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이기수 총장이 지난 10일 오후 연세대에서 ‘고려대의 국제경쟁력 있는 명품인재 교육이란?’ 제목의 리더십 특강을 하려고 백양관 강당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특목고 우대·본고사형 논술…처벌수단 없어
‘대학 자율’ 외치더니 손에 쥐고도 무기력증
‘대학 자율’ 외치더니 손에 쥐고도 무기력증
지난 5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대학 입학전형 관련 업무를 일괄 이양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특수목적고 우대 의혹 등을 불러일으킨 대학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대교협의 입시 업무 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는데도 정부가 섣부르게 대입 자율화를 추진한 결과”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교협(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최근 고려대가 2009학년도 수시 2학기 일반전형에서 특목고 학생들을 우대하는 등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일자, 이사회 회의를 열어 “윤리위원회에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교협이 한 조처는 고려대에 “해명서를 내라”고 요구한 것뿐이고, 이마저도 제출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고려대는 의혹이 제기된 지 2주가 지나도록 해명서를 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언론에 책임을 돌리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10일 연세대 특강에서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고 하는데, 큰 문제가 되는 양 보도한 일부 언론에 문제가 있다”며 “세세한 설명이 부족했을 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교협 간부는 지난주에는 “고려대가 ‘수시 입시가 진행 중이어서 여력이 없다’고 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고,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는 “오늘까지 낸다고 했는데 안 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리위 상정 방침에 대해서도 “해명서를 본 뒤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또 한발 물러섰다.
대교협은 지난달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숙명여대가 수시모집 논술 전형에 수학 풀이과정을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하는 등 본고사 부활 논란을 불렀는데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대교협은 2010학년도 대입까지는 이른바 대학 입학 관련 ‘3불 정책’(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정작 이를 위반했다는 의혹들에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대교협의 이런 소극적·미온적인 태도는 ‘대학들의 협의체’라는 대교협의 성격에 비춰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교육·시민단체들은 지적한다. 대교협이 대학들의 ‘신사협정 형식’으로 정한 지침을 대학들이 어겨도, 정작 대학들에 이를 지키도록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점도 문제다. 대교협 관계자는 “고려대가 자복하기 전엔 잘못을 밝히기도 힘들고, 밝힌다 한들 명시적 처벌 규정도 없다”고 말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지금의 혼란은 점수 상위권 학생들을 가려 뽑기에만 골몰해 온 대학들이 ‘스스로를 자율 규제할 것’이라고 믿은 정부 탓”이라며 “대학들이 자율을 원한다면 규칙을 지켜야 하고, 이를 어기면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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