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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편향’ 관점 일방적 강요…단어·문장 ‘첨삭지도’까지

등록 2008-10-30 19:19수정 2008-10-30 21:19

‘역사교과서 수정권고’ 무리수
뉴라이트 교과서포럼 요구안 10건 그대로 수용
집필자 “해석차 수용 요구로 검정제 취지 훼손”

교육과학기술부가 30일 발표한 고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권고안’ 가운데 10여개 항목은 뉴라이트 계열인 교과서포럼의 주장을 대체로 수용한 것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아 교과서 수정 과정에서 집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교과부가 검정과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처음으로 수정 권고를 내림으로써 “정권이 바뀌면 교과서도 바뀔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교과서포럼 주장 수용= 교과부의 수정 권고 항목을 출판사별로 보면, 금성출판사 38건, 법문사 4건, 중앙교육진흥연구원 9건, 천재교육 4건 등이다. 교과서포럼은 금성출판사 교과서에 대해서만 수정 요구안을 냈는데, 관점이나 해석 부분에서 10여개 항목이 받아들여졌다. 우선 교과서포럼이 수정을 요구한 ‘연합군이 승리한 결과로 광복이 이루어진 것은 우리 민족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253쪽)는 부분은 일부 삭제를 권고했다. 교과부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분단의 책임에 대한 오해가 있어 보완 필요”,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한 보충 서술 필요” 등 추상적인 검토 의견을 냈다. 교과부 관계자는 “집필자들과 협의해 구체적인 수정 내용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필자들은 관점이나 해석에 대한 수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성출판사 집필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는 “교과서에 대한민국의 정통성(264쪽)도 밝혔고, 분단의 원인 중 하나인 북한의 국가 수립(265쪽)도 언급돼 있다”며 “하나의 관점만을 따르고 강조하라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어·문장·자료 하나까지 일일이 수정하라고 하는 것은 검정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국정교과서도 이 정도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직 역사교사 1천여명도 이날 ‘역사교육자 선언’을 통해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가 교과서 수정에 나선 것은 우리 사회가 어렵게 마련한 교육의 중립성을 일거에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궁색한 교과부= 교과부의 수정 권고 항목을 보면, 절반 이상이 첨삭지도 수준이다. “‘곧바로’, ‘그 결과’라는 단어는 빼고, ‘민족민주운동’은 ‘민주화운동’으로 변경하라”는 식의 지엽적인 내용이 많다. 그동안 보수 단체들이 근·현대사 교과서에 덧씌워 온 ‘좌편향’과는 거리가 있다. 이에 따라 교과부가 보수 단체와 정치권의 이념공세에 의해 과도하게 부풀려진 ‘교과서 논란’에 줏대없이 끼어들어 사회적 논란만 가중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역사교육)는 “검정을 통과하고 지난 2004년에 이미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교과서에 대해 검정제도를 훼손하고 교육과정을 무시하면서까지 뜯어고치겠다고 나선 교과부가 내놓은 수정안치고는 너무 궁색하다”며 “단어 하나 넣는 것을 수정 권고까지 해야 할 상황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교과서 수정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수정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교육과정이나 검정제도를 부정할 수는 없는 교과부의 궁색한 처지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문제가 없는 교과서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문제가 있다고 말하자, 교과부가 어쩔 수 없이 수정에 나서 예산을 낭비하면서 첨삭지도를 해준 꼴”이라고 꼬집었다. 김소연 정민영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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