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논술 교과서 / (29) 중용의 의미
시사로 따라잡기 / [난이도 수준-중2~고1]
‘폐인(廢人)’은 2003년 문화방송의 인기드라마 <다모>의 열성 시청자들을 ‘다모 폐인’이라고 칭하면서 쓰이기 시작한 신조어다. ‘마니아’(mania)보다 한 단계 깊게 어디에 빠진 이를 가르킨다. 식음을 전폐하는 수준으로 미쳐야 폐인의 칭호를 들을 수 있다. 폐인 현상은 극단적인 중독이 일반화하고 있는 최근 우리 사회의 흐름과 맞닿아있다. 피시방에서 50시간 넘게 온라인 게임에 빠져 있던 20대 청년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는 사건이 심심찮게 생기기도 한다. ‘몰입’의 수준을 넘어 ‘병적인 집착’으로까지 나가는 폐인 현상이 가져다주는 최악의 결과다.
사실 몰입은 고도로 발달한 뇌를 가진 인간만의 특권이다. 병리학적으로 ‘미치지’ 않았는데도 특정한 일이나 대상에 ‘미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소명의식’으로 무장한 채 이웃을 희생한 이들의 몰입이 없었다면, 인간 삶을 질적으로 한 단계 변화시키는 중대한 발견과 발명을 한 과학자들의 몰입이 없없다면 인류는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일 중독’과 같은 가벼운 중독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정도가 높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몰입을 ‘열정’과 ‘전문가정신’ 같은 긍정적 가치로 바꿀 수만 있다면 몰입이나 중독, 폐인 현상마저도 그렇게 부정적인 면만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들이 집착의 수준으로 변질되면서 생긴다. 예를 들어 ‘~빠’ 현상이 그렇다. ‘노(무현)빠’나 ‘황(우석)빠’ 현상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처음에는 이성의 영역을 머물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환호와 열광, 지지도 도를 넘어서게 되면 순식간에 우상의 영역에 진입할 수 있다. 일단 우상의 영역에 들어서게 되면 합리적 토론이나 비판이 힘을 잃게 된다. 이분법적 사고와 극단적 편가르기가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한국사회에서 병적인 집착은 민주주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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