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떨어진 어구 이어주는 ‘반점’

등록 2008-10-19 19:44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 [난이도 수준-중2~고1]

37. 관형어
38. ‘쉼표’에 대하여
39. 말을 갖고 놀자 ①

지난 시간에, 수식언(꾸미는 말)과 피수식언(꾸밈을 받는 말) 사이가 떨어져 있는 경우를 어떻게 처리할지 물었었다. 그 답은 ‘수식언 뒤에 쉼표를 찍는다’이다. ‘어젯밤 골목길에서 마주친, 얼굴이 너부데데한 사내’ ‘친구들이 다 갖고 있는, 뒤꿈치에 바퀴가 달린 신발’ ‘샥티 거웨인이 들려주는, 직관에 따른 삶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런데 방금 내가 쓴 ‘쉼표’라는 낱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무슨 말이냐…?

<한글 맞춤법>의 ‘문장부호’ 편은 우리가 글을 쓸 때 사용하는 문장부호들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의 차례를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용과 크게 어긋나는 대목이 있다: I. 마침표 1. 온점(.), 고리점(。) 2. 물음표(?) 3. 느낌표(!) II. 쉼표 1. 반점(,), 모점(、) 2. 가운뎃점(·) 3. 쌍점(:) 4. 빗금(/)


우리가 ‘마침표’로 알고 있는 “.” 는 ‘온점’이라 하여 물음표나 느낌표와 함께 마침표의 한 종류로 되어 있고, 흔히 ‘쉼표’라고 부르는 “,” 는 ‘반점’이라 하여 가운뎃점·쌍점 등과 함께 ‘쉼표’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 두 가지 부호를 사람들이 쉽게 알아듣는 ‘마침표’ ‘쉼표’로 불러주는 것이 의사소통에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정확한 이름이 ‘온점’과 ‘반점’임을 알아두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그 쓰임새에 대한 이해다. <한글 맞춤법>은 반점(즉 ‘쉼표’)의 여러 쓰임새 가운데 하나로 ‘바로 다음의 말을 꾸미지 않을 때’를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예로 ‘슬픈 사연을 간직한, 경주 불국사의 무영탑’과 ‘성질 급한, 철수의 누이동생이 화를 내었다’를 든다. 앞서 내가 보였던 세 가지 예문과 구조가 같은 것들이다. ‘공부만 열심히 하는, 조금은 얄미운 친구’나 ‘언어는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유일하게 만족스러운 이해 방법에 굴복하기 시작했다’ 같은 표현도 반점이 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경우다.

이렇게 반점은 직접 이어져야 할 두 어구가 서로 떨어져 있음을 표시하는 구실을 하는데, 이것은 서술어와 서술어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음 표현들을 보자: ①할아버지의 체취가 몰려와, 나를 에워싼 공기를 은은하게 물들였다. ②그는 고개를 내밀어, 우르르 몰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①의 경우 반점이 없다면 ‘할아버지의 체취가 몰려와 나를 에워쌌다’는 식으로 읽힐 소지가 크고, ②의 경우에도 반점을 넣지 않으면 ‘그가 고개를 내밀어 우르르 몰려갔다’는 식으로 오독할 위험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직접 이어져야 할 두 서술어 사이에 다른 서술어가 끼어든 예다. 반점은 이럴 때 반드시 필요한 부호다.

반점이 빛을 발하는 또다른 예는 다음 같은 경우다: ‘이것은 왁스를 바른 작은 판으로, 글을 쓰는 데 사용한다.’ 여기서 반점이 없다면 ‘작은 판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로 읽히기가 쉽다. 이때 ‘로’는 도구나 방법을 나타내는 조사이고, 위 예문에서 쓴 ‘로’는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다. 이렇게 모습이 똑같은 조사가 전혀 다른 문맥에서 쓰이기 때문에, ‘로’가 자격을 나타낼 때에는 그렇지 않을 때와 구분하여 반점을 넣어주는 것이 의미전달에 유리하다.

이 밖에도 반점은 여러 경우에 요긴하게 쓰이는데, ‘소리 내어 읽었을 때 숨이 잠시 끊어지는 경우에는 반점을 넣는다’고 기억하면 큰 실수가 없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