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을 통해 역사적 상상력을 불어넣어줘야 역사교육에 효과가 있다. 사진은 강원도 양구군 양구선사박물관이 개설한 ‘2007 여름문화학교’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고인돌을 옮기는 선사문화체험을 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대입 국사 비중 커지는데…
지난 5월 연세대·고려대·서강대 등 7개 사립대가 2010년 입시부터 인문사회계열에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사에 대한 관심을 부쩍 늘고 있다. 2005년도부터 인문계열 지원자들에게 필수적으로 국사시험을 치르도록 한 서울대의 방침에 이은 이번 방침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국사 과목을 단번에 중요과목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에 앞서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 사태를 계기로 역사교육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고교 1학년의 역사 수업시간을 1주일 2시간에서 1시간 더 늘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수능시험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에서 4과목씩 수험생들이 스스로 고르도록 돼 있다. 수능 사회탐구영역 선택 비중을 분석해보면 2005학년도에는 전체 수험생의 46.88%가 국사를 선택했으나, 2006년에는 31.29%, 2007년에는 22%로 급격히 줄었다. 전체 11개 선택과목 가운데 국사를 선택한 수험생은 7만5860명. 순위로 따지면 7위에 머물렀다. 국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수험생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들이 역사 공부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뭘까. 일선 교사들과 전문가들은 “역사는 공부할 양이 방대하고 외워야 할 것이 많다는 선입견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역사쏙쏙 논술통통’ 한국사편을 펴낸 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 오용순(41) 선임연구원은 “일일이 외워야 할 것이 많은 만큼 시간 투자에 비해 점수가 잘 오르지 않는 것은 맞다”면서 “게다가 학교 수업시간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다보니 이런 방대한 분량을 모두 소화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시험성적의 유·불리를 따져 국사를 외면할 수 있는 상황은 사라지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사와 세계사, 동아시아사에 대한 중요성은 커질 전망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공무원시험을 보고 국가고시를 보게 되더라도 국사과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생을 두고 국사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국사공부를 하는 방법만 남아있다.
<함께하는 교육>은 국사에 처음 접근하는 초등학교 고학년~고등학생들이 보기에 적당한 역사시리즈물을 모아 정리했다. 역사만화물과 이야기식 서술로 쓰여진 역사책들이다. ◆ ‘맹꽁이서당’ 시리즈 (글·그림 윤승운, 웅진주니어 펴냄)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고학년 등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관심을 이들이 보면 좋다. 취학 전 아동이 흥미를 갖는 경우도 있을 만큼 재미가 있다. 10권짜리 조선시대 편과 5권짜리 고려시대 편이 있으며 인물을 중심으로 한 6권짜리 인물열전 편도 있다. 1982년 만화잡지인 <보물섬>에 처음 연재돼 9년동안 장수한 역사만화로, 그 뒤 고려편까지 합치면 20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출판사 쪽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두 100만권 이상이 팔렸다. 2005년말~2006년초에 걸쳐 전면 컬러로 개정작업이 이뤄졌다. 이 시리즈물의 장점은 훈장님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역사이야기를 설명해주는 방식에서 오는 친근함에 있다. 또 사건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의 역사서술에서 오는 높은 주목도도 장점이다. 저자의 학문학에 대한 풍부한 이해가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 ‘만화한국사이야기’ (원작 이이화, 구성 김형호, 그림 원병조. 삼성출판사 펴냄)
2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한국의 역사 5천년 통사를 써낸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낸 시리즈로 우리 역사 전체를 7권으로 묶어냈다. 사건사와 정치사 위주의 역사에서 벗어나 생활사·문화사를 많이 담으려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결혼과 장례 풍습은 어땠는지, 음식 문화는 어떻게 변했는지, 김치는 언제부터 먹게 시작했는지 등이 언급돼 있다. 또 설화나 민담, 신화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한 점도 돋보인다. 평민계층의 온달의 이미지가 왜 바보로 조작되었는지를 당시 사회의 세력관계로 풀어보는 식이다.
◆ ‘한국사편지’ (박은봉 지음. 웅진주니어 펴냄)
초등학생 딸을 둔 저자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다. 역사만화 시리즈물들을 끝낸 뒤에 볼 만한 책이다. 원시사회부터 ‘남북화해시대’로 붙여진 현대에 이르는 기간이 모두 다뤄지며, 5권으로 돼 있다. 풍부한 사진과 그림을 바탕으로 한 시원시원한 디자인, 국수주의적으로 우리 민족의 우월성을 앞세우는 대신 역사속에 등장하는 여러 주체들의 입장을 개관적으로 바라보는 균형잡힌 시각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점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이야기한국역사’ (이야기한국역사편집위원회 지음. 풀빛 펴냄)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한차원 높게 고민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1980년대에 만들어졌지만, 우리 역사에 대한 깊이 있고 차분한 서술 태도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시리즈물이다. 현대사를 얼버무리는 경향이 짙은 다른 역사서들과는 달리 전체 13권 가운데 5권이 근대 이후 시대를 그리고 있다. 일제시대와 해방 공간, 대한민국 수립 이후의 현대사를 보는 시각을 갖추는 데 유용하다.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글·그림 박시백, 휴머니스트 펴냄)
만화시리즈물이지만, 내용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만화책 이상이다. 조선왕조실록과 기타 참고 자료를 꼼꼼히 분석한 데서 비롯하는 사실관계 추적이 돋보인다. 그 결과 역사를 보는 시각이나 안목을 길러주는 효과가 크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그리고 일반인들까지도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겨레>에서 시사만화를 그렸던 경력 때문인지 저자는 마치 조선시대 사관이 된 것처럼 역사를 깊고 넓게 보려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사실이나 잘 몰랐던 이면의 사실을 균형감있게 그려내려 했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이 엄청난 위대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해서만큼은 사대주의를 버리지 못했던 점, 광해군이 폭군의 평가를 받았지만 초기에는 능력있는 군주의 모습을 보인 점 등을 고루 언급한다. 모두 10권으로 구성돼 있는 이 시리즈는 조선 전기(세조~선조)의 역사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체험학습 통해 눈으로 보게 해야” 오용순 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 선임연구원
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 오용순 선임연구원은 “학교 수업시간을 통해 다 채울 수 없는 국사 공부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며 “체험학습이나 역할 놀이를 국사공부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사를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 학생들은 국사를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도 있다. 수학처럼 공식을 알면 여러가지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그런 과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할 때 응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으로 외워야 하는 지식이 있는데 국사의 경우에는 그런 기초적인 필수암기정보가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얻는 점수의 양이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 그러면 효과적인 국사공부 방법이 따로 있나.
= 막연한 얘기인 것 같지만, 역사적 상상력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를 그 시대 상황과 끊임없이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암기를 넘어서 이해의 영역으로 이전해갈 수 있다. 조선시대라면 토지 제도와 관련한 얘기가 참 많이 나온다. 그것을 그냥 통째로 외우려니까 어려워진다. 그 시대 상황에서 내가 어떤 계층의 인물이라면 그 제도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식으로 자신을 자꾸 특정한 상황에 몰아넣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이해한 역사 지식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왕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농민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천민의 입장에서도 볼 줄 알아야 한다.
- 역사적 상상력을 위해서는 책을 통한 교육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데.
= 고궁이나 유적지 등을 답사하면 역사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책에서 읽은 것을 현실에서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눈으로 먼저 본 뒤에 책으로 확인하는 것도 즐거워한다. 퍼즐 같은 놀이를 통해서 책에서 읽은 내용을 곱씹어보게 하는 것도 좋고, 토론거리를 만들어 토론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책을 읽는 방식도 다양화하는 게 좋다. 통사만 읽힐 게 아니라 문화사, 전쟁사 등 소주제별로 정리돼 있는 책을 읽힌 뒤 나중에 통합적인 역사책을 읽히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김창석 기자
<함께하는 교육>은 국사에 처음 접근하는 초등학교 고학년~고등학생들이 보기에 적당한 역사시리즈물을 모아 정리했다. 역사만화물과 이야기식 서술로 쓰여진 역사책들이다. ◆ ‘맹꽁이서당’ 시리즈 (글·그림 윤승운, 웅진주니어 펴냄)
맹꽁이 서당
만화한국사 이야기
한국사 편지
이야기 한국사
조선왕조실록
“체험학습 통해 눈으로 보게 해야” 오용순 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오용순 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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