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상회의와 영어 수업이 만나 새로운 형태의 영어 체험 수업이 시도되고 있다. 사진은 화상으로 영어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대전광역시 교육청 제공
대전 6개 초등교 개통식 “사교육 부담 덜어줘”
‘넓은 회의장에 앉은 사람들이 커다란 화면을 본다. 화면 안에는 비행기로 10시간을 넘게 가야 하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회의장에 모여 있다. 이들은 한곳에 모인 것처럼 같은 주제를 토론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화상회의 장면이 우리 교육 현장에 연출됐다. 지난 10월13일 대전의 6개 공립초교에서 개통식을 연 ‘원어민 화상 영어 교육’이 그것이다.
대전광역시 교육청이 실시하는 원어민 화상 영어 교육은 공교육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어 공교육 강화 프로젝트’의 하나다. 대전 교육청은 대전문화초, 대문초, 동광초, 회덕초, 대전송강초, 대전장대초 등 6곳에 화상 교육이 가능한 영어 체험 교실을 만들었다.
이들 학교는 대전교육정보원에서 강의하는 원어민 교사의 수업을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영어 수업을 한다. 6개 학교 학생들이 동시에 수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교사는 물론 다른 학교 학생들과도 자유롭게 대화나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대전교육정보원에 구축된 ‘피플 온 콘텐츠’(People On Contents)라는 가상스튜디오는 ‘크로마키 기법’을 통해 수업 내용에 따라 약국·우체국· 슈퍼마켓 등으로 모습을 달리할 수 있어 다양한 영어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 텔레비전 뉴스의 일기예보를 떠올리면 된다. 교실에는 수업 진행을 돕는 보조교사가 따로 배치된다. 이러한 화상 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일은 음성·화상회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폴리콤’이 맡았다.
교육청이 실시하는 화상영어교육은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더는 게 우선 과제다. 대전 교육청 관계자는 “기왕의 원어민 화상 영어 교육은 영상과 음성이 일치되지 않고 끊김 현상 및 멈춤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등 효과적인 영어 학습의 방법이 되는 데 많은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화상회의 시스템은 화질도 선명하고 음질이 깨끗하도록 기술적 보완을 거친 것이라 학생이 무료로 질 좋은 원어민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어민 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공교육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다. 대전 교육청 관계자는 “원어민과 현장에서 수업하는 것 못지않은 교육효과를 낼 수 있는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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