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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리 아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등록 2008-07-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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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보수 일간지에서 사설을 하나 보았다. 작년 6월 미국 워싱턴 DC의 교육감으로 취임한 미셸 리의 예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교육 자율화를 시행해야만 학력 및 교육의 효율성 증진을 꾀할 수 있다는 글이었다. 정말이지 달콤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수도권이라고는 하지만 시골에 더 가까운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필자가, 1년 어린 후배들이 주말에도 밤 늦게까지 수업을 받고 피곤한 얼굴을 한 채 기숙사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더라면 더욱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교육의 자율화! 이명박 정부는 시장의 경쟁을 고스란히 교육계로 옮겨다 놓았다. 덕분에 능력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학생들은 그들의 부모가 갈퀴로 돈을 긁어모으듯이, 고액의 사교육이라는 도구로 지식을 긁어모아 더 큰 부를 이룬다. 그 반대편에 있는 학생들은 결국 부모의 경제적 지위를 그대로 물려받아 가난의 되물림이라는, 작금의 사회에서는 대단히 흔한 현상을 이뤄낸다.

이 고통의 윤회를 벗어나 훗날 조금 더 편히 살아가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다른 무언가에 신경을 쓸 겨를은 좀처럼 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신경을 쓰면 안되게 되어 버린 것 같다. 아침 일찍 눈을 뜨면 0교시가 기다리는 학교로 피곤한 발걸음을 옮기고, 지루한 수업을 끝마치고 나면 쉴 틈도 없이 학원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때에는 이미 달이 중천에 떠있고, 쉴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치열하고 각박한 학업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헌법에 명시된 '행복을 추구할 권리' 따위는 철저하게 배제되어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유능한 사람을 만들어 내놓으라고, 부단히도 부르짖는다. 무너져가면서도 그 명맥을 이어가는 공교육과 날이 갈수록 기세등등해져가는 사교육은 꿈 많은 우리 10대들을 미친듯이 억압하고, 끝내는 틀에 박혀 살아가는 인간으로 전락시킨다. 결국에 그들이 원하는 '유능한' 사람은 그런 사람들일테니까. 그리고 이런 상황은 이명박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는 더욱 탄력을 받아버렸다. 이 와중에 경쟁력을 잃고 뒤쳐진 아이들은 영원한 낙오자로 낙인찍혀,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보다 더욱 더 비참하게 이 사회의 밑바닥을 장식해버릴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지금까지 느껴왔던 것보다 더욱 더 음울한 상황이 우리를 덮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고, 저항의 불씨를 일으켰다. 5월 2일, 지금의 촛불이 시작된 바로 그 날, 이 학생들의 손에 들려있던 초에 불을 붙인 것은 쇠고기 정국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촛불을 지속시켜 준 심지에는 미친 교육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노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렇게 힘겹게 싸워왔다. 그럼에도 상황은 너무나도 좌절스럽다. 두 달이 넘게 이어져 온 촛불의 힘으로도 이를 막아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향후 실질적인 교육 정책을 좌우하게 될 교육감 선거가 오는 7월 23일과 30일, 각각 전북과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선거야말로 이후에 있을 교육감 선거 - 12월 17일 대전, 내년 4월 9일 경기 - 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거니와, 그 자체로도 현 정권의 '미친 교육'에 대한 심판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슬픈 것은, 당사자인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그 어떤 목소리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결정만을 따라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 것이 옳던, 옳지 않던간에 말이다.

창의력있는 인재의 양성과 평균 학력의 증진, 모두 다 좋은 일이다. 다만, 우리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로 인해 언제까지나 고통에 젖어 울부짖고 있어야 할 우리의 존재를 아무도 모르게 묻어버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무한 경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야 하는 우리의 목소리도 조금은 들어달라는 것이다. 이제는 알아달라는 것이다. '교육 자율화'의 진실은, 우리들이, 우리의 후배들이, 극한의 격통속에서 서로를 죽여가며 자신만이 살아남는 경쟁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라는 것을. 제발, 우리 학생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달라는 것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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