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망을 지닌 초등 전문 종합학원인 ㄷ학원은 이번 학기부터 수강생들에게 4월과 6~7월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대비한 전 과목 예상문제 풀이 강의를 하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그동안 초등학교는 대체로 일제고사를 보지 않아 영어, 수학 단과 보습학원이 많았는데, 서울시교육청이 학력신장 방안을 발표하면서 종합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올 들어서만 가맹점이 50여개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초등학교 학업 성취도 평가가 일선 학교에서 사실상 일제고사로 변질하면서 ‘일제고사를 위한 사교육’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교육청 ‘자율’ 권고가 학교선 ‘의무’로
주변학원 시험대비 종합반 우후죽순
학부모들 경쟁서 뒤처질까 벌써 초조 ◇ “일제고사 부활”=서울 시내 초등학교 92곳을 대상으로 학업 성취도 평가 실시(예정) 현황을 조사해 봤더니, 응답한 학교 76곳 중 74곳이 시험을 보고 있거나 볼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교조 서울지부는 26일 밝혔다. 출제 방법을 결정한 학교 70곳 중 56곳이 학년별로 문제를 내기로 했다. 교육청 예시문항 등 외부의 문제로 시험을 보기로 한 곳도 11곳이나 됐다. 예전처럼 담임교사가 문제를 내 평가하는 학교는 3곳에 그쳤다. 시험 횟수는 한 학기에 1~2차례, 과목은 국어·수학·사회·과학 네 과목을 보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성적통지 방식으로는 ‘단계 서술형’이 37곳으로 가장 많았다. ‘점수형’을 선택한 곳도 11곳이나 됐다. 이준범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위원장은 “교육청에서는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일선 학교에는 일제고사를 의무사항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시험 형태도 같은 학년이,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 방식이 주류”라고 설명했다. ◇일제고사 사교육도 덩달아 부활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초·중등 종합학원을 운영하는 구아무개씨는 “일제고사 부활 방침이 발표된 뒤 전 과목 시험 대비 수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수강생이 15% 가량 늘었다”며 “시험 기간에는 예상문제를 미리 뽑아 문제풀이 수업을 해준다”고 귀띔했다. 그는 “주변 보습학원들도 학부모들의 요구에 맞춰 전 과목 대비 학원으로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용 문제집을 펴내는 출판사와 학습지 회사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점에는 이미 수십 종의 일제고사 대비 문제집이 나와 있다. ㄷ사가 펴낸 총정리 문제집에는 ‘초등학교 학력평가 부활’이라는 문구와 함께, △일제고사식 평가 △단계형 성적 표기 등 서울시교육청의 학력신장 방안에 따른 변화를 친절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시험 직전 족집게 동영상 강의 제공’이라거나 ‘중간·기말 온라인 학력평가 전국 석차 제공’, ‘전국 초등학교 기출문제 완전 분석’이라는 선전 문구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한 학습지 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학년별·과목별 교과서 단원에 맞춰 수업을 해나가는 ‘진도식 학습지’ 제품의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 속타는 학부모 =학부모들은 일제고사에 찬성을 하면서도 과도한 경쟁에 노심초사하는 혼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ㅅ초등학교 박아무개 교사는 “학교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70~80% 정도의 학부모가 찬성을 하기 때문에 논리만으로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김미연(36)씨는 “엄마들이 과목별 문제집을 쌓아 놓고 아이와 함께 문제풀이에 매달리는 등 중간고사를 앞두고 집집마다 비상이 걸렸다”며 “엄마들 사이에서도 아이의 성적이 비교가 될 게 뻔하기 때문에 많은 엄마들이 초조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주변학원 시험대비 종합반 우후죽순
학부모들 경쟁서 뒤처질까 벌써 초조 ◇ “일제고사 부활”=서울 시내 초등학교 92곳을 대상으로 학업 성취도 평가 실시(예정) 현황을 조사해 봤더니, 응답한 학교 76곳 중 74곳이 시험을 보고 있거나 볼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교조 서울지부는 26일 밝혔다. 출제 방법을 결정한 학교 70곳 중 56곳이 학년별로 문제를 내기로 했다. 교육청 예시문항 등 외부의 문제로 시험을 보기로 한 곳도 11곳이나 됐다. 예전처럼 담임교사가 문제를 내 평가하는 학교는 3곳에 그쳤다. 시험 횟수는 한 학기에 1~2차례, 과목은 국어·수학·사회·과학 네 과목을 보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성적통지 방식으로는 ‘단계 서술형’이 37곳으로 가장 많았다. ‘점수형’을 선택한 곳도 11곳이나 됐다. 이준범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위원장은 “교육청에서는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일선 학교에는 일제고사를 의무사항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시험 형태도 같은 학년이,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 방식이 주류”라고 설명했다. ◇일제고사 사교육도 덩달아 부활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초·중등 종합학원을 운영하는 구아무개씨는 “일제고사 부활 방침이 발표된 뒤 전 과목 시험 대비 수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수강생이 15% 가량 늘었다”며 “시험 기간에는 예상문제를 미리 뽑아 문제풀이 수업을 해준다”고 귀띔했다. 그는 “주변 보습학원들도 학부모들의 요구에 맞춰 전 과목 대비 학원으로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용 문제집을 펴내는 출판사와 학습지 회사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점에는 이미 수십 종의 일제고사 대비 문제집이 나와 있다. ㄷ사가 펴낸 총정리 문제집에는 ‘초등학교 학력평가 부활’이라는 문구와 함께, △일제고사식 평가 △단계형 성적 표기 등 서울시교육청의 학력신장 방안에 따른 변화를 친절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시험 직전 족집게 동영상 강의 제공’이라거나 ‘중간·기말 온라인 학력평가 전국 석차 제공’, ‘전국 초등학교 기출문제 완전 분석’이라는 선전 문구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한 학습지 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학년별·과목별 교과서 단원에 맞춰 수업을 해나가는 ‘진도식 학습지’ 제품의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 속타는 학부모 =학부모들은 일제고사에 찬성을 하면서도 과도한 경쟁에 노심초사하는 혼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ㅅ초등학교 박아무개 교사는 “학교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70~80% 정도의 학부모가 찬성을 하기 때문에 논리만으로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김미연(36)씨는 “엄마들이 과목별 문제집을 쌓아 놓고 아이와 함께 문제풀이에 매달리는 등 중간고사를 앞두고 집집마다 비상이 걸렸다”며 “엄마들 사이에서도 아이의 성적이 비교가 될 게 뻔하기 때문에 많은 엄마들이 초조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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