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우리말 논술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
[난이도 수준-중2~고1] 26. 높임법 ②
27. 높임법 ③
28. 높임법 ④ 언제부턴가 늘 그래 왔듯이, 요즘도 방송 3사에서 경쟁적으로 역사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극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눈에 띈다. 왕족이나 양반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이, 자신보다 지체가 낮은 사람에게 ‘어서 가거라’ ‘빨리 오거라’ ‘거기 앉거라’ 하는 식으로 아무 동사에나 ‘-거라’를 붙여서 말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거의 예외가 없어서, ‘거라체’라는 높임법 등급이 따로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화법은 전통적인 어법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표현들은 모두 높임법 등급 중에서 해라체에 속한다. 해라체에서 명령형은 동사의 어간에 ‘-아라’나 ‘-어라’를 붙인다. 그래서 ‘앉다’는 ‘앉아라’가 되고, ‘먹다’는 ‘먹어라’가 된다. 이런 원칙을 따르면 ‘가다’나 ‘오다’도 ‘가라’나 ‘와라’가 되는 것이 정상이지만(‘가라’는 ‘ㅏ’가 겹치면서 하나로 줄어든 경우다), 이 두 동사의 경우에만 ‘가거라’ ‘오너라’로 쓰이는 때가 있다. 그래서 ‘가다’를 ‘거라 변칙’, ‘오다’를 ‘너라 변칙’ 동사라고 한다. 이런 변칙 활용은 두 동사 앞에 다른 말이 붙어서 생겨난 복합동사들도 마찬가지여서, ‘돌아가다’는 ‘돌아가거라’가 되고 ‘다녀오다’는 ‘다녀오너라’가 된다. 정리해 보자. 전통적인 어법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해라체에서 ‘거라’를 붙일 수 있는 동사는 ‘가다’류 동사들뿐이다. 그리고 ‘오다’류 동사에는 ‘너라’를 붙인다. 이 두 부류에 속한 동사들 외에는 모두 ‘-아라’나 ‘-어라’를 붙이는 것이 전통적인 어법에 들어맞는다. 어찌 됐거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드라마 중에서도 유독 사극에서 해라체가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만일 이런 드라마들의 배경이 현대로 바뀐다면 높임법도 해라체가 아니라 해체로 바뀌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앉아라’는 그냥 ‘앉아’가 되고, ‘가거라’는 ‘가’가, ‘오너라’는 ‘와’가 될 것이다. 이것이 요즘 사람들이 상대를 낮출 때 흔히 쓰는 어법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아랫사람에게 하대를 할 때 ‘해라체’를 많이 썼는데, 요즘 사람들은 해체를 훨씬 더 많이 쓴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일까? 국어학자들은 해라를 해체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분류한다. 그 까닭은, 해라체에는 해체에 비해 말하는 사람의 권위가 더 실려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높이면 상대는 내려가게 되어 있다. 따라서 해라체는 해체에 비해 상대를 더 낮추는 어법이 된다. 물론 해체도 아랫사람에게 쓰이기는 하지만, 친구같이 서로 대등한 사이에서도 두루 쓰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상대를 낮추는 느낌이 해라체에 비해 덜할 수밖에 없다. 일상 대화에서 해체가 해라체를 압도하게 된 배경에는 사회의 변천에 따른 인간관계의 변화가 깔려 있다. 상하관계를 중시하던 전통사회에서는 아래위를 구분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를 높일 때 해요체보다는 합쇼체를 더 많이 썼을 것이고, 더 나아가 ‘받잡겠나이다’ ‘오시오소서’ 하는 식으로 상대를 극진하게 높이는 어법도 필요했을 것이다. 전통적인 계급구조가 무너진 현대 사회에서 이런 어법이 퇴화하게 된 것은 더없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난이도 수준-중2~고1] 26. 높임법 ②
27. 높임법 ③
28. 높임법 ④ 언제부턴가 늘 그래 왔듯이, 요즘도 방송 3사에서 경쟁적으로 역사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극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눈에 띈다. 왕족이나 양반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이, 자신보다 지체가 낮은 사람에게 ‘어서 가거라’ ‘빨리 오거라’ ‘거기 앉거라’ 하는 식으로 아무 동사에나 ‘-거라’를 붙여서 말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거의 예외가 없어서, ‘거라체’라는 높임법 등급이 따로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화법은 전통적인 어법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표현들은 모두 높임법 등급 중에서 해라체에 속한다. 해라체에서 명령형은 동사의 어간에 ‘-아라’나 ‘-어라’를 붙인다. 그래서 ‘앉다’는 ‘앉아라’가 되고, ‘먹다’는 ‘먹어라’가 된다. 이런 원칙을 따르면 ‘가다’나 ‘오다’도 ‘가라’나 ‘와라’가 되는 것이 정상이지만(‘가라’는 ‘ㅏ’가 겹치면서 하나로 줄어든 경우다), 이 두 동사의 경우에만 ‘가거라’ ‘오너라’로 쓰이는 때가 있다. 그래서 ‘가다’를 ‘거라 변칙’, ‘오다’를 ‘너라 변칙’ 동사라고 한다. 이런 변칙 활용은 두 동사 앞에 다른 말이 붙어서 생겨난 복합동사들도 마찬가지여서, ‘돌아가다’는 ‘돌아가거라’가 되고 ‘다녀오다’는 ‘다녀오너라’가 된다. 정리해 보자. 전통적인 어법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해라체에서 ‘거라’를 붙일 수 있는 동사는 ‘가다’류 동사들뿐이다. 그리고 ‘오다’류 동사에는 ‘너라’를 붙인다. 이 두 부류에 속한 동사들 외에는 모두 ‘-아라’나 ‘-어라’를 붙이는 것이 전통적인 어법에 들어맞는다. 어찌 됐거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드라마 중에서도 유독 사극에서 해라체가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만일 이런 드라마들의 배경이 현대로 바뀐다면 높임법도 해라체가 아니라 해체로 바뀌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앉아라’는 그냥 ‘앉아’가 되고, ‘가거라’는 ‘가’가, ‘오너라’는 ‘와’가 될 것이다. 이것이 요즘 사람들이 상대를 낮출 때 흔히 쓰는 어법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아랫사람에게 하대를 할 때 ‘해라체’를 많이 썼는데, 요즘 사람들은 해체를 훨씬 더 많이 쓴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일까? 국어학자들은 해라를 해체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분류한다. 그 까닭은, 해라체에는 해체에 비해 말하는 사람의 권위가 더 실려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높이면 상대는 내려가게 되어 있다. 따라서 해라체는 해체에 비해 상대를 더 낮추는 어법이 된다. 물론 해체도 아랫사람에게 쓰이기는 하지만, 친구같이 서로 대등한 사이에서도 두루 쓰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상대를 낮추는 느낌이 해라체에 비해 덜할 수밖에 없다. 일상 대화에서 해체가 해라체를 압도하게 된 배경에는 사회의 변천에 따른 인간관계의 변화가 깔려 있다. 상하관계를 중시하던 전통사회에서는 아래위를 구분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를 높일 때 해요체보다는 합쇼체를 더 많이 썼을 것이고, 더 나아가 ‘받잡겠나이다’ ‘오시오소서’ 하는 식으로 상대를 극진하게 높이는 어법도 필요했을 것이다. 전통적인 계급구조가 무너진 현대 사회에서 이런 어법이 퇴화하게 된 것은 더없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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