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 분야’ 혹은 ‘여성 분야’라는 전통적인 직업 구분과 사회의 편견은 한 개인이 직업인으로서 특정 직업군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빼앗는다. 사진은 여성 경찰간부 워크숍에 참여한 여성 경찰들의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직업편견 깨기’ 한창
토목, 전자등 여학생 70~80% “적성·체력 적합”
경호업무도 ‘외강내유’ 여성 찾는 의뢰인 많아
토목, 전자등 여학생 70~80% “적성·체력 적합”
경호업무도 ‘외강내유’ 여성 찾는 의뢰인 많아
여성 군인, 여성 조종사에 여성 우주인까지 나오는 시대다. 전통적으로 남자 분야라고 여겨졌던 곳에 여성들이 진출해 능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높은 벽을 뛰어넘은 소수의 이야기를 일반화했다는 의견들도 많다. 현실적으로 ‘남자 분야’로 이미지가 굳어버린 곳에 뛰어드는 여성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자연-공학과정을 선택한 남학생 수는 전체의 46%이지만, 여학생 수는 전체의 29.0%(2006년, 교육통계연보)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여학생들은 주로 자연계를 택한다.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여자 신입생 가운데 이공계 학생은 전문대학 15.3%, 4년제 대학 25.4%(한국교육개발원 교육인적자원 통계서비스, 2006)로, 남학생 이공계 신입생 수(전문대 52.0%, 4년제 대학 46.8%)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기계 분야는 여전히 여학생 기근이 심각하다. 서강대 기계공학과 전도영 교수는 “기계공학과 100명 가운데 여학생은 고작 두세 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아무개(29)씨도 “10년 전 입학 당시 여학생이 300명 중에 15명에 불과했는데 지금 후배들을 보면 거의 그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유가 뭘까? 기계 분야는 물론이고, 공학 자체가 “상대적으로 힘이 세고 노동 등을 잘할 것 같은 남자들에게 적합하다”는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 기계공학에서 공구를 다루기도 하지만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을뿐더러 요즘에는 이 분야도 전산화 바람을 타고 있다. 서강대 전 교수는 “컴퓨터 설계를 비롯해 전산 작업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오히려 소수이지만 여학생들이 성적도 좋고, 적성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강혜영 교수(테크노인력개발 전문대학원) 등이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의뢰로 쓴 ‘이공계 여학생 적정비율 유지방안’을 보면, 많은 이공계 여학생들이 체력과 적성면에서 이 분야가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느끼고 있다.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토목, 전자, 건설, 정보통신 분야 등의 여학생 79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공공부 이론 이해가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은 ‘대체로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를 합해 전문대 26.2%, 4년제 대학 29.3%에 불과했고, “전공실습이 힘들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문대 25.8%, 4년제 대학 31.4% 정도에 그쳤다. 또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도 ‘대체로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를 합해 전문대 13.0%, 4년제 대학 26.9% 정도였다. 강 교수는 “오히려 학생들은 생활 측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선배나 동료가 적어 고민을 의논할 상대가 부족한가’라는 질문에 전문대 27.2%, 4년제 대학 41.7%의 여학생이 ‘대체로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는 대답을 했고, ‘어떤 것이 결정될 때 남학생 위주로 결정될 때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체로(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여학생이 전문대 24.9%, 4년제 대학 44.9%였다. 이는 그동안 공대에 대한 오랜 편견이 있었고, 이 속에서 남녀 학생수 안배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나온 문제다. 서강대 전 교수는 “편견은 사회에서 더 심하다”며 “이 분야 특성상 야근과 지역 근무가 많은데 기업체에선 능력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근무 태도가 소극적일 거라는 지레짐작을 한다”고 말했다. 성별로 적합한 학과나 직업을 나누는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 기근에 시달리는 분야도 꽤 있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는 “성폭행 범죄가 늘어나는데 여성 피해자들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여성 경찰이 부족하다”고 했다. 경호 분야도 여성을 찾는다. 경기대 경호안전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실제 경호업무를 하고 있는 장예진(30)씨는 “비서 업무와 경호 업무가 더해지면서 외강내유형 여성들을 찾는 의뢰인이 많지만 추천할 여자 후배들이 없어 안타깝다. 남녀 수의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못 가는 분야는 없다. 한국고용정보원 김중진 직업연구센터장은 “개인의 능력 차이가 있을 뿐 성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체력을 이유로 입직하지 못했던 레슬링, 축구 분야에서도 여성이 활약하는 이때에 단순히 성별에 따른 직업 구분을 하는 인식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견고한 벽 때문에 특정 직업군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건 사회로서도 손해다. 그만큼 능력 있는 인재가 나올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현명한 진로 결정은 내가 남성 혹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어떤 적성과 흥미 등을 갖고 있는지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지난해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강혜영 교수(테크노인력개발 전문대학원) 등이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의뢰로 쓴 ‘이공계 여학생 적정비율 유지방안’을 보면, 많은 이공계 여학생들이 체력과 적성면에서 이 분야가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느끼고 있다.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토목, 전자, 건설, 정보통신 분야 등의 여학생 79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공공부 이론 이해가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은 ‘대체로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를 합해 전문대 26.2%, 4년제 대학 29.3%에 불과했고, “전공실습이 힘들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문대 25.8%, 4년제 대학 31.4% 정도에 그쳤다. 또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도 ‘대체로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를 합해 전문대 13.0%, 4년제 대학 26.9% 정도였다. 강 교수는 “오히려 학생들은 생활 측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선배나 동료가 적어 고민을 의논할 상대가 부족한가’라는 질문에 전문대 27.2%, 4년제 대학 41.7%의 여학생이 ‘대체로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는 대답을 했고, ‘어떤 것이 결정될 때 남학생 위주로 결정될 때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체로(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여학생이 전문대 24.9%, 4년제 대학 44.9%였다. 이는 그동안 공대에 대한 오랜 편견이 있었고, 이 속에서 남녀 학생수 안배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나온 문제다. 서강대 전 교수는 “편견은 사회에서 더 심하다”며 “이 분야 특성상 야근과 지역 근무가 많은데 기업체에선 능력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근무 태도가 소극적일 거라는 지레짐작을 한다”고 말했다. 성별로 적합한 학과나 직업을 나누는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 기근에 시달리는 분야도 꽤 있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는 “성폭행 범죄가 늘어나는데 여성 피해자들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여성 경찰이 부족하다”고 했다. 경호 분야도 여성을 찾는다. 경기대 경호안전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실제 경호업무를 하고 있는 장예진(30)씨는 “비서 업무와 경호 업무가 더해지면서 외강내유형 여성들을 찾는 의뢰인이 많지만 추천할 여자 후배들이 없어 안타깝다. 남녀 수의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못 가는 분야는 없다. 한국고용정보원 김중진 직업연구센터장은 “개인의 능력 차이가 있을 뿐 성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체력을 이유로 입직하지 못했던 레슬링, 축구 분야에서도 여성이 활약하는 이때에 단순히 성별에 따른 직업 구분을 하는 인식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견고한 벽 때문에 특정 직업군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건 사회로서도 손해다. 그만큼 능력 있는 인재가 나올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현명한 진로 결정은 내가 남성 혹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어떤 적성과 흥미 등을 갖고 있는지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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