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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주장의 논리적 모순·편파성을 밝혀라

등록 2008-10-19 21:18

용산전자상가에서 초등학생들이 컴퓨터게임을 시연해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A href="mailto:wjryu@hani.co.kr">wjryu@hani.co.kr</A>
용산전자상가에서 초등학생들이 컴퓨터게임을 시연해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16. 비판하기
■ 기출문제 유형 2 - 서울대 2008학년도 모의 (가)형[난이도 수준-중2~고1]

제시문 (나)의 신문기사는 게임이 청소년의 폭력범죄의 원인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터넷 게임을 하는 많은 청소년들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커다란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학생이 폭력범죄에 미치는 게임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비행 청소년 1000명을 조사하였는데, 그 중 990명이 게임에 중독되었거나 중독될 위험이 있는 집단으로 분류되었다. 그는 이러한 결과에 근거하여 게임이 청소년 폭력범죄의 주범이라고 주장하였다. <논제1>(해결전략 참조)에 근거하여 이러한 주장을 비판하시오. (400자 이내)

사람들은 대체로 수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남자의 비율이 약 94%라고 했을 때 자신이 대한민국 남자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될 확률이 94%라 믿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대한민국 남자가 국회의원이 될 확률은 아주 낮다. 그런데 2002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카네만(Kahneman)과 그의 동료들은 사람들이 수치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판단오류를 범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판단오류는 교육을 잘 받은 사람에게서도 발생한다.

(가) 에이즈를 야기하는 바이러스(HIV)의 발병률이 0.1%라고 하자. 한 과학자가 HIV 보균자를 탐지할 수 있는 검사를 개발하였다. 그런데 이 검사 방법이 완벽하지는 않다. 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보균자로, 음성이 나오면 비보균자로 진단하게 된다. 이 검사는 HIV 보균자일 경우에 검사 결과가 100% 양성으로 나오지만, HIV 비보균자인 경우에도 양성으로 나올 확률이 5%가 된다. 만약 어떤 사람의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 이 사람이 HIV 보균자일 확률은 얼마일까? 이 질문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95%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정답은 2% 이하이다.

(나) 육군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인터넷 게임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과 현실 속 폭력범죄의 연관성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범인은 평소 휴가 때 국산 온라인게임을 열심히 즐기는 ‘게임광’ 수준의 게이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범인이 게임을 광적으로 즐겼다면 내부구조가 사각형인 군 내무반을 같은 사각형 구조인 컴퓨터 화면 속의 가상현실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등 이번 사건과 게임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게임과 폭력성의 상관관계가 부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게임 내용이 갈수록 사실적이고 잔인해지면서 외국에서는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이 “범인들이 폭력게임의 영향을 받았다”며 유명 게임업체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학부모 단체나 종교 단체가 주도해 폭력적 게임에 대한 규제를 촉구하는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면서 게임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 해결 전략

이 문제는 앞선 논제인 <논제 1>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논제 1>은 ‘제시문 (가)에서 정답이 2% 이하인 이유와 사람들이 95% 이상이라고 잘못 판단하게 되는 이유를 각각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논제 1>에 제시된 오류는 전체 인구 가운데 에이즈 보균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적다는 점을 간과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먼저 (가)에서처럼 정답이 2% 이하로 나오기 위해서는 0.1%의 발병률이라는 전제조건이 감염률과 동일한 것으로 취급돼야 한다.

이 수치를 적용하면 전체 인구를 1000명으로 가정할 때 에이즈 보균자는 1명이 된다. 이 사람은 100% 양성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나머지 999명 가운데 5%인 49.95명 또한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된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한테서 양성 반응이 나타났을 경우 그가 보균자인 확률은 1/50.95×100으로 구할 수 있다. 이를 계산하면 2%보다 낮은 확률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논제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장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오류이다. 조사 대상 청소년은 모두 비행청소년인데, 전체 청소년 중 비행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 경우 사람들은 비행청소년 수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990명’이라는 게임중독자의 수치에만 주목하게 된다. 그리하여 게임과 청소년 범죄가 관계있다고 쉽게 단정짓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청소년 비행과 게임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전체 청소년 가운데 게임 중독자의 비율, 전체 청소년 중 비행 청소년 비율 등이 제시되어야 한다. 만약 전체 청소년 가운데 비행 청소년을 뺀 청소년의 게임 중독 비율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면 이 주장은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주장은 게임 중독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 관점을 통계 수치를 이용해 입증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 자료 검색

O. J. 심슨 무죄주장의 확률적 오류

그는 정말 무죄일까?

O. J. 심슨은 70년대 미 프로 미식축구를 주름잡았던 영웅이었다.

1994년 6월 13일 로스앤젤레스 고급 주택가 브렌트우드에 있는 대저택에서 심슨의 전처 니콜 브라운 심슨과 그녀의 남자친구인 로널드 골드먼이 온몸이 난자당한 채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목격자는 없었으며 심슨의 집에서 피 묻은 장갑이 나왔고 DNA 검사 결과 희생자의 혈액임이 입증됐다.

이 사건이 확률론적으로 흥미를 끄는 대목은 심슨의 변호인단이 제기하는 몇 가지 주장들이다. 피해자의 변호인단측이 ‘평소 O. J. 심슨이 아내를 때리고 폭언을 일삼았다.’는 증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O. J. 심슨의 살인 가능성을 주장하자, 심슨의 변호사 중 하나인 알랜 더쇼위츠는 이에 맞서 줄기차게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실제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는 아내 중에서 자신을 때린 남편에 의해 살해당한 경우는 천 명 중의 하나, 즉 0.1%도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O. J. 심슨이 아내 니콜을 때렸다는 사실이 O. J. 심슨이 아내의 살인범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단서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템플 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우리에겐 <수학자의 신문읽기>(1995)로 유명한 수학 이야기꾼 존 알랜 팔로스 교수가 이 문제에 대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계산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라고 한다.

만약 매 맞는 아내가 있다고 하자. 이 여자가 자신을 때리는 남편에 의해 죽을 확률은 얼마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라면 심선의 변호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맞다. 0.1%밖에 안 될 것이다. 그러나 O. J. 심슨 사건의 경우에서는 이미 아내가 죽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매 맞던 아내가 죽었을 때 그녀를 평소 때리던 남편이 범인일 확률’을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확률은 무려 80%가 넘는다. 따라서 심슨이 평소 아내를 때렸다는 사실은 심슨이 아내 살인범일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단서가 되는 것이다.

범행 현장에서는 심슨과 발 사이즈가 같은 발자국도 발견됐다. 피해자의 변호인단은 이것을 증거의 하나로 제시했다. 또 범행 현장 바닥에는 범인의 발자국 왼쪽에 범인이 흘린 핏자국이 있었다. 그런데 O. J. 심슨 역시 왼쪽 손에 칼에 베인 자국이 있었다. 피해자의 변호인단은 이 역시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슨의 변호인단은 심슨과 같은 발사이즈를 가진 사람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발 사이즈가 같다는 것은 증거가 되지 못하며, 왼손을 다친 사람의 수도 충분히 많기 때문에 같은 이유로 이러한 흔적들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음을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존 알랜 팔로서는 그의 책 (1998)에서 이 문제 역시 심슨 변호인단의 확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심슨과 같은 발사이즈를 가진 사람이 넉넉잡아 15명에 한 명꼴로 있다고 가정해 보자. 또 하필 심슨처럼 그 시기에 왼손에 상처가 나 있던 사람이 충분히 잡아 1만 명 중 한 명쯤 됐다고 가정해 보자(존 알랜 팔로스는 1,000명 중의 하나로 가정했으나 1/1000은 너무 큰 확률이다). 그렇다면 심슨처럼 그 당시 왼손에 상처가 나 있었으며 발 사이즈도 심슨과 같은 사람은 몇 명쯤 될까? 겨우 15만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각각에 대해서는 일어날 확률이 높지만 독립된 두 사건이 함께 일어날 확률은 그 곱에 의해 표현되기 때문에 발생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이 단서 역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O. J. 심슨 사건에서 사용되어 큰 주목을 받았던 DNA 테스트 역시 확률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아내의 피살 현장에서 채취된 DNA는 심슨의 것과 일치했다. 통상 DNA 분석에서 두 사람의 DNA가 우연히 일치할 확률은 1만분의 1이라고 한다. 검사측은 심슨이 99.99%의 확률로 살인자라고 몰아붙였지만, 변호사측은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인구가 300만 명이므로 이중 약 300명이 DNA가 일치할 수 있기 때문에 심슨이 살인자라는 결론은 99.7%(1/300)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옳은 얘기일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인구 백만 명의 도시에 오직 두 명만이 하얀 턱수염을 가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 도시에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사건 현장에서 하얀 턱수염이 발견됐다. 따라서 하얀 턱수염을 가진 두 사람 중 한 명이 살인자이며 다른 한 명은 무고한 사람이다. 따라서 하얀 턱수염을 가진 사람 중에서 무고한 사람은 (두 명 중 한 명이므로) 50%다. 그러나 무고한 사람이 하얀 턱수염을 가질 확률은 얼마일까? 무고한 사람 999,999명 중에서 1명만이 하얀 턱수염을 가졌으므로 그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이처럼, O. J. 심슨의 변호인단은 아주 중요한 문제를 착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이 여러 가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질 확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여러 가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진 사람이 아무 죄가 없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심슨의 무죄를 주장했던 것이다.

-정재승, <과학 콘서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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