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가림막을 세워 놓은 채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험을 치르고 있다. 전국의 초등학교 4∼6학년생을 대상으로 치러진 일제고사 형태의 진단평가는 1996년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교육부, 정책연구진 ‘우려’ 보고에도 ‘강행’
“학생평가 도움 안되고 방식도 문제” 지적
“학생평가 도움 안되고 방식도 문제” 지적
전국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에 이어 11일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의 진단평가가 치러졌으나 일부 교사들이 시험을 거부하는 등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교육과기부는 지난해 정책연구진이 ‘초등학생 기초학력을 진단하는 데 일제고사 방식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는데도, 전국 일제고사 방식의 진단평가를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 마찰=서울 지역 일부 초등학교 교사들은 이번 시험이 진단평가의 취지를 상실했다며 시험 시행을 거부했다.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 신아무개 교사(5학년 담임)는 국어·수학 시험만 치르고 나머지 영어·사회·과학 시험은 치르지 않았다. 신 교사는 “아이들의 인문적 능력과 자연적 능력을 파악하는 데 국어·수학으로 충분하다고 봤다”며 “다른 과목은 학기 동안 천천히 진단하는 게 훨씬 교육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제고사가 갓 새 학년이 된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업 부담을 지우고, 교사들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학업 능력만으로 살피는 선입견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이런 교사들이 서울 지역 초등학교 20여 곳 2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박진보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위원장은 “교육과기부와 시·도교육청이 교사의 평가권을 빼앗은 채 진단 기능을 상실한 일제고사를 치른 게 문제”라며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만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충남에선 지난 7일 도교육청 주관으로 초등 2∼6학년 학생들이 진단평가를 치른 데 이어 나흘 만인 이날 다시 초등 4∼6학년 학생들이 비슷한 과목의 진단평가를 치러, 학부모·교사들의 반발을 샀다. 이정희 전교조 충남지부 대변인은 “개학하자마자 연거푸 치러진 두 차례 진단평가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크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학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우려=교육과기부가 지난해 맡긴 정책연구도 일제고사에 우려를 나타냈다.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 실태 연구’(연구책임자 김경근 고려대 교수)는 “기초학력 진단도구를 일제고사 방식으로 실시하면 교육 현장에서 시험의 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제고사 방식으로 여러 학급이 비교 평가되는 형식을 지양하고, 학급의 교사가 다양한 진단도구를 활용해 학부모와 직접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육부는 이 정책연구에 이어 지난해 7월 ‘생애 초기 기본학습능력 지원계획’을 마련했고, 이 지원계획을 바탕으로 이번 초등학생 진단평가를 추진했다.
김경근 교수는 “일제고사 같은 시험으로 기초학력을 진단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별 도움도 안 되고, 방식도 문제”라며 “아이와 가장 가까이 있는 교사가 중심이 돼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고사가 위험한 건 교육 현장에서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평가도구로 인식돼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최현준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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