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고 처음으로 성적표를 받아왔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아헨지역은 2학년 2학기부터 정식으로 점수가 기입되어 있는 제대로 된 성적표를 받기 시작한다. 성적표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 이미 모두 계산해서 알고 있었던 첫째 때와는 다르게 나도 무척 궁금했다. 아이 학교 공부에 너무 무관심하기도 했지만 도대체 들쭉날쭉한 녀석의 성적은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성적표를 들고 집으로 뛰어 들어오며 상기된 얼굴로 내게 외쳤다. “엄마 나 낙제 안하고 3학년 올라갈 수 있대!!!” 아니, 내가 너무 심했나? ‘너 그렇게 놀기만 좋아하다간 마이키처럼 3학년 못 올라간다!’ 장난삼아 녀석을 골려주려고 낙제해서 3학년에서 내려 온 같은 반 친구를 들먹이며 했던 말이 아마도 무척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우~와!” 성적표를 펼치면서 내 입에서 나온 첫 번째 감탄사다. 행동발달사항까지 전 과목 2점. 잘했다고 작은 녀석을 마구 안아주며 뽀뽀해주었다. “겨우 그것 같고, 나는 항상 1점만 받았었는데.” 샘이 났는지 큰 녀석이 한마디 거들었다. “너랑 같니? 네 동생은 처음부터 완전히 혼자 한거야.”
옆에서 동생을 깎아내리려고 이죽거리던 큰 아이에게 쏘아 붙이자 녀석은 더 신이 났는지 의기양양해서 말한다. “엄마, 나 형아 보다 잘하는 거지? 나 혼자 했잖아!” 평소에 공부라면 제 형에게 주눅 들어 말도 못 꺼내던 녀석이 이날만큼은 신이 났다. “그럼 그럼”하면서도 속으론 ‘너만 혼자 하냐? 네 친구들도 다 그런다 이 녀석아’라며 웃음이 튀어나오는 것을 참아야 했다.
사실 평균 2점이라는 아이 성적에 더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시험성적으로만 점수를 계산하지 않는 독일 성적처리 방식 때문이다. 독일 선생님들은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의 수준을 체크해야 한다. 시험 때만 벼락공부를 시켜 어쩌다 1점을 받는다 해도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아이의 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성적표에 1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전체 점수에서 선생님의 개인적 견해가 50%를 차지하니 당연한 일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 때문에 더 정확하게 수준을 측정할 수 있기도 하다. 작은 아이를 독일식으로 키우기로 결심하고 학교 공부에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내심 불안했던 건 사실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ABC부터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해서 1학년 말이 되니 책을 술술 읽어 내려가는 것을 보며 신기했었다. ‘학교 교육만으로도 이렇게 될 수 있구나!’ 독일 사람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한국에서 막 와서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초등학교에 보내면서도 사실 나는 절대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았었다. 동화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1학년 말부터였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동화책을 줄줄 읽어내던 큰 아이에 비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평범한 독일아이들 수준이니 뒤처지는 것은 아니었다. 작은 아이 공부를 위해 내가 집에서 해준 것이라고는 숙제하다가 모르는 것 질문하면 도와주고 약간의 동화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뿐이었다. 수학도 독일어도 진도가 어떻게 나가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내가 이렇게 아이 공부에 대해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리만치 무관심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성적 2점을 받아 왔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독일에서 평균성적 2점이란 어떤 의미일까. 독일 학교는 성적을 1에서 6점까지로 나눈다. 1점이 가장 높고 5점과 6점은 낙제 점수다.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점은 한 반에서 한두 명 정도.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받기 쉬운 점수가 아니다. 어떤 때는 한 사람도 없는 경우도 있다. 그 다음이 2점, 중 상위권이라는 소리다. 3점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받는 점수다. 독일 학부모들은 3점 정도만 받아도 만족한다. 3점의 독일어 의미는 아우스라이헨드(Ausreichend). 충분하다, 넉넉하다는 의미다. 그러니 우리나라 수, 우, 미, 양, 가로 나뉘는 평가 기준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4점을 받으면 공부를 약간만 더 시키라고 선생님의 조언을 듣게 되고 중요과목 평점이 5점 이하를 받게 되면 학년을 올라갈 수 없다. 큰 아이 학교 선생님과 면담을 하면서 알게 된 일인데, 독일의 많은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선호하는 점수가 2점이라고 한다. 물론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보통 일반직 사무원을 고용할 때는 학교성적이 평점 1점인 지원자 보다 2점을 받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이 너무 우수한 사람들은 지나친 경쟁심으로 이웃들과 융화하기 힘들어한다거나, 또 일이 자신의 뜻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수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조직에서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1점만 받는 아이들이 선생님의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착하고 성실하면서 성적도 우수하다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성적밖에 모르고 버릇없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싸늘한 질책과 친구들의 따돌림을 감수해야만 한다. 마치 ‘이 사회는 너 같은 아이가 발붙일 자리는 없다.’라는 엄중한 경고처럼 철저히 왕따를 당한다. 여기 아이들이 성적을 올리기 위해 죽자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그런 사회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독일 아이들이 황급히 과외 선생을 찾고 공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것은 4점 이하를 받았을 때다. 4점이란 점수는 바로 위험하다는 신호다. 그것도 한 두 과목에 신호가 오는 정도로는 끄덕도 않는다. 이제 벼랑 끝에 섰다싶으면 그제서 아이들도 부모도 급해지기 시작한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3점에서 4점 정도를 받는 아이들에게 가장 정성을 기울인다. 그들을 2점으로 끌어올리면 그 수업은 성공한 것이라고 한다. 수업진도도 그 아이들이 이해할 때까지 반복 또 반복. 그러니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뻔히 알면서도 듣고 또 들어야한다. 어찌 생각하면 찬밥신세다. 수업시간에 손을 들어도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수한 아이들을 한 학년 건너뛰게 하는 월반이라는 제도가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상위권 몇몇 학생들을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우리나라 방식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2점은 가장 이상적인 점수다. 또한 학교 수업만 착실히 따라가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성적이기도하다. 선생님도 거기까지는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중에 나와 있는 참고서도 문제집도 모두 수준이 여기에 맞추어져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독일학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뛰어난 엘리트 보다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원만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실 평균 2점이라는 아이 성적에 더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시험성적으로만 점수를 계산하지 않는 독일 성적처리 방식 때문이다. 독일 선생님들은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의 수준을 체크해야 한다. 시험 때만 벼락공부를 시켜 어쩌다 1점을 받는다 해도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아이의 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성적표에 1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전체 점수에서 선생님의 개인적 견해가 50%를 차지하니 당연한 일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 때문에 더 정확하게 수준을 측정할 수 있기도 하다. 작은 아이를 독일식으로 키우기로 결심하고 학교 공부에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내심 불안했던 건 사실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ABC부터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해서 1학년 말이 되니 책을 술술 읽어 내려가는 것을 보며 신기했었다. ‘학교 교육만으로도 이렇게 될 수 있구나!’ 독일 사람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한국에서 막 와서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초등학교에 보내면서도 사실 나는 절대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았었다. 동화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1학년 말부터였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동화책을 줄줄 읽어내던 큰 아이에 비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평범한 독일아이들 수준이니 뒤처지는 것은 아니었다. 작은 아이 공부를 위해 내가 집에서 해준 것이라고는 숙제하다가 모르는 것 질문하면 도와주고 약간의 동화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뿐이었다. 수학도 독일어도 진도가 어떻게 나가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내가 이렇게 아이 공부에 대해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리만치 무관심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성적 2점을 받아 왔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독일에서 평균성적 2점이란 어떤 의미일까. 독일 학교는 성적을 1에서 6점까지로 나눈다. 1점이 가장 높고 5점과 6점은 낙제 점수다.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점은 한 반에서 한두 명 정도.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받기 쉬운 점수가 아니다. 어떤 때는 한 사람도 없는 경우도 있다. 그 다음이 2점, 중 상위권이라는 소리다. 3점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받는 점수다. 독일 학부모들은 3점 정도만 받아도 만족한다. 3점의 독일어 의미는 아우스라이헨드(Ausreichend). 충분하다, 넉넉하다는 의미다. 그러니 우리나라 수, 우, 미, 양, 가로 나뉘는 평가 기준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4점을 받으면 공부를 약간만 더 시키라고 선생님의 조언을 듣게 되고 중요과목 평점이 5점 이하를 받게 되면 학년을 올라갈 수 없다. 큰 아이 학교 선생님과 면담을 하면서 알게 된 일인데, 독일의 많은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선호하는 점수가 2점이라고 한다. 물론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보통 일반직 사무원을 고용할 때는 학교성적이 평점 1점인 지원자 보다 2점을 받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이 너무 우수한 사람들은 지나친 경쟁심으로 이웃들과 융화하기 힘들어한다거나, 또 일이 자신의 뜻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수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조직에서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1점만 받는 아이들이 선생님의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착하고 성실하면서 성적도 우수하다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성적밖에 모르고 버릇없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싸늘한 질책과 친구들의 따돌림을 감수해야만 한다. 마치 ‘이 사회는 너 같은 아이가 발붙일 자리는 없다.’라는 엄중한 경고처럼 철저히 왕따를 당한다. 여기 아이들이 성적을 올리기 위해 죽자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그런 사회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독일 아이들이 황급히 과외 선생을 찾고 공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것은 4점 이하를 받았을 때다. 4점이란 점수는 바로 위험하다는 신호다. 그것도 한 두 과목에 신호가 오는 정도로는 끄덕도 않는다. 이제 벼랑 끝에 섰다싶으면 그제서 아이들도 부모도 급해지기 시작한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3점에서 4점 정도를 받는 아이들에게 가장 정성을 기울인다. 그들을 2점으로 끌어올리면 그 수업은 성공한 것이라고 한다. 수업진도도 그 아이들이 이해할 때까지 반복 또 반복. 그러니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뻔히 알면서도 듣고 또 들어야한다. 어찌 생각하면 찬밥신세다. 수업시간에 손을 들어도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수한 아이들을 한 학년 건너뛰게 하는 월반이라는 제도가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상위권 몇몇 학생들을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우리나라 방식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2점은 가장 이상적인 점수다. 또한 학교 수업만 착실히 따라가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성적이기도하다. 선생님도 거기까지는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중에 나와 있는 참고서도 문제집도 모두 수준이 여기에 맞추어져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독일학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뛰어난 엘리트 보다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원만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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