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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스스로 공부 습관’ 키우려면 부모 생각 바꿔야

등록 2007-10-21 14:19

송인섭 숙명여대 교수
송인섭 숙명여대 교수
‘자기주도학습’은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의 꿈이다.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게 되면 한꺼번에 세 가지 문제가 풀린다. 성적, 가정경제, 부모-자식 사이의 관계가 그것이다. ‘일석삼조의 공부법’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할 것인가가 항상 문제다.

지난해 6월 교육방송에서 ‘교육실험 프로젝트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만들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기주도학습법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킨 숙명여대 송인섭 교수를 <함께하는 교육>이 만났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6주동안 실험을 해 학교 성적을 올린 것은 물론이고 학습과 관련한 행동 패턴의 변화까지도 이끌어낸 바 있다. 학원이나 과외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학생들이 변해가는 모습이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그는 이 실험결과를 정리한 책인 <송인섭 교수의 공부는 전략이다>(팝콘북스)를 올해초에 출간했다.

프로펠러 · 감시카메라형 부모, 아이 창의성 못살려

조급증 버리고 긍정적 말로 학습동기 부여해줘야

학습 계획·실천·평가 스스로하면 공부 자신감 ‘쑥쑥’


- 자기주도학습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 28년동안 교수로 일했다. 상당 기간을 영재교육에 관심을 두었는데 한국 영재들에게 공통적인 문제가 있었다. 영재들은 보통 세 가지 특징, 즉 창의적이고 자생적이고 고집이 세다. 그런데 한국의 영재들이 너무 타인지향적이었다. 부모들이 문제였다. 프로펠러형 부모, 감시카메라형 부모가 많았다. 한국가정에 대한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였다. 7~8년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계속했다. 머리가 무척 좋은 아이들인데 부모들이 그것을 죽이고 있었다. 교육방법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 자기주도적 학습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20세기 교육은 ‘접수’에 의한 교육, 즉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교육이었다. 암기식 사지선다형 교육이었다. 요컨대 타인지향적 교육이었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21세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답습해서는 안 된다. 21세기 화두는 인간의 ‘창의’다. 자생적 인간의 사고가 중요하다. 타인에 의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공교육에서도 창의력 교육이라는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이뤄지지 않는다. 수능시험 역시 객관식 시험으로 기억을 뱉어내는 방식이다.

- 자기주도적 학습법을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실제 가정에서 부모들이 학생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소개해달라.

= 원리는 간단하다. 학습의 계획과 실천, 평가의 주체를 교사, 과외교사, 부모로부터 학생 자신으로 바꾸면 된다. 핵심요소는 3가지인데 동기적 요소, 인지적 요소, 행동적 요소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게 동기 부분이다. 그래야 행복감을 가지고 학습을 주도할 수 있다. 동기가 극대화되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학습 전략이 나오는데 그것이 인지적 요소다. 행동전략은 학습전략을 일상에서 구현하는 방법이다.

- 자기주도학습을 가로막는 요소로는 어떤 것이 있나.

= 의미없는 시간의 투입을 공부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인식이 문제다. 공부방에 넣어두고 의미없는 감시를 한다. 10시간을 공부한다고 하면 실제 집중하는 시간은 평균 1.5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는 통계도 있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되면 공부를 해도 잠이 안 온다.

- 자기주도학습법이 실제 성적을 올린다는 점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높은 것 같다.

= 지난해 실험에서는 6주 동안 평균 13점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 가지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 성적이 오르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행동이 바뀌는 게 더 중요하다. 자신감이 생기고, 공부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는 점이 중요하다. 부모와의 갈등이 줄고, 학교에서도 공부하는 친구들과 사귀게 되고, 학원 가는 것도 조절하게 된다.

- 유행처럼 번지다보면 자기주도학습법에 대한 오해도 생길 것 같은데.

= 방임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적 상황에서는 아이들을 방임하는 부모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점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부모들이 너무 조급하다는 점이다. 최소한 6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아이를 관찰해야 하는데 1주일만에 ‘우리 아이가 그대로인데 어쩌냐’고 푸념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을 해야 긍정적 자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와 많은 점을 의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아이를 믿지 못한다. 아이의 판단을 믿어도 되느냐고 의심한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가 아이의 행동 변화에 관한 관찰일지나 일기를 쓰는 게 좋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하나의 유행이나 패션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 전체의 지적 능력의 고양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자기주도 학습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사전검사를 하는 과정이 있는데 전문기관의 검사가 필요한 것인가.

= 그렇지는 않다. 부모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엄마가 시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못하는 아이는 검사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아이는 자신감이 없다.

- 초·중·고등학생의 자기주도 학습력은 서로 다를 것 같은데.

= 학습을 주도하는 비율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달라져야 한다. 초등학생은 부모 대 학생 비율 4대6 정도, 중학생은 2대8 정도, 고등학생은 1대9 정도 되어야 한다. 사실 부모들은 학생의 학습 동기의 근원이다. 고학년일수록 이유있는 동기를 부여해줘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서 칭찬해줘야 한다. 가장 나쁜 것은 역시 감시카메라 인식을 주는 것이다.

- 자기주도학습법이 성인이 된 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 당연하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스스로 사고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사회적으로는 창의적인 리더를 길러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미래 한국사회의 동력은 인간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니까 자기주도적 인간으로 기르려면 처음 육아를 할 때도 최대한 자율적 행동을 격려해야 한다. 부모가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할 때 책망하기보다는 격려해줘야 한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 짜증을 내거나 부모가 분을 못이기면 아이는 눈치를 보게 된다. 창의성의 뿌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연구가 진행중인가.

= 컴퓨터 중독, 스트레스, 부모와의 갈등, 연예인 스타를 좇는 행동 등 자기주도학습을 방해하는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대처법을 연구중이다. 내년에 이에 관한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자기주도 학습전략 9원칙

1. ‘공부했다’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 단순히 ‘시간’과 ‘분량’에 얽매이지 말고 얼마나 ‘이해’하고 넘어갔는지에 공부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스스로 준비하고 계획할 때,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그 이유와 가치를 분명히 알고 목표를 세울 때 진짜 공부가 이뤄질 수 있다.

2. 나를 알고 나면 전략은 저절로 생긴다

: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공부방법이 맞을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아내려면 자신히 소화해낼 수 있는 학습시간과 보충과목을 스스로 선택하고 학습방법을 계획해야 한다. 실천한 뒤에는 평가하고 문제점을 파악한다.

3. 작은 성공의 경험이 힘이 된다

: 조그만 성공 경험과 자신에 대한 긍정적 체험이야말로 의지를 갖고 자신을 바꿔가는 힘이 된다. 그러면 가족관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4. 집중력의 마법이 성적을 올려준다

: 집중력은 필요에 따라 의지에 의해 노력하고 훈련하면 키워질 수 있다. 그 해답이 바로 자기주도 학습전략이다.

5. 내게 꼭 맞는 목표를 찾아 실천한다

: 학습계획과 목표는 자신의 능력을 고려해 짜도록 해야 한다. 처음부터 너무 높거나 낮은 목표를 잡으면 안 된다. 일주일 정도 시행해볼 수 있는 계획을 짜고 점검하는 방식이 좋다.

6. 자신감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 “그래서 전 못해요”라거나 “못할 것 같은데요”와 같은 말버릇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주변의 칭찬과 격려, 특히 부모의 칭찬과 격려가 중요하다.

7. 길게 보고 더디 가는 게 미덕이다

: 공식을 외워 암기하는 공부보다는 원리를 이해하는 공부가 되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공부하게 되면 끊임없이 의문이 생기는데 과외를 하면 질문이 안 생기기 때문에 공부에 독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8. 시간을 다스릴 줄 알면 시간이 남는다

: 자신에게 잘 맞는 시간활용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자투리 시간만 잘 쓰면 시간이 남는다는 사실을 실천을 통해 경험해야 한다.

9.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성공이다

: 습관은 최소한 수개월에 걸쳐 익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이후로도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한다.

글·사진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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