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단군은 어떻게 자아실현 했나

등록 2008-04-13 15:54

우리말 논술
통합논술 교과서 / (44) 신화 속에 숨은 인간의 삶

관련 논제 해결하기 / [난이도 수준-고2~고3]

<논제> 제시문 (가)는 삼국유사에 실린 단군신화를 풀어 쓴 것이며, (나)~(라)는 단군신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준다. 하나의 신화는 이처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고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제시문을 참고해 단군신화에 나타난 주인공의 삶을 ‘자아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논술하시오. (700±50자)

* 유의사항 : (나)~(라) 내용은 분석의 예로 주어진 것으로 답안에 인용하거나 반영하지 않아도 됨.

(가) 옛날 환인의 서자(庶子:장남이 아닌 차남 이하의 아들을 말함) 환웅이 자주 세상에 내려가 인간세상을 구하고자 하므로 아버지가 환웅의 뜻을 헤아려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어 세상에 내려가 사람을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이 무리 3000을 거느리고 태백산(太伯山) 꼭대기의 신단수(神壇樹)밑에 내려와 그곳을 신시(神市)라 이르니 그가 곧 환웅천왕이다. 그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穀)· 명(命)· 병(病)· 형(刑)· 선(善)· 악(惡) 등 무릇 인간 360여 가지 일을 맡아서 세상을 다스렸다.

이때 곰 한 마리와 범 한마리가 있어 같은 굴 속에 살면서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환웅은 이들에게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쪽을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된다고 일렀다. 곰과 범이 이것을 받아서 먹고 근신하기 3·7일(21일)만에 곰은 여자의 몸이 되고 범은 이것을 못 참아서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웅녀(熊女)는 그와 혼인해 주는 이가 없으므로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를 가지게 해달라고 기원하였다. 이에 환웅이 잠시 변해 혼인하여 아이를 낳으니 그가 곧 단군왕검(壇君王儉)이다.

왕검이 당고(唐高:중국의 성군인 三皇五帝 가운데 堯임금을 말함. 당시 고려의 3대 왕인 定宗의 이름이 堯인 까닭에 이를 피하여 비슷한 의미인 高자로 대신 쓴 것임) 즉위 후 50년인 경인(庚寅)에 평양성(平壤城)에 도읍을 정하고 비로소 조선이라 일컬었다. 이어서 도읍을 백악산(白岳山)의 아사달로 옮겼는데 그곳을 궁홀산(弓忽山:弓 대신 方자로도 씀.) 또는 금미달(今彌達)이라고도 하였다.

단군은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고 주(周)나라 호왕(虎王:주나라의 武王을 말함. 고려 2대왕 惠宗의 이름 武를 피한 것임)이 즉위한 기묘년에 기자(箕子)를 조선의 임금으로 봉하니 단군은 장당경(藏唐京)으로 옮겼다가 뒤에 아사달에 돌아와 숨어서 산신이 되니 나이가 1908세였다.

-<삼국유사> 중 단군신화 부분.

(나) ‘단군신화’의 문명교류사적 의미는 한마디로 당대의 여타 문명과 신화소(神話素), 즉 신화를 꾸미는 여러 가지 구성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신화에 북방 시베리아의 초원문명에서 인간과 특별한 친연관계를 지닌 토템적 천연물인 곰을 등장시킨다거나, 고대 오리엔트문명에서 일반화한 천신(天神)과 인간의 결합에 의한 창조설이 그대로 나타난다든가 하는 것은 이러한 공유성을 말해 준다. 문제는 이러한 공유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서로가 교류한 결과인지, 아니면 문명의 보편성이란 특성에 의해 나타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문명의 보편성이란 같은 환경이나 여건 아래서는 물론, 때로는 다른 환경이나 여건 속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내용과 형태에서 유사한 문명이 창조된다는 것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이러한 공유성이나 보편성도 하나의 만남이기 때문에 교류라고 볼 수 있다. ‘단군신화’에 나타난 신화소의 공유성은 이러한 문명의 보편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바로 여기에 ‘단군신화’의 세계성이 있다.

우리는 ‘단군신화’의 문명교류사적 의미와 세계성을 당대의 다른 신화들과 비교해봄으로써 좀 더 뚜렷하게 간파할 수 있다. 그 한 신화로 고대 서방신화들의 모태라고 하는 고대 수메르의 길가메시 신화를 꼽을 수 있다. 문명사에서 보면, 약간 차이가 있는 두 신화의 비교는 시사하는 바가 있어 퍽 흥미롭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고대 신화가 수메르를 비롯한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연유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중략)

두 신화는 모두 다양한 신화소를 통해 당대의 역사적 실상이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단군신화’는 조선의 건국과 천도, 기자에 의한 멸망 등 역사적 사실을 시사하고, ‘길가메시 서사시’는 초기 도시문명의 갈등상을 보여주고 기원전 2350년께 남부 메소포타미아에서 일어난 대홍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신화의 주인공들은 신력을 빌어 자기 욕망이나 이상을 실현하려고 한다. 환웅은 천신 환인의 아들로서 아버지로부터 받은 천부인으로 세상을 다스리며, 단군은 산신으로 세상을 떠난다. 마찬가지로 길가메시도 반인반신으로서 선지자인 우트나피쉬팀을 찾아가 죽음으로부터의 구원을 청하고 ‘불사의 풀’에 매달려 영생을 꿈꾼다. 그런가 하면, 은유나 상징을 동원해 신화소를 삼은 것도 두 신화의 공통점이다. ‘단군신화’에서 곰과 범은 토템 신앙의 대상이고 쑥과 마늘은 주술적 효과를 노린 상징물이다.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하늘의 황소’는 힘의 상징이고 뱀은 길가메시의 망상을 응징하는 영물로 등장한다.

이렇듯 두 신화 사이에는 문명의 보편성에서 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편, 그 자생성에서 발생하는 차이점도 분명히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하여 ‘단군신화’는 한결 돋보인다. 우선, 신화소의 짜임새에서 확연한 대조를 보인다. 보다시피 ‘길가메시 서사시’는 다양한 구조는 있으나 논리적 체계성은 마냥 약하다. 반면에 ‘단군신화’는 첫 머리를 여는 기(起)와 그 뜻을 이어받아 전개하는 승(承), 그리고 뜻을 한번 멋지게 돌리는 전(轉), 마지막으로 전체를 거둬 맺는 결(結), 이른바 ‘기승전결’ 격식이 그토록 정연할 수가 없다. 즉, 환웅의 하강(기)으로 웅녀와의 혼인이 이루어지고 단군이 탄생(승)하며, 고조선의 건국에서 그 뜻이 일대 전기를 맞으며(전), 마침내 단군의 산신화로 ‘단군신화’는 유의미하게 매듭지어진다.

다음으로, 두 신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념적 지향점이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매사에 갈등과 상극, 분열로 탈출구를 찾고 있으나, ‘단군신화’는 조화와 상생, 합일에 지향점을 맞추고 있다.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하다’(弘益人間)라는 건국이념에서 시작하여 ‘아버지는 아들의 뜻을 안다’(父知子意), 즉 천신인 환인이 아들 환웅의 웅지를 알아서 지상에 내려보내고, 환웅은 곰의 청을 받아들여 혼인하면서도 약속을 어긴 범에게는 관대했다. 단군 왕검은 아버지 환웅의 뜻을 받들어 천년 넘게 나라를 다스리다가 조용히 산에 숨어 산신이 된다. 천상세계와 지상세계의 흔쾌한 조화다. ‘길가메시 서사시’를 비롯한 서방 신화에서 흔히 보는 부자상극이나 천지간 대립 모습과는 사뭇 다른 ‘단군신화’만의 특징이다.

이와 같이 우리의 ‘단군신화’는 신화 특유의 공유성이나 보편성을 갖고 있지만, 투철한 동양사상에 바탕하고 우리 겨레의 건국이념에 충실한 신화다. 그래서 세계 신화 속에서 고고한 위상을 누리고 있다.

-정수일, <한겨레> 2004년 6월 22일치, ‘정수일 교수의 문명교류기행 (2)단군신화의 고고한 위상’ 중 일부

(다) 단군신화의 이야기는 너무나 속이 들여다보이는 이야기다. 즉 일부러 곰을 조상신으로 만들려는 진한 의도가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곰의 생태를 보면, 곰은 기본적으로 초식동물이자 잡식 동물이므로 마늘이든, 쑥(숙은 기호성이 높다)이든 먹을 게 없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철저한 육식 동물인 호랑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입에 안 댈 것들이다. 여기서 스코어는 1:0, 그리고 한반도의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다. 그러니 지루한 동굴생활 100일 정도야 자기 겨울잠 자는 기간보다도 못하다. 반면에 호랑이는 겨울이라도 절대 한자리에 머무르는 법이 없다. 다시 2:0, 마지막으로 곰은 직립보행이 가능하고 새끼를 안고 다니기도 한다. 겨울잠을 자고 새끼를 안고 나오는 곰은 멀리서 보면 그대로 인간 여성의 형상이다. 그래서 3:0. 시합도 하기 전에 승부는 나 있었다. 단군신화는 신화 이전에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소설이라 칭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동물 생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 2006년 3월 29일, ‘KISTI의 과학향기’ 중 일부

(라) 우상이란 다분히 기독교적인 가치관이긴 하지만 논란의 상황에서 그 의미와 범위를 심도있게 고려해 볼 여지는 있겠고 또한 개천절을 맞이하여 국조단군(?)의 의미를 주장하는 입장의 논지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단군상이 우상이라면, 비근한 예로 태극기도 일종의 우상이 아니겠는가? 라는 물음과 우상의 진정한 기준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도 제기되어야 옳다고 본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벌어진 단군상 훼불사건을 계기로 우상에 대한 정의와 역사적인 차원에서 단군의 의미를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상! 그것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잠재하는 배타성일 수도 있겠고 조형물을 숭배하는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시각의 입장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일체의 (정신적인 것 외의) 가시적인 형상물을 거부하는 이슬람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는 우상과 무관치 않다고 보여진다. 카톨릭의 성모상이 그러하고 불교의 불상과 만자(대승불교)가 그러하니 기독교의 십자가 역시 그런 의미로 포착될 수 있는 일이겠다. 물론 우상의 상대성과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것을 우상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다양한 종교들이 나름대로 중요시 하는 매개물로서의 일체의 형상물을 광의의 우상이라 가정한다면 섣불리 타방의 종교를 우상으로 매도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겨진다. 다양성의 존중이 중요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개신교 일각에서 단군상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군의 실체가 학술적으로도 명확하지 않은 데다 실존성이 희박한 신화속의 개국 시조임에도 학교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버젓이 세우는 것은 특정종교를 유포 내지는 젖어들게 만들어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함을 천명하였다. 즉 단군은 특정종교의 우상이라는 것이 교계의 주장이다.

물리적인 측면의 형상만이 우상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절대치로만 세상을 평가하려고하는 ‘마음의 동굴’이 오히려 우상에 가까운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이 병행되어야만 우상논쟁은 상호 해법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 박윤숙, <한겨레> 2000년 10월 2일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