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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선생님도 대학생도 헤매기는 마찬가지

등록 2008-01-27 17:16수정 2008-01-27 20:18

‘2008 논술’ 일반인이 직접 풀어보니 선생님도 대학생도 헤매기는 마찬가지
‘2008 논술’ 일반인이 직접 풀어보니 선생님도 대학생도 헤매기는 마찬가지
‘2008 논술’ 일반인이 직접 풀어보니
대학생·국문학 박사·국어교사 등 11명 논술체험
논제 ‘범주’ 가볍게 생각, 대부분 정확한 독해 못해
가치관등 개인의견 반영여지 좁아 요령 없인 힘들어

새 정부의 교육정책과 맞물려 대입 논술의 방향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온다. 주요 대학들은 모집인원의 절반을 뽑는 수시에서는 논술의 비중을 더욱 올리겠다고 한다. 반면 정시모집의 경우 일부 대학들은 학생들의 부담을 고려해 논술 축소를 검토중이다. 하지만 몇몇 대학들은 고교의 통합교과적 학습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교육을 논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논술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부정하는 이는 별로 없다. 문제는 현재 출제되고 있는 논술이 학생들에게 걸맞는 ’수준’이냐 하는 점이다.

지난 10일 서울의 몇몇 사립대가 논술고사를 치른 뒤 언론들은 논술 담당 교사나 입시 전문가의 말을 빌려 올해 논술고사의 난이도를 ‘대체로 평이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얘기는 다르다. “열심히 풀고 난 뒤에 대학이 발표한 출제 의도를 살펴보면 ‘그 제시문이 어떻게 이렇게 해석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쉬웠다’고 말하는데 ‘직접 풀어보라’고 하고픈 심정이다.” 얼마전 정시 논술고사를 본 안아무개(18ㆍ경남 창원)양의 말이다. 안양에게 올해 논술고사는 전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함께하는 교육>에서는 올해 대학들이 도입한 통합교과형논술이 과연 학생들에게 적절한 수준인지 알아보고, 논술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보기 위해 어른들이 직접 논술고사를 보게 해봤다. ‘08년 논술고사 체험단’에는 졸업을 앞둔 99학번 대학 재학생부터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67학번 대선배까지 모두 11명이 참여했다. 문제는 지난 10일 고려대 인문계열 논술시험에 출제됐던 것이다.

그 결과, 4명은 ‘대체로 평이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나머지 7명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특히 제시문에 대한 평가부터 크게 엇갈렸다. ㄱ(32ㆍ학원 강사)씨는 “‘신뢰’을 주제로 낸 것이 시의적절했고 제시문들간의 상관성도 높은, 좋은 문제”라며 “고교 과정에서 배운 개념으로 무리없이 풀 수 있겠다”고 했다. ㄴ(60ㆍ국문학 박사)씨는 “제시문이 너무 평이해서 변별력이 있겠나 싶을 정도”라며 “다만 글쓰기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ㄷ(30ㆍ임용고사 준비)씨는 “내용은 어렵지 않은데 어려운 단어나 난삽한 문장이 많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며 “수험생을 혼동시키려는 의도된 선택같았다”고 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ㄹ(28ㆍ대학생)씨는 “도표나 사회통계를 통해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일은 대학에서도 해보지 않았던 일인데 고교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답안지는 실제로 몇점을 받을 수 있을까? 이들 가운데 5명의 답안지를 평가한 강석준 교사(계성여고)는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하지 않아서 출제 의도를 충분히 반영한 답안을 작성한 사람이 없다”며 “몇몇은 채점이 불가능한 정도였다”고 했다. 똑같은 답안지를 채점한 김경석 강사(김영준국어논술학원)도 “제시문은 물론 논제조차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등 교육을 받은 일반인들이 고려대 논술고사에서 ‘낙제점’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강 교사는 “글쓰기의 유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요약하기’를 요구하는 1번 논제를 풀면서 제시문을 단순히 ‘축약’하는 수준에 머물면 안된다. 요약과 축약의 차이점을 모르는 풀 수가 없는 문제다.

김 강사는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무시하고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면 논술고사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3번 논제는 ‘제시문들을 참조하여’라는 조건이 중요한데도 5명 모두 제시문을 근거로 들지 않고 개인적인 견해만 밝혔다는 것이다. 통합교과형 논술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대학이 평가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채점 기준을 논제에 밝혀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른 체험단’은 통합교과형 논술은 ‘논술만을 위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체험단 ㅁ(29ㆍ국어교사)씨는 “논제에 채점 기준이 드러난다고는 하지만 그냥 읽어서는 요구하는 바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일반인들이나 학생들이나 사정은 같을 것”이라며 “논제를 해석하고 분량에 맞춰 쓰는 요령을 일러주는 학원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형태의 논술고사의 한계를 극복해야 올바른 논술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으로 모였다. 체험단 ㅂ(대학 교수)씨는 “주제는 시의성 있지만 논제는 사회현상에 대한 자기 관점이나 견해를 드러낼 수 없게 만들어졌다”며 “본질적으로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묻는 일반적인 논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김영준국어논술학원 김영준 원장은 “통합교과형 논술은 예를 들어 대운하 건설에 대해 사회ㆍ환경적 측면에서 옳으냐 그르냐를 논하는 게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 가능하냐 안하냐를 논하는 식이다. 미국식 ‘비판적 읽기와 쓰기(critical reading and writing)’에 기반한 것이지 견해나 가치관을 평가하는 에세이(eaasy)나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는 다르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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