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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효율보다 가치… ‘느림의 철학’ 확산

등록 2007-11-11 16:45

‘명상만화’란 부제를 달고 있는 최영순씨의 만화 <마음밭에 무얼 심지?>. 빠른 속도만을 추구하는 세태를 비판하고 느림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명상만화’란 부제를 달고 있는 최영순씨의 만화 <마음밭에 무얼 심지?>. 빠른 속도만을 추구하는 세태를 비판하고 느림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통합논술 교과서/ (24)현대사회 합리성의 의미는?

관련 논제 해결하기/ [난이도 수준-고2~고3]

<논제> 제시문 (가), (나)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삶의 태도를 설명하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삶의 태도가 갖는 의의는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600~700자)


(가) 최근 ‘물질적 가치나 명예를 얻기 위해 달려가는 삶보다는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삶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 사람들’이란 웰빙(Well-Being)족이 주목을 받으면서 동시에 이와 같은 슬로비(Slobbie)족, 캔들(Candle)족, 네오웰빙(Neo Well-Being)족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인간의 물질적 행복보다는 정신적 풍요에 더 큰 가치를 두며 디지털 세상의 급류에 역행한다.

슬로비(Slobbie)족 = 행복 +가정

슬로비족은 천천히 그러나 더 훌륭하게 일하는 사람(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의 약칭으로 이들은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속도를 늦추고 보다 천천히 살기를 원하며 물질과 출세보다는 마음의 행복과 가족을 중시한다. 주식투자보다 저축을 하고 돈보다 행복을 위해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도시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기기도 한다. 이들은 주5일제 확대시행과 함께 점차 늘어나고 있다.

캔들(Candle)족 = 여유 + 명상

전등 대신 일주일에 한 시간만이라도 촛불을 켜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바로 캔들족이다. 촛불을 켬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전기와의 단절을 통해 TV와 라디오, 컴퓨터에 뺏겼던 시간을 되찾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자는 것. 외국의 경우 하루 정도 촛불을 켜는 ‘캔들 나이트’는 환경운동가를 중심으로 한 절전 운동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느린 삶을 추구하는 문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도 ‘캔들 나이트’ 행사와 크고 작은 모임을 통해 캔들족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네오웰빙(Neo Well-Being)족 = 행복 + 정신적 즐거움

네오웰빙족은 본래 의미와는 다르게 ‘웰빙만 붙으면 팔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업화된 웰빙 운동을 경계하고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추구한다. 즉 사치나 개인주의 성향으로 흐르는 맹목적인 웰빙 운동과 달리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을 찾는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은 황금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가 아닌 몸과 마음, 일과 휴식, 가족과 사회 공동체 등의 균형을 강조한다.

위에서 알아본 슬로비족, 캔들족 등은 빠른 속도의 삶을 모토로 삼는 디지털족과 행복과 재미를 추구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패스트푸드를 거부하고 화학조미료 대신 전통 방식의 조리법을 사용한 슬로우 푸드(Slow Food)를 선호하며 핸드폰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삐삐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취업과 성적에 열을 올리는 대학교에서 ‘느리게 사는 철학’이 가능할까? 작은 실천을 통해 느린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5년 넘게 물병을 가지고 다닌다는 갈옥빙 씨. 갈씨는 차를 마시면 몸에도 좋고 여유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온 갈옥빙(경제학과 04)씨는 느리게 사는 방법이 거창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즉 자전거 타기나 도시락 싸기, 자판기 커피 대신 물병 가지고 다니기 등 작은 부분들이 학교 내에서 실천할 수 있는 느린 삶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실천하는 일은 바로 ‘물병가지기 다니기’라고 밝힌 갈씨는 한국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쫓기듯 사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의 ‘빨리 빨리’는 식당에서도, 강의실에서도 이어진다는 것. “15분 동안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한국 사람들은 5~10분 사이에 다 먹으려고 해요. 그리곤 어디론가 쫓기듯이 가요. 중국 사람들이 느리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병에 차를 넣어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차를 마시는 여유를 즐겨요. 자판기 커피 같은 인스턴트는 설탕이 많아 건강에도 나쁠 뿐더러 사람들의 정감을 잃게 해요.” 갈 씨는 집에서 차를 끓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며 오히려 시간보다 마음먹기에 따라 하루를 다르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전거로 통학하는 권혁민(중어중문 02)씨는 현재 4학년 2학기로 학원과 팀 프로젝트 등으로 바쁘지만 가까운 거리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거리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학교에서 멀리 동대문이나 종로까지 자전거를 이용해요. 자전거를 타면 재미도 있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요.” 권씨는 또 “가까운 거리일 경우 마을버스나 자전거나 걸리는 시간은 거의 같아요. 사람들이 바쁘다고 하면서 빠르고 간편한 것만 찾는데 시간계획만 잘 세우면 오히려 느린 방식으로도 넉넉하게 시간을 쓸 수 있어요”라며 자신이 가진 여유의 비결을 밝혔다.

-최태호 기자/인터넷 고대신문 2005년 11월 18일자에서 발췌

(나) 혹심한 기후와 자원의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라다크 사람들은 단지 생존 이상으로 즐기며 산다. 그들이 가진 것이라곤 아주 기초적인 연장들뿐이므로 그것은 더욱 놀라운 성취이다. 베틀과 쟁기 외에 ‘기술’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것은 마찰 작용으로 곡식을 조금씩 내어놓는 장치가 있어 지켜보지 않아도 되는, 단순하게 잘 고안된 물레방아뿐이다. 그 외에는 삽, 톱, 낫, 망치 같은 도구만이 쓰인다. 더 복잡한 것은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큰 기계류를 사용해서 하는 일들을 라다크 사람들은 짐승들을 쓰거나 협동작업으로 한다.

일에는 각기 노래가 따른다. 야크, 조, 말, 나귀들의 무리가 대부분의 물품을 운반한다. 벽돌이나 돌은 여러 사람이 한 줄로 늘어서서 하나씩 전달하는 방법으로 운반하고, zjekf란 나무둥치 같은 것은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운반한다.

단순한 연장들밖에 없으므로 라다크 사람들은 일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낸다. 의복용 털을 생산하는 일은, 양들이 풀 뜯는 동안 돌보는 일에서부터 손으로 털을 깎고, 씻고, 물레질하고, 마침내 짜는 일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마찬가지로 음식을 만드는 일도 씨뿌리기에서 음식이 상에 오를 때까지 노동집약적인 과정이다. 그런데도 라다크 사람들은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있다. 그들은 부드러운 속도로 일을 하고, 놀라울 만큼 많은 여가를 누린다.

시간은 느슨하게 측정된다. 분을 셀 필요는 절대로 없다. 그들은 “내일 한낮에 만나러 올게, 저녁 전에”라는 식으로 몇 시간이나 여유를 두고 말한다. 라다크 사람들에게는 시간을 나타내는 많은 아름다운 말들이 있다. “어두워진 다음 잘 때까지”라는 뜻의 ‘공그로트’, “해가 산꼭대기에”라는 뜻의 ‘니체’, 해뜨기 전 새들이 노래하는 아침시간을 나타내는 ‘치페-치리트’(새노래) 등 모두 너그러운 말들이다.

여러 시간 일을 해야 하는 추수철에도 일이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여든 살의 노인도 어린아이도 함께 일할 수 있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자기들의 속도로 웃음과 노래를 곁들이며 한다. 일과 놀이는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놀랍게도 라다크 사람들이 실제로 일을 하는 것은 일 년에 4개월뿐이다. 8개월간의 겨울 동안에는 요리를 하고 짐승들을 먹이고 물을 긷고 해야 되지만 일은 아주 적다. 겨울 대부분은 잔치와 파티로 보낸다. 여름 동안에도 거의 매주 이런저런 중요한 잔치나 축하행사가 있지만 겨울 동안에는 거의 연속되어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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