소한 교통위반으로 고발되었기 때문에 법원에 출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담당 판사는 그녀에게 혐의 사실에 승복할 것인지, 무죄를 주장할 것인지를 물었다. 브라운 양이 처한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승복하거나 무죄를 주장해야 한다.
만일 내가 승복한다면 범하지도 않은 위반에 대해 25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만일 내가 무죄를 주장한다면 어느 날 하루 종일을 법정에서 보내야 한다.
∴ 나는 범하지 않은 위반에 대해 25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거나, 어느 날 하루 종일을 법정에서 보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어느 쪽도 전혀 포기하고 싶지 않는데도 선택이 강요된다는 사실이 그 상황의 유일하게 싫은 대목인 경우도 있다.
존슨 씨는 지금 훌륭한 음식점에서 맛있는 식사를 거의 끝내가고 있는 중이다. 급사가 와서 후식은 무엇이 좋겠냐고 묻는다. 후식은 반드시 하나만 골라 먹을 수 있다. 그는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렇게 답한다. “이건 아주 난처한 상황이로군. 도저히 딸기 파이와 초콜릿 케이크 중 하나만 고를 수 없으니 말이야. 파이를 택하면 케이크를 먹을 수 없고, 케이크를 택하면 파이를 먹을 수 없으니…….”
-웨즈리 C. 새먼, ‘논리학’ p.71~72 중 발췌
(나) 어느 날 한 청년이 당대 최고의 웅변가로 알려진 프로타고라스를 찾아왔다. “선생님, 저는 웅변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떤 논쟁에서도 이기고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수중에 있는 돈은 수업료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선생님께서 저를 가르쳐 주신다면, 나머지 절반은 최초의 소송에서 승소하면 꼭 드리겠습니다.”
프로타고라스는 청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청년을 어떤 소송에서든지 이기게 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승은 부지런히 가르쳤고, 제자는 열심히 배웠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 모두 끝나게 되었다.
그런데 웅변술을 다 배우고 난 청년의 행동이 이상했다. 청년은 충분한 웅변술을 갖추었으면서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법정에서 변론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스승인 프로타고라스는 당초의 계약 때문에 수업료의 나머지 반을 받을 수 없었다.
프로타고라스는 궁리 끝에 청년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가 그렇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청년이 최초의 변론을 맡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재판이 시작되자 프로타고라스가 먼저 나서서 제자인 청년에게 말했다.
“이제 자네는 내가 이 재판에서 이기든 지든 수업료의 나머지 반을 내게 지불해야 하네. 만약 내가 이긴다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자네는 돈을 지불해야 하네. 그렇지 않고 내가 진다면 자네가 최초의 소송에서 이긴 것이 되니 처음 약속한 대로 나에게 돈을 지불해야 되지 않겠나?”
-문형렬 외, <재미있는 논리 여행> 중 발췌
(다) 한 마을에 적당한 크기의 목초지가 있었다. 그 마을에는 10가구가 오순도순 살고 있었는데, 각각 한 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었고 그 목초지는 소 열 마리가 풀을 뜯는 데 적당한 크기였다. 소들은 좋은 젖을 주민들에게 공급하면서 튼튼하게 자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집에서 욕심을 부려 소를 한 마리 더 키우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다른 집들도 소 한 마리, 또 한 마리 등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목초지는 풀뿌리까지 뽑히게 되고 결국 소가 한 마리도 살아갈 수 없는 황폐한 공간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것이 ‘공유재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이다.
사회에는 ‘나’의 것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것이기도 한 것들이 많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주민 편의시설 등 공공의 공간과 동네의 작은 공원 자투리 공간도 이에 해당한다. 넓게 보면 환경·자원·에너지·교육·주택 등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을 유발하는 영역들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 이야기는 개인의 이익과 공동의 이익을 잘 조화하지 않으면 모두가 비극을 겪을 수 있다는 교훈이기도 하지만, 개인과 공동의 이익을 조화롭게 가꾸어 가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시민사회에 알려주는 경고라고도 할 수 있다.
-신종원, ‘집값 거품과 공유재의 비극’ <한겨레> 2006년 5월 28일치 기사.
(라-1) 다수의 피해자와 큰 비용 손실을 가져왔던 또 다른 예는 1971년 이전의 몬태나 광산이다. 당시 몬태나 주에는 광산 회사가 문을 닫으면 광산을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는 법률이 없었기 때문에 몬태나의 많은 광산 회사들이 광산을 닫자마자 바로 떠나버리곤 했다. 광산에 남아 있는 구리, 비소, 산이 강물로 흘러드는데도 이를 방치했던 것이다. 1971년이 되어서야 몬태나 주에서 관련 법률을 만들어 통과시켰지만 회사들은 가치 있는 광물을 다 뽑아낸 후 정작 청소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는 파산 선언을 해 버렸다. 그 결과 5억 달러에 이르는 청소 비용을 몬태나 주 주민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585쪽
(라-2) 태백산과 청옥산에서 흘러내려온 백천동 계곡 맑은 물에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노니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국내에서 손꼽히는 청정 지역인 이곳이 폐광으로 인해 속병을 앓고 있다. 1993년까지 납과 아연을 채취했던 연화봉(해발 1052m) 아래 연화광산에는 돌망태로 쌓은 옹벽이 계단식으로 계곡을 따라 곳곳에 설치돼 있다. 400만㎥에 이르는 광미(鑛尾:폐광석 가루)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설이다. 폐광 중금속이 계곡과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02년 11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2억81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이 같은 복구사업을 벌였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폐광석이 쓸려 내려와 맨 아래 옹벽을 덮쳤고, 폐광석이 유실됐기 때문이다. (하략)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2005년 2월 27일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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