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금지’ 지침에도
교육부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금지’ 지침에도
학부모 “안볼 수도 없고” 분통…누리꾼들 반대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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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ㅈ아무개(경기 성남)씨는 얼마 전 아이가 가져온 어린이신문 구독권유 안내장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안내장 뒤에 구독료 5천원을 넣을 수 있게 봉투까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구독 권유가 아니라 노골적인 강제구독이라고 생각했다. 화가 났지만 구독을 거부했다가 괜히 아이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5천원을 넣어 학교로 보냈다. ㅈ씨는 “학교에서 특정 신문을 강제로 보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ㄱ아무개(경기 고양)씨 집에서도 어린이신문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초등 2학년 딸아이가 지난 17일 학교에서 구독 권유 안내장을 가져왔지만, 신문사의 논조 등을 고려해 구독을 시키지 않았더니 “다른 친구들은 다 보는데 왜 나는 안 되냐”며 아이가 울고불고 며칠 째 밥도 먹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ㄱ씨는 “당장 달려가 교장한테 따지고 싶었지만 아이를 생각해 꾹 참았다”고 했다. ㄱ씨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ㅅ아무개씨도 “영어몰입 교육을 옹호하는 등 어린이신문의 내용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아이가 보기를 원해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06년 학교에서 어린이신문 구독권유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구독권유 안내장을 일괄적으로 보내는가 하면, ‘스쿨뱅킹’으로 신문 구독료를 수납하거나 어린이신문을 활용한 숙제를 내줘 어쩔 수 없이 신문을 보게 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교육부 지침 위반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다음 아고라)에서는 지난 25일부터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반대 서명이 시작돼 지금까지 4700여명이 참여했다.
서울의 상당수 학교는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여전히 단체구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장들은 지난 18일 아예 교육부 지침을 철회해 달라며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 서울지역 560여개 초등학교 가운데 91곳이 단체구독을 했다. 이원영 보좌관은 “학교에서 단체구독을 하면 대부분 강제성을 띠기 때문에 자율 구독을 위해선 가정에서 보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초등위원장은 “지침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마당에 이마저도 없어지면 서울 560여개 초등학교에서 영업에 혈안이 된 신문사의 로비 등으로 비리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교육부가 지침을 내리기 전까지 신문사가 신문 1부당 700원씩을 학교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도 “상업주의에 치우친 기사내용, 리베이트 관행 등 문제가 하도 많아 2년 전 지침이 마련된 만큼, 정부는 지침을 어긴 학교에 강력한 행정지도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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