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교 514곳 학운위 운영실태
유명무실 수두룩…견제기능 의문
대부분 학교장 손에 좌지우지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자율화 세부 추진계획’은 폐지되는 지침을 보완하는 기능을 상당 부분 학교운영위원회 몫으로 넘기고 있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교장이 학운위가 결정한 사항을 마음대로 뒤집는 등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아, 학운위가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심의·자문 못하고 형식적 운영 =학운위는 예·결산, 급식, 학칙 제정 등 학교 운영 전반에 참여하는 법적 기구지만 실제로는 교장의 뜻대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ㅁ중학교는 지난해 학운위가 학교급식 직영 전환과 교복 공동구매를 결정했지만 교장이 이를 거부했다. 이 학교 한 운영위원은 “학부모 설문 결과 80% 이상이 동의했지만 교장이 ‘최종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고 버텨 결국 무산됐다”고 말했다. 서울 ㅅ초등학교는 지난해 학운위 결정에 따라 학교 운영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를 소식지 형태로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교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의 또 다른 초등학교의 한 운영위원은 “회의록을 최종 검수하는 운영위원장 도장을 교장이 갖고 있다”며 “나중에 회의록을 보니 학교에 부정적인 발언은 다 삭제됐더라”고 전했다. 회의도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지기보다는 결정사항을 통보하는 수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ㅅ중학교 한 학부모위원은 “4월 회의에서는 한 가지 안건을 처리하는데 5분도 안 걸렸다”며 “심의기구가 아니라 친목모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 위원 선정도 교장 마음대로 =학운위가 제 기능을 못하는 데는 운영위원 선출이 비민주적인 탓이 크다.
서울 ㅅ고등학교는 올해 학운위원 선거에서 득표 결과와 상관없이 교장이 교원위원을 선정해 교사들이 직원조회에 불참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사립학교의 학운위는 전교조 교사들이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교장과 생각이 같은 사람으로 채워져 결국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ㅂ초등학교는 교장이 학부모위원에게 사퇴를 강요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학교 한 학부모는 “6명을 뽑는 학부모위원 선거에 8명이 입후보하자 교장이 2명을 따로 불러 ‘선거는 불가능하니 알아서 하라’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구논회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6년 전국 초·중·고교 524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77%인 393곳에서 투표없이 학부모위원을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은자 자치위원장은 “학교장 결정이 곧 학운위 결정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견제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심의기구에서 의결기구로 위상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김소연 기자 duck@hani.co.kr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은자 자치위원장은 “학교장 결정이 곧 학운위 결정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견제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심의기구에서 의결기구로 위상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김소연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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