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은 고독하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심사는 꼬여가는데 어른들은 ‘쓸데없는 생각’이라며 핀잔만 준다. 비싼 합격엿 대신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이 필요한 때다. 사진은 손팻말을 들고 수험생을 격려하는 학부모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합격 발표도 하기 전에 이미 붙은 양 행동 말고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가’ 무력한 고민 잠시 접길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가’ 무력한 고민 잠시 접길
수능이 50여일 앞으로 닥치면서 수험생들의 심사가 복잡하다. 인생의 절반이 결정된다는 ‘국가고사’를 치르는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러나 지나친 고뇌가 역전의 기회를 앗아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명경 한국집중력센터 소장은 “집중력은 자기통제력이 있을 때 생긴다”며 “자기 감정과 생각을 조절하지 못하면 결국 공부하는 데 필요한 집중력과 주의력에도 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렇다면 수험생의 집중력을 흩뜨리는 생각은 어떤 것일까.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www.sumanhui.com) 회원 70명에게 물었다.
■ “왠지 수시 붙을 것 같아!” 수시모집 결과에 대한 ‘무모한 낙관’은 수험생들이 마지막에 걸려 넘어지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아이디 ‘어릿광대’는 “수시 쓰고 붙지도 않은 대학인데 어디 갈까 고민하는 때가 많다”고 했다. 아이디 ‘앞트임’은 “보험 든다는 생각으로 지원한 곳에 붙어서 정말 내가 가고 싶은 학교 못 가면 어쩌나 싶다”며 “김칫국 마시는 일인 줄 알면서도 생각을 떨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사실 수시모집은 수험생에겐 ‘천적’이나 다름없다. 수시 1학기에 지원했다 낙방한 신예은(19)양은 “정말 내가 합격하는 줄 알았다”며 “1차 발표도 나기 전에 면접 준비 한다며 신문 보고 책 보느라 허비한 시간이 3주는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수시 2학기 모집으로 올해 연세대에 합격한 김양우(19)씨는 “수시에 응시하긴 했지만 될 거라는 기대는 없었고 끝까지 수능 성적을 올리는 데 집중한 게 주효했다”고 했다.
■ “대학에 왜 가야 하는 걸까” 대학과 학과를 구체적으로 정하기 시작하면서 새삼스레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재수생 김택우(19)씨는 “얼마 전에 연봉 6억을 받는 변리사가 최고 유망 직업이란 기사를 봤다”며 “고1부터 호텔조리사를 꿈꾸며 공부해 왔는데 막상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하려고 하니까 이 직업이 내게 최선인지 회의가 생긴다”고 했다. 아이디 ‘체’는 “대학만 가면 다 될 것 같았는데 막상 수능이 다가오니 대학 졸업해도 원래의 포부대로 세상을 변화시키기는커녕 내 입에 풀칠도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고 했다.
■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 수능 성적 하나로 인생의 희비가 엇갈린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최근 잇따른 유명 연예인의 죽음은 예민한 수험생을 고뇌에 빠뜨린다. 수험생 박새미(18·인천)양은 최근 한 연예인의 자살 사건을 보면서 “학교 오다 교통사고 나서 죽을 수도 있는데 수능 공부 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이디 ‘미스터혁이’는 “수능 못 봐서 대학 못 가면 사람들이 말하는 실패한 인간이 되는 건가, 나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우리 사회에서 학벌이 최고인 걸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고 했다. 입시를 코앞에 두고서 ‘학벌사회’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 “쟤가 나보다 더 좋은 대학 가면 어떻게 하지?” 친구들을 ‘벗’이 아니라 ‘라이벌’로 느끼면서 오는 스트레스도 크다. 이아무개(18)군은 “나는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공부해서 상위권에 들었는데 3학년 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한 애들이 치고 올라오는 걸 보면 내가 노력한 게 물거품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디 ‘완소’는 “못된 생각인 줄 알지만 나보다 성적이 안 좋은 친구가 나보다 커트라인이 높은 대학을 썼는데 붙을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 “9월 모의고사 성적이 정말 수능 성적인가?” 수능 성적과 관련된 여러 속설 가운데 하나가 9월에 치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 성적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9월 모의고사를 전후로 무너지는 수험생들이 많은 이유다. 이호형 서울 서라벌고 교사는 “시험 중에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 들락거리거나 구토증상까지 보이는 학생들도 있었다”며 “1학기부터 담임교사나 부모와 진학할 수 있는 대학과 학과를 정해 수능 전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워 준비하지 않으면 막판에 오는 긴장감을 견뎌내기 어렵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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