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학원·과외 늘어 경제적 부담 ‘휘청’
곗돈 붓기도…여유없는 부모는 ‘죄인 기분’
곗돈 붓기도…여유없는 부모는 ‘죄인 기분’
중학교 1·3학년 두 아이를 둔 김혜숙(서울 도봉구 방학동)씨는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방학이 괴롭다. 학기 중에는 그나마 아이들이 학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만, 방학 때는 하다못해 단과학원이라도 하나 더 보내 아이들의 공부습관을 잡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방학은 사교육비를 집중적으로 쏟아붓는 시기”라며 “방학 때 제대로 관리를 안 해주면 새 학기에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건전한 심신을 발달시키기 위해 공부를 잠시 멈추는 휴가’를 뜻하는 ‘방학’은 그 의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갈수록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부모들에게 방학은 ‘1년 중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달’일 뿐이다. 학교 진도 나가지 않는 틈을 타 아이들의 집중학습을 도와줘야 하는 때가 방학이기 때문이다.
고2 아들을 둔 송금인(경기 부천시 소사구)씨는 이번 여름방학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따로 곗돈을 부었다. 방학 동안 학교보다 더 엄격하게 학생들을 ‘관리’해 준다는 스파르타식 학원에 보내기 위해서다. 송씨는 “한 달 학원비가 300~400만원 정도 든다”며 “바짝 성적을 올리기엔 효과가 크다는데 무엇보다 금전적인 부담이 크다”고 푸념했다.
올해 외국어고에 입학한 딸을 둔 박정신(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는 요즘 과외 알선 사이트와 전단지를 샅샅이 뒤지느라 바쁘다. 딸이 유독 수학이 뒤처져 이번 방학 때는 돈이 좀 들더라도 실력있는 과외 선생님을 붙이기로 한 것이다. 박씨는 “돈도 돈이지만 과외 선생님을 구하는 데는 무엇보다 ‘정보력’이 중요하다”며 “다들 서로 좋은 선생님을 구하려 하는 통에 ‘전쟁’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방선진(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미국에 단기 어학연수 보낼 준비에 바쁘지만 근심에 빠졌다. 방씨는 “미국에 따라가자니 올해 갓 유치원에 입학한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고, 안 따라가자니 딸이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엄마들의 ‘방학 스트레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학을 앞두고 과외·연수를 준비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엄마들은 ‘죄인’이 된 기분이다. 초3과 중3짜리 아들을 둔 손승희(서울 종로구 숭인동)씨는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식당이 장사가 잘 안돼 당장 10~20만원이 아쉬운 상황”이라며 “속 모르는 막내가 ‘방학 때 ○○는 영어캠프에 가고, ○○는 해외여행을 간다’고 할 때마다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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