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등 심각한 인권 침해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는 교육 현장에서 효과적인 인권교육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인권위 홈페지이 ‘어린이·청소년 인권교실’의 초기화면 모습이다.
이주노동자·장애인 등
소수자들 문제 다룬
동화·만화·포스터 가득
‘촛불 들 자유’도 인정
소수자들 문제 다룬
동화·만화·포스터 가득
‘촛불 들 자유’도 인정
“5,4,3,2,1/ 드르륵!/ 언제나 일곱시 삼십분이면/ 교실 앞문을 여는 아이야/ “안녕!”/ 새카만 피부에/ 들으면 머리가 빙빙 도는 말을 중얼거리는 아이야./ “오늘도 일찍 왔네?”/ 늘 그렇듯/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지나쳐 가버리는 아이야./ “숙제는 했어?”/ 내가 쫓아가면 서투른 우리나라 말로 비키라고 하는 아이야./ “너하고 친해지고 싶어.”/ 해가 뜨고 구름이 있는 날이면/ 작은 언덕에 올라가/ 가끔 슬픈 얼굴을 보여주는 아이야./ “너랑 친해지고 싶어.”
다문화가정의 자녀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은 ‘친구하면 되지’라는 제목의 이 시는 강원도 원주에 사는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쓴 것으로,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의 ‘어린이청소년 인권교실’(edu.humanrights.go.kr/kids/main.jsp)에 올라있는 글이다. 이곳에는 이밖에도 이주노동자나 장애인 등 소수자 문제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를 다룬 어린이·청소년들의 창작물들이 다수 정리돼 있다.
장애를 가진 희완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윤기현 작가의 동화인 ‘장한 친구 희완이’나 노인문제를 다룬 ‘흰둥이네 할머니’는 인권 동화 쪽에 나온다. 인권동화의 내용에는 공동생활가정이나 아동보호시설 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편견과 선입견에 관한 문제, 연말이면 잠깐 들러서 악수하고 사진만 찍고 가는 정치인들의 문제, 교육에 좋지 않다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들에 대한 문제도 등장한다. 인권동화뿐만 아니라 만화, 포스터, 플래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어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이곳에 있는 창작물들을 꼼꼼히 훑어본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인권교육이 될 수 있다.
동화나 만화, 포스터 등을 통한 기초적인 인권교육이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인권교육의 범주에 해당한다면 인권위가 다루는 교육 이슈들은 중학교 고학년이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의 범주에 해당된다. 인권위 홈페이지가 인권 교육의 적당한 도구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학교생활과 관련한 인권 이슈가 이곳에서 대부분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 관련 의견 표명이나 두발 제한 관련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의견 표명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인권위가 제시하는 원칙들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인권규약(조약 또는 인권선언)들의 원칙과 기준, 헌법과 국내법적 기준에 부합한다. 진행되는 인권 이슈에 대한 관심이 인권에 대한 시각과 철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최근 사례도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나서서 화제가 됐던 촛불시위와 관련해 인권위는 8개 청소년 인권단체와 학생 94명 등이 지난 5월 22일 제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 관련 긴급구제 요청에 대해 긴급구제조치 결정은 유보하되, 집회참석 방해 등 진정이 접수된 피해 사례에 대해 신속히 조사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인권위 쪽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자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권리이기 때문에 학생과 청소년 역시 권리의 주체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와 평화롭게 집회에 참여할 자유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결정은 우리나라가 가입·비준한 ‘국제아동권리협약’ 등에도 명시(제12조 ‘당사국은 청소년에 대해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제15조 ‘당사국은 아동의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다’)되어 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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