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5s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기로에 선 교육정책 7·30 서울교육감 선거
② 학교에 갇힌 아이들-자율화 뒤 교실 풍경
육체·정신 건강 악화…고3 ‘비만’ 아시아 최고
잠자고 ‘문자’에 만화책, 립싱크 놀이로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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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정신 건강 악화…고3 ‘비만’ 아시아 최고
잠자고 ‘문자’에 만화책, 립싱크 놀이로 ‘위안’
#1 “30여명의 학생이 야간 자율학습(야자)을 한다. 야자 초반 책을 보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자기 시작하고, 대여섯은 만화책을 본다. 절반의 학생들은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시종 공부하는 학생은 10여명뿐이다. 3명의 교사가 10개반을 20~30분 간격으로 돌지만 학생들은 좀처럼 집중하지 못한 채 시계만 쳐다본다.” 광주의 한 고1 학생이 전하는 야자 풍경이다.
#2 야자 때 몇몇 학생이 노래부르는 흉내를 낸다. 한 학생이 이를 휴대전화로 찍는다. 나중에 원곡을 붙인 뒤 동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띄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야자시간 립싱크’ 놀이다. 끼 넘치는 학생들은 ‘당돌한 여자’,‘라라라’ 등 트로트와 발라드를 아우르는 다양한 곡을 만들어냈다. 교사의 감독이 뜸한 틈을 타 이뤄지는 이 놀이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학교에 머무르는 학생들이 찾아낸 일종의 탈출구인 셈이다.
비정상적 생활습관…고3 학생 3명 중 1명 비만
불안증세 심화…‘야자시간 립싱크’ 유일한 놀이 정규수업에 앞서 40~50분 동안 교육방송 등을 시청하는 ‘0교시’와 수업이 끝난 뒤 학교에 남아 자습을 하는 ‘야자’가 최근 들어 고교는 물론 일부 중학교에서까지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고생들은 두 달 넘게 진행돼 온 촛불집회에서 쇠고기 문제보다 “0교시와 야자 때문에‘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잔다’”고 하소연한다. 이전 정부에서 금지됐던 0교시와 강제 야자는 이명박 정부의 ‘4·15 학교 자율화’ 조처를 통해 시·도교육청의 자율에 맡겨졌다. 정부 차원의 규제가 풀린 셈이다. 전교조 인천지부가 지난 6월 중순 고교 28곳을 조사한 결과, 0교시를 하는 학교는 26곳이나 됐다. 전교조 서울지부의 지난 4월 조사에서도 인문계 사립고 48곳 가운데 0교시를 하는 학교는 27곳, 강제 보충수업은 25곳, 강제 야자는 9곳으로 나타났다.
오전 7시께 등교해 밤 10시 넘어 집에 가게 되는 학생들은 무려 14~15시간을 학교에 머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육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아이건강국민연대의 지난 4월 조사를 보면, 초등 1학년의 비만 비율은 25%이지만, 초등 6학년은 31%, 고교 3학년은 아시아 최고 수준인 33%까지 올라간다. 영양을 과다 섭취하는 데 반해 신체활동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도 불안해,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연구회의 지난해 9월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초·중·고생 2100여명 가운데 10.9%가 ‘거의 매일 일상에 흥미가 없고, 외롭고 불안하고 의욕이 없다’고 대답했다. 한달 20여명의 중·고생이 병원을 찾는다는 서울 강서본한의원의 최준환 원장은 “학생들이 주로 두통과 불면증, 어지럼증, 위장병, 복통 등을 호소한다”며 “무엇보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좋은데, 그럴 시간마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정의학 전문의 이동규(34)씨는 “40대 남성에게 나타나는 ‘출혈성 위염’과 ‘십이지장 궤양’이 고3 학생에게 발견되기도 한다”며 “새벽 1~2시에 집에 와 인스턴트 간식을 먹은 뒤 잠자리에 드는 비정상적인 생활습관과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불만도 매우 높다. 고교 1학년 김아무개(16)양은 “계속 같은 장소에 붙잡혀 있어 두통과 소화불량 증세가 생겼다”며 “사람마다 공부하는 스타일이 다른데 강제로 붙잡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 김아무개(18)군은 “0교시·강제 야자 때문에 고교 3년 내내 하고 싶은 것을 못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일부 중학교는 밤 9시까지 방과후 학교 명목으로 국·영·수 보충수업을 실시한다. 서울 ㅇ중 김아무개 교사는 “싸게 학원수업을 대신해 준다는 의도겠지만 학생은 물론 강의를 하는 교사들도 과로를 하게 된다”며 “이 때문에 정규수업과 학생 지도가 소홀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현준 기자, 조미현 인턴기자 haojun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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