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수정 ‘강요’
발행은 경쟁 ‘압박’
발행은 경쟁 ‘압박’
시장논리 앞세워 과당경쟁 버팀목 제거
“공공성 무시” 출판사들 법적대응 모색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과서 발행 출판사들 사이에 경쟁을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공동 발행제’를 철폐하는 내용으로 교과서 검정 공고를 갑자기 고쳐, 혼선은 물론 반발을 사고 있다. 출판사들은 “교과서 채택을 노린 과당 경쟁을 방지하려는 회원사들의 자구책을 허무는 조처로서, 교과서 값이 폭등하는 등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15일 교과부와 교과서 출판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교과부는 지난달 초 ‘교과용 도서 검정 실시 공고’를 수정 고시하면서 검정 도서 공동(인쇄·발행)사업 의무 조항을 삭제했다. 당시까지 모든 교과서의 생산·배급은 발행사 협의체인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가 전담하고, 이익금을 회원사들이 균등 분배하도록 돼 있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공동사업과 이익금 균등 배분제 뒤에 숨어 교과서 질 향상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경쟁을 통해 더 다양하고 질 좋은 교과서를 만들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서 채택을 겨냥한 지나친 경쟁을 막고 생산·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자’는 취지로 지난 25년 동안 시행돼 온 이 제도를 ‘시장 논리’를 내세워 하루아침에 폐지하는 것은, 교과서의 공공재적 성격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ㅂ사 관계자는 “이 제도가 무너지면 일부 대형 출판사만 살아남게 돼 되레 다양한 교과서 출현이 원천봉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ㄷ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동 생산을 전제로 학생들에게 먼저 주문을 받아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는데, 이제 교과서 값 급등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지난 5월에도 교과서 값을 자율화하겠다며 가격사정제 손질에 나섰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교과부는 자율경쟁을 강조하는 한편으론 출판 기준은 강화하는 등 진입장벽을 높여 비판을 받고 있다. 국어·영어·수학은 편집 전문인력 5명(나머지 과목은 2명) 이상 확보하고, 최근 3년 동안 검정 출원 과목 관련 도서 5권(나머지 과목은 2권) 이상 출판해야 검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ㅎ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없던 편집 인력 확보를 요구하는 등 진입 장벽을 높인 것은 반시장적인 조처로 일관성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동 발행제 폐지로 교과서 출판이 좌절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안적인 검정 교과서 제작에 나섰던 전국국어교사모임은 최근 작업을 잠정 보류했다. 모임 관계자는 “교과서 공동사업이 폐지돼 검정을 통과한다 해도 출판까지는 경제적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여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천희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장은 “교과부는 교과서의 공공적 성격을 무시한 채 일부 대형 출판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제도를 바꾸려 한다”며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면서 역사 교과서는 검열에 나서는 등 교과부의 최근 행태는 자기모순”라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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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무시” 출판사들 법적대응 모색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과서 발행 출판사들 사이에 경쟁을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공동 발행제’를 철폐하는 내용으로 교과서 검정 공고를 갑자기 고쳐, 혼선은 물론 반발을 사고 있다. 출판사들은 “교과서 채택을 노린 과당 경쟁을 방지하려는 회원사들의 자구책을 허무는 조처로서, 교과서 값이 폭등하는 등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15일 교과부와 교과서 출판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교과부는 지난달 초 ‘교과용 도서 검정 실시 공고’를 수정 고시하면서 검정 도서 공동(인쇄·발행)사업 의무 조항을 삭제했다. 당시까지 모든 교과서의 생산·배급은 발행사 협의체인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가 전담하고, 이익금을 회원사들이 균등 분배하도록 돼 있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공동사업과 이익금 균등 배분제 뒤에 숨어 교과서 질 향상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경쟁을 통해 더 다양하고 질 좋은 교과서를 만들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서 채택을 겨냥한 지나친 경쟁을 막고 생산·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자’는 취지로 지난 25년 동안 시행돼 온 이 제도를 ‘시장 논리’를 내세워 하루아침에 폐지하는 것은, 교과서의 공공재적 성격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ㅂ사 관계자는 “이 제도가 무너지면 일부 대형 출판사만 살아남게 돼 되레 다양한 교과서 출현이 원천봉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ㄷ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동 생산을 전제로 학생들에게 먼저 주문을 받아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는데, 이제 교과서 값 급등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지난 5월에도 교과서 값을 자율화하겠다며 가격사정제 손질에 나섰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교과부는 자율경쟁을 강조하는 한편으론 출판 기준은 강화하는 등 진입장벽을 높여 비판을 받고 있다. 국어·영어·수학은 편집 전문인력 5명(나머지 과목은 2명) 이상 확보하고, 최근 3년 동안 검정 출원 과목 관련 도서 5권(나머지 과목은 2권) 이상 출판해야 검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ㅎ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없던 편집 인력 확보를 요구하는 등 진입 장벽을 높인 것은 반시장적인 조처로 일관성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동 발행제 폐지로 교과서 출판이 좌절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안적인 검정 교과서 제작에 나섰던 전국국어교사모임은 최근 작업을 잠정 보류했다. 모임 관계자는 “교과서 공동사업이 폐지돼 검정을 통과한다 해도 출판까지는 경제적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여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천희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장은 “교과부는 교과서의 공공적 성격을 무시한 채 일부 대형 출판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제도를 바꾸려 한다”며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면서 역사 교과서는 검열에 나서는 등 교과부의 최근 행태는 자기모순”라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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