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관리를 잘하려면 ‘기록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특히 계획표(플래너)를 잘 활용하면 했던 일, 해야 할 일 등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면서 시간 배분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 김경희/1318리포터
진로교육
성공사례 들어보니
내 스케줄 내가 계획하니 시간이 진짜 내것 됐어요
눈에 띄게 등수 올랐고요 자투리 활용재미도 쏠쏠
‘무조건 공부’ 지치기 쉬워 부모 주도 스케줄은 금물 집·학교·학원.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동범위는 이렇게 매우 좁다. 문제는 행동범위도 좁은데다가 모든 공간에서 하는 일을 ‘공부’로 뭉뚱그린다는 것이다. 한국리더십센터 안상열 전문위원은 “계획성 없이 무조건 공부만 했다가 능률도 떨어지고 심리적으로도 금방 지치는 친구들이 많다”며 “특히 부모들이 만들어 놓은 공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는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실제 많은 청소년들에게 하루 시간표를 설명해달라고 하면 대체로 비슷한 내용이다. “집에서는 쉬다가 공부하고, 학교와 학원에서는 공부한다.” 이런 학생들과 비교하면 국제청심고 김충일(16)군의 시간표는 꽤 복잡하다. 기숙사에서 생활한다는 걸 빼고 김군의 행동범위는 일반 학생들과 다르지 않다. 다만 자투리 시간을 재량껏 잘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쉬고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을 주말로 모는 게 아니라 자투리 시간 안에 포함시킨다.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고 밴드부 연습 및 다양한 과외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4시부터 6시까지 자유시간에는 그날 들은 수업 내용을 복습한다. 5시30분부터 6시까지는 도서실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골라 읽는다. 단 30분의 시간이지만 김군은 “하루 가운데 이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고 말한다. 다시 저녁 시간에는 밥을 먹은 뒤 밴드부 연습을 한 번 더 한다. 일년 전부터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하고 있는 김군은 “이렇게 내 스케줄을 내가 관리해보니 자투리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고, 이제야 남의 시간이 아니라 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숭덕여고 권효정(16)양의 시간표도 단순하지 않다. 많은 학생들이 아침 시간을 ‘기상’이라고 적는다면 권양은 이 시간을 기상, 묵상, 수학공부로 나눠 적는다. 아침 시간에 집중력이 높다는 걸 알고 아침 6시부터 약 20분 사이는 공부시간으로 잡았다. 스스로 만든 상세한 하루 시간표를 줄줄 외우는 두 학생은 시간 관리를 하며 얻은 게 있었다.
권양은 눈에 띄게 성적이 향상됐다. 전교 30등에 가깝던 등수가 5개월 만에 10등 안쪽으로 올랐다. 권양은 “시간 관리 자체가 은근히 시간 소모가 되니까 괜한 짓은 아닌가 했지만 이런 자기 관리가 없었다면 성적 향상은 꿈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 관리의 효과는 유민섭 담임교사도 인정했다. 유 교사는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시간 관리를 한 친구들은 의욕이 남다르고 자신감도 뚜렷해진다”며 “그래서 수업 시간에서 계획표(플래너)를 펼쳐놓도록 허락했다”고 했다. 김충일군은 인터뷰 도중 갑자기 연락을 보내온 친구를 만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잠시 고민했지만 금세 결정을 했다. 김군은 “예전엔 이런 고민 자체를 안 하고 무조건 친구한테 달려갔는데 이젠 한 주중 어느 시간이 여유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만난다”고 했다. 두 학생의 시간 관리법은 무작정 시간을 쪼개 기록하는 게 아니다. 김군은 “기록을 하기 전 목표를 세우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왜 시간 관리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김군은 여러 강연 등을 접하면서 훗날 미래 목표 설정을 최고경영자(CEO)로 세워뒀다. 목표 설정 뒤엔 그 목표에 도달하는 길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는 시간도 가졌다. 결국 김군이 고교 3년 동안 해야 할 일은 과연 어떤 분야의 경영자가 될 것인지를 찾는 것이다. 이렇게 목표 설정을 해놓은 다음엔 자신의 일정을 꼼꼼하게 적는 ‘기록의 달인’이 돼야 한다. 권양은 “당장 오늘 일만이 아니라 어제 한 일, 내일 할 일 그리고 10년 뒤부터 가깝게는 1년 뒤까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일상적으로 적는다”고 했다. 처음엔 이 시간 자체가 낭비가 되지 않을까도 걱정했지만 기록은 오히려 마음을 다잡게 하고 정리하는 능력도 키워줬다. 이렇게 제대로 시간 관리를 시작한 학생들도 때론 흔들린다. 보통 한 달 정도가 되면 계획표 적는 걸 잊거나 귀찮아하는 학생들이 나온다. 시간 관리가 매우 개인적인 일이다 보니 누군가의 개입은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만 이럴 땐 어른들의 적당한 관심도 필요하다. 안상열 전문위원은 “어른들도 함께 계획표를 짜놓고 큰 틀에서 공유하면서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걸 권한다”고 했다. 혹 시간표에 맞추다 보면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되진 않을까? 권양은 “오히려 시간표가 있어 자유롭다”고 했다. “제가 만든 시간표인걸요. 시간표 짜는 것 자체가 자유로운 행동이죠. 스스로 짠 시간표라 그런지 책임감이 더 커지는 거 같아요. 못 지킨 부분에 표시를 할 땐 속상하기까지 합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눈에 띄게 등수 올랐고요 자투리 활용재미도 쏠쏠
‘무조건 공부’ 지치기 쉬워 부모 주도 스케줄은 금물 집·학교·학원.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동범위는 이렇게 매우 좁다. 문제는 행동범위도 좁은데다가 모든 공간에서 하는 일을 ‘공부’로 뭉뚱그린다는 것이다. 한국리더십센터 안상열 전문위원은 “계획성 없이 무조건 공부만 했다가 능률도 떨어지고 심리적으로도 금방 지치는 친구들이 많다”며 “특히 부모들이 만들어 놓은 공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는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실제 많은 청소년들에게 하루 시간표를 설명해달라고 하면 대체로 비슷한 내용이다. “집에서는 쉬다가 공부하고, 학교와 학원에서는 공부한다.” 이런 학생들과 비교하면 국제청심고 김충일(16)군의 시간표는 꽤 복잡하다. 기숙사에서 생활한다는 걸 빼고 김군의 행동범위는 일반 학생들과 다르지 않다. 다만 자투리 시간을 재량껏 잘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쉬고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을 주말로 모는 게 아니라 자투리 시간 안에 포함시킨다.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고 밴드부 연습 및 다양한 과외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4시부터 6시까지 자유시간에는 그날 들은 수업 내용을 복습한다. 5시30분부터 6시까지는 도서실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골라 읽는다. 단 30분의 시간이지만 김군은 “하루 가운데 이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고 말한다. 다시 저녁 시간에는 밥을 먹은 뒤 밴드부 연습을 한 번 더 한다. 일년 전부터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하고 있는 김군은 “이렇게 내 스케줄을 내가 관리해보니 자투리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고, 이제야 남의 시간이 아니라 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숭덕여고 권효정(16)양의 시간표도 단순하지 않다. 많은 학생들이 아침 시간을 ‘기상’이라고 적는다면 권양은 이 시간을 기상, 묵상, 수학공부로 나눠 적는다. 아침 시간에 집중력이 높다는 걸 알고 아침 6시부터 약 20분 사이는 공부시간으로 잡았다. 스스로 만든 상세한 하루 시간표를 줄줄 외우는 두 학생은 시간 관리를 하며 얻은 게 있었다.
권양은 눈에 띄게 성적이 향상됐다. 전교 30등에 가깝던 등수가 5개월 만에 10등 안쪽으로 올랐다. 권양은 “시간 관리 자체가 은근히 시간 소모가 되니까 괜한 짓은 아닌가 했지만 이런 자기 관리가 없었다면 성적 향상은 꿈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 관리의 효과는 유민섭 담임교사도 인정했다. 유 교사는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시간 관리를 한 친구들은 의욕이 남다르고 자신감도 뚜렷해진다”며 “그래서 수업 시간에서 계획표(플래너)를 펼쳐놓도록 허락했다”고 했다. 김충일군은 인터뷰 도중 갑자기 연락을 보내온 친구를 만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잠시 고민했지만 금세 결정을 했다. 김군은 “예전엔 이런 고민 자체를 안 하고 무조건 친구한테 달려갔는데 이젠 한 주중 어느 시간이 여유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만난다”고 했다. 두 학생의 시간 관리법은 무작정 시간을 쪼개 기록하는 게 아니다. 김군은 “기록을 하기 전 목표를 세우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왜 시간 관리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김군은 여러 강연 등을 접하면서 훗날 미래 목표 설정을 최고경영자(CEO)로 세워뒀다. 목표 설정 뒤엔 그 목표에 도달하는 길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는 시간도 가졌다. 결국 김군이 고교 3년 동안 해야 할 일은 과연 어떤 분야의 경영자가 될 것인지를 찾는 것이다. 이렇게 목표 설정을 해놓은 다음엔 자신의 일정을 꼼꼼하게 적는 ‘기록의 달인’이 돼야 한다. 권양은 “당장 오늘 일만이 아니라 어제 한 일, 내일 할 일 그리고 10년 뒤부터 가깝게는 1년 뒤까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일상적으로 적는다”고 했다. 처음엔 이 시간 자체가 낭비가 되지 않을까도 걱정했지만 기록은 오히려 마음을 다잡게 하고 정리하는 능력도 키워줬다. 이렇게 제대로 시간 관리를 시작한 학생들도 때론 흔들린다. 보통 한 달 정도가 되면 계획표 적는 걸 잊거나 귀찮아하는 학생들이 나온다. 시간 관리가 매우 개인적인 일이다 보니 누군가의 개입은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만 이럴 땐 어른들의 적당한 관심도 필요하다. 안상열 전문위원은 “어른들도 함께 계획표를 짜놓고 큰 틀에서 공유하면서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걸 권한다”고 했다. 혹 시간표에 맞추다 보면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되진 않을까? 권양은 “오히려 시간표가 있어 자유롭다”고 했다. “제가 만든 시간표인걸요. 시간표 짜는 것 자체가 자유로운 행동이죠. 스스로 짠 시간표라 그런지 책임감이 더 커지는 거 같아요. 못 지킨 부분에 표시를 할 땐 속상하기까지 합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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