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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졸업생 멘토로 기초학력 돕게 “성적때문 진로좌절 막아야죠”

등록 2008-04-27 16:58

‘열등생 살리기’ 영락고의 신선한 실험
모두가 ‘우등생’ 키우기에 골몰할 때 ‘열등생’ 살리기에 나선 학교가 있다. 지난해부터 방과후 특기적성 수업에 ‘1학년 공부방법 멘토링을 통한 학습기초 향상반’을 운영하는 서울 영락고의 얘기다.

‘학습 기초 향상반’은 공부할 의욕은 있지만 공부할 방법을 모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최영성 인성교육부장교사와 이종민 교사 등이 주축이 돼 직접 20회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최 교사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도 간호대학에 진학할 성적이 되지 않아 좌절하는 등 흥미와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어도 학습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선택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자기 특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때 성적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학교가 지원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수업은 교과목에 대해 배우는 여느 수업과는 달리 ‘나’를 알고 문제를 해결하는 치유의 성격이 강하다. 프로그램 초반에 진행하는 ‘학습부진의 원인 찾기’ 과정은 학습에 자신감을 잃게 된 사건이나 이유를 돌아보고 개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작업이다. 1기생 이다슬(17)군은 “돌아보니 밤에 게임하고 낮에 조는 등 생활패턴이 완전히 뒤틀려 있더라”며 “이제는 밤에 적당히 공부하고 부족한 잠은 낮에 쪽잠을 잘 정도로 시간관리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대개의 학교가 성적우수자가 모인 심화반에만 상담교사를 배치하지만 영락고는 ‘학습기초향상반’을 위해 졸업생 멘토를 따로 뒀다. 이들이 따로 모여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공간에 졸업생 멘토를 상주시켰다. 최영성 교사는 “멘토를 했던 제자가 말하기를 학생들이 질문도 많고 상당한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며 “하위권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려면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케어’해야 한다”고 했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믿고 지원해 준 학교 덕에 학생들은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반에서 31등을 하던 이준호(17)군은 1학년 말에 16등으로 올랐고 전병준(17)군은 ‘반타작’도 못하던 영어 과목에서 86점을 받았다. 수준별 이동수업에서 지난해 영어 시(C)반이었던 이다슬군은 올해 에이(A)반으로 올랐고 전병준군은 시(C)반이었던 수학에서 올해 에이(A)반으로 진급했다.

이런 교육적 결과가 수준별 이동수업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영락고의 ‘학습기초 향상반’과 같은 다른 방식의 수업이 전제되야 수준별 이동수업의 ‘내실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성적 지상주의에 물들지 않은 학교의 교풍이 가장 중요하다. 이 학교 김재호 교사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 대한 배려만큼 공부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기독교 학교의 교육철학이 이러한 ‘교육 실험’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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