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심국제중 1년 학비
입시 과목 위주 교육…강사 부족 영어몰입 부실
미 교과서 구입·기숙사 등 연간 학비 1700여만원
미 교과서 구입·기숙사 등 연간 학비 1700여만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국제중 설립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기 가평 청심국제중에 있다. 공 교육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심국제중으로 서울의 우수 인재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서울에서도 국제중을 설립해 특성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밝혀 왔다. 2006년 문을 연 청심국제중은 2009학년도 일반전형 경쟁률이 22 대 1에 이를 만큼 인기가 높다. 합격생 가운데 상당수는 토익 점수가 900점 이상이며 서울지역에는 청심국제중 전문 입시학원도 성업 중이다. <한겨레>는 국제중 열풍의 진원지인 청심국제중 학부모와 전직 교사 등에게서 실제 청심국제중에서는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는지 들어봤다. 취재 결과,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으며, 영어 강의를 할 수 있는 교사의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3학년인 1회 입학생 100명 가운데 학교를 그만둔 학생이 27명에 이르렀다.
■ 학부모 입시교육 요구 여전 특수목적고 등 상급 학교 진학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의 요구에 휘둘려 학교가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재 양성’이라는 애초의 교육목표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었다. 학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청심국제중의 모든 학생들은 밤 10시를 넘어서까지 의무적으로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 최근까지 이 학교에서 근무했던 전직 교사 박준호(가명)씨는 “교사들은 ‘어린 학생들이니 9시까지만 자율학습을 하게 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공부를 더 시켜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요청 때문에 시간이 연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2주에 한 번씩 주말에 귀가하도록 했던 애초의 학교 방침도 주말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요구로 매주 귀가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방과후 학교 역시 국어·논술·수학 등 입시 관련 과목 위주로 진행된다. 한 2학년 학부모는 “청심중에 입학시킨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아이를 보니 이 학교가 특별한 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며 “뛰어난 학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수월하게 특목고에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학교 쪽은 “학생들을 매주 내보내기로 한 것은 어린 학생들인 만큼 자주 집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지 학원에 갈 수 있게 하려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며 “세부적인 학교 운영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 준비 안 된 영어몰입 교육 청심국제중은 국어와 국사, 중국어를 뺀 모든 과목을 미국 사립학교에서 쓰는 교과서를 이용해 영어로 진행한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제로는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강사 수급에 어려움이 많아 영어로 하는 수업은 수학·과학 등 일부 과목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다른 과목은 말할 것도 없고 영어 수업도 강사가 충분치 않아 두 학급 학생 50명을 묶어 수업한 적이 있었을 정도”라며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의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것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도 “아이가 입학할 때 기대했던 것보다는 영어수업 여건이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강사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미국 교과서 사용에도 어려움이 많다”며 “1학년의 경우 국내 사회교과서와 미국의 사회교과서 <시빅스 인 아메리카>를 함께 쓰고 있는데, 미국의 정치·사회제도에 대해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없어 사실상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심국제중 관계자는 “영어 강의를 할 수 있는 강사 수급이 쉽지 않아 교과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업 여건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연간 학비 1700여만원 학비도 알려진 것보다 비싸다. 1년 수업료 436만4천원(입학금 포함) 외에도 매달 70만원씩 내는 기숙사비, 방과후 학교와 ‘1인 1악기’ 프로그램 비용, 교복과 미국 교과서 구입 비용, 수학여행비 등을 합치면 1년에 들어가는 돈이 약 1700만원에 이른다. 서울 지역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기숙사에 있어 주중에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청심국제중은 통일교 재단의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 이 정도나마 운영되지만 서울에 설립되는 국제중의 경우 현실적인 어려움이 훨씬 클 것”이라며 “국제중이 내거는 특성화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을 갖추는 일도 문제지만, 명문대 진학을 지상 과제로 여기는 한국 교육풍토에서 국제중은 사실상의 입시 명문학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 “학교에선 경쟁…집에 오면 잠만”
▶학원만 신났네 ‘국제중 입시 마케팅’
기도하는 마음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한 달여 앞둔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수험생을 둔 한 어머니가 자녀의 학업 성취를 소원하는 발원문을 펼쳐둔 채 기도하고 있다(왼쪽 사진).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 3학년 10반 학생들이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선풍기로 열기를 식히며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준비 안 된 영어몰입 교육 청심국제중은 국어와 국사, 중국어를 뺀 모든 과목을 미국 사립학교에서 쓰는 교과서를 이용해 영어로 진행한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제로는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강사 수급에 어려움이 많아 영어로 하는 수업은 수학·과학 등 일부 과목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다른 과목은 말할 것도 없고 영어 수업도 강사가 충분치 않아 두 학급 학생 50명을 묶어 수업한 적이 있었을 정도”라며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의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것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도 “아이가 입학할 때 기대했던 것보다는 영어수업 여건이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강사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미국 교과서 사용에도 어려움이 많다”며 “1학년의 경우 국내 사회교과서와 미국의 사회교과서 <시빅스 인 아메리카>를 함께 쓰고 있는데, 미국의 정치·사회제도에 대해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없어 사실상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심국제중 관계자는 “영어 강의를 할 수 있는 강사 수급이 쉽지 않아 교과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업 여건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연간 학비 1700여만원 학비도 알려진 것보다 비싸다. 1년 수업료 436만4천원(입학금 포함) 외에도 매달 70만원씩 내는 기숙사비, 방과후 학교와 ‘1인 1악기’ 프로그램 비용, 교복과 미국 교과서 구입 비용, 수학여행비 등을 합치면 1년에 들어가는 돈이 약 1700만원에 이른다. 서울 지역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기숙사에 있어 주중에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청심국제중은 통일교 재단의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 이 정도나마 운영되지만 서울에 설립되는 국제중의 경우 현실적인 어려움이 훨씬 클 것”이라며 “국제중이 내거는 특성화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을 갖추는 일도 문제지만, 명문대 진학을 지상 과제로 여기는 한국 교육풍토에서 국제중은 사실상의 입시 명문학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 “학교에선 경쟁…집에 오면 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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