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밤에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정부의 교육·언론 정책 등을 비판하는 ‘폭탄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명박폭탄’이 지나가면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일제고사 부활·학교자율화 조처 등 경쟁 부추겨
‘특수고 250곳 신설’로 평준화 없애고 교육 계급화
‘특수고 250곳 신설’로 평준화 없애고 교육 계급화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만들었고, 새 정부 출범 뒤에도 교육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은 17대 국회의원 시절 홈페이지 주소에 ‘해피 스쿨’이라는 말을 썼다. 같은 이름의 학생자문위원단을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넉달째에 접어드는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은 ‘행복한 학교’와는 거리가 멀다. 전국 단위의 일제고사가 부활하고, 0교시와 심야 보충수업, 우열반에 대한 규제가 풀리는 등 학교가 ‘입시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급기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고 절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촛불의 주요 ‘배후’라 할 수 있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문제점들을 짚어 봤다.
■ 일제고사 줄줄이 부활 새 정부 들어 10년 만에 전국 초·중학생들이 치르는 전국 단위의 일제고사가 7개나 생겼다. 지난 3월 치른 중1 진단평가의 경우, 개인 성적표에 학교와 지역의 평균 성적이 공개되면서 학교·지역별 서열이 매겨지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또 전국 단위 일제고사가 반복되면 점수 따기 경쟁이 치열해져 학교 교육이 획일적인 문제풀이 교육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설 모의고사에 대한 고삐가 풀리면서 시험을 치르는 학교도 대폭 늘었다. 4·15 학교 자율화 조처로 금지 지침이 폐지된 뒤 처음으로 치러진 지난 5월23일 모의고사에는 전국에서 고교 3학년생 15만명, 1·2학년생 22만명이 응시했다. 지난해에 견줘 30~50%가량 늘어난 수치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대표는 “정부가 시험을 통해 학교 현장을 오로지 성적과 경쟁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점수로 줄 세우기 전국 단위 일제고사의 부활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학교별 학업 성취도 정보 공개 정책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교육운동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두 정책이 맞물릴 경우 전국 초·중·고교가 걷잡을 수 없는 입시경쟁교육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게 한 뒤, 학교별 성적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할 경우 전국 수준에서 모든 학교를 점수로 줄 세우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수석을 포함해 학력 정보 공개를 찬성하는 쪽은 학업 성취도를 정확하게 공개해야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두고서는 ‘오진’에 따른 잘못된 처방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그 동안 이뤄진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학업 성취도 차이는 학교 교육의 효과라기보다는 대부분 부모의 학력과 직업, 소득 등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비롯된다”며 “지역·계층별로 학생들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결과만 공개할 경우 격차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고교 평준화 해체 가속화 자율형 사립고 100곳, 기숙형 공립고 150곳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새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가 시행되면 고교 평준화 정책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입시 자율화와 맞물려 특수목적고처럼 자율형 사립고와 기숙형 공립고 출신 학생들이 이른바 ‘명문대’에 대거 진학할 경우, 입시 실적에 따라 ‘입시명문’ 학교와 ‘나머지’ 학교로 이원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새로 도입될 자율형 사립고와 기숙형 공립고 250곳에 기존 외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54곳, 자립형 사립고 6곳을 합치면 ‘특수한’ 고교가 310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 일반계 고교 1457곳의 20%를 넘는 수치다.
이런 ‘특수한’ 고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고교 입시 실적에 따라 중학교까지 서열화할 가능성도 크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을 많이 받고 비싼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등 경제적 능력이 되는 학생들이 ‘특수 고교’에 들어간 뒤 명문대에 입학하는 현상이 고착화할 것”이라며 “특수고 확대는 세대 간 안정적인 계급(계층) 재생산을 겨냥한 교육 계급화 정책의 완결판”이라고 지적했다.
■ 학교의 24시간 학원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15일 ‘학교 자율화 조처’를 발표한 뒤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했던 대로 0교시와 강제 보충수업, 수준별 수업을 위장한 우열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의 조사 결과 48개 사립고 가운데 27개교가 0교시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역은 고교뿐만 아니라 중학교도 0교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서울지역에선 7곳의 고교가 아예 정규수업을 따로 하는 우수반을 만드는 등 우열반도 속속 생기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교육단체들은 “그렇지 않아도 입시교육에 질식할 지경인데, 학교 자율화 조처로 학교가 아예 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종규 김소연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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