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학교 자율화 조처로 초·중·고교 교장의 권한은 커졌지만, 기존 교장 승진제도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유능한 인물을 발굴하고자 도입된 교장공모제는 ‘교장들만의 잔치’로 뒷걸음치고 있다.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좋은교사운동 등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오는 9월부터 4년 동안 운영될 예정인 교장공모제 3차 시범학교 선정 결과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원도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3차 시범학교로 선정한 초·중·고교 78곳 가운데 내부형으로 교장을 뽑기로 한 학교는 26%인 20곳에 그쳤다. 1·2차 선정 때는 112곳 중 내부형이 71곳으로 63%을 차지했다. 반면, 교장 자격증이 있는 교원만 지원할 수 있는 ‘초빙교장형’은 27%에서 73%로 크게 늘었다. 특히 경기지역의 경우, 1·2차 때는 19곳 가운데 11곳이 내부형으로 교장을 임용했으나, 이번에는 선정된 학교 13곳 모두 초빙교장형을 선택했다.
이처럼 내부형이 줄고 초빙교장형이 늘어난 이유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번 3차 시범학교 선정 때부터 시·도교육감들이 공모 유형별 인원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1·2차 선정 때까지는 시·도 자율에 맡길 경우 교육감들이 기존 교장들의 반발을 의식해 초빙교장형을 지나치게 많이 선택할 것을 우려해 전체 공모 교장의 50% 이상을 내부형으로 뽑도록 했다.
교육운동단체들은 기존 승진제도를 통해 학교에 대한 관료적 통제를 유지하려는 교육청과 교장직 개방을 반대하는 교장들이 초빙교장형 선택을 유도해 교장공모제 도입 취지가 퇴색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교육청은 관내 ㅁ고교가 교원 자격과 상관없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교장을 뽑겠다고 신청을 했으나 탈락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ㅁ고 관계자는 “실력 있는 교장 선생님을 전국에서 찾자는 취지로 학부모·동문회·학교 구성원이 모두 뜻을 모아 개방형 공모를 신청했는데, 뚜렷한 이유 없이 탈락해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공모제 신청 고교 3곳 가운데 초빙교장형을 택한 2곳을 최종 선정했다.
전교조와 좋은교사운동, 참교육학부모회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장 자격증은 없지만 젊고 헌신적인 교원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교원들이 본연의 교육활동보다는 교장이 되기 위한 승진 경쟁에 매달리는 폐단을 막고자 공모제가 도입됐는데,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비판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학교의 교육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더이상 기득권에 얽매이지 말고, 교장 공모제 시범학교에서 초빙교장형을 제외해 제도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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