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교과서 수정지시안 뜯어보니
이것 빼고 저것 넣으니 문맥 안맞고 어긋나
‘이른바’ ‘결국’ ‘곧바로’ 등 단어도 수정 지시
이것 빼고 저것 넣으니 문맥 안맞고 어긋나
‘이른바’ ‘결국’ ‘곧바로’ 등 단어도 수정 지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6일 금성출판사에 보낸 33건의 수정지시안에는 수정권고 때와는 달리 항목별로 구체적인 수정문구까지 적혀 있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교과부의 ‘금성출판사 교과서 수정지시안’을 보면,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저자들은 교과부가 10월30일 출판사에 보낸 38건의 수정권고안 가운데 10건에 대해 수정안을 냈으나 교과부는 수정하지 않은 28건과 수정이 미흡하다고 여긴 5건 등 모두 33건에 대해 수정지시를 내렸다.
교과부는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이 수정을 요구한 “우리 민족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253쪽)는 부분은 “우리의 힘으로 일본을 물리치지 못한 것은 통일민족국가를 건설하는 데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분단의 책임에 대한 오해가 있다’며 수정을 요구한 “이승만은 제1차 미·소 공동위원회가 중단되자, 곧바로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주장하였다”(261쪽)는 부분에 대해서는 “남북분단의 책임이 이승만 정부 수립 때문이라는 오해가 있어 ‘곧바로’라는 단어를 빼고, ‘하지만 북한은 이미 사실상의 단독정부를 먼저 출범시켰다’를 추가로 넣을 것”을 지시했다. 이 부분에 대해 집필자들은 “1946년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성립됐다는 내용을 교과서 다른 부분에 이미 언급한 만큼, 뜬금없이 이 부분에 넣는 것은 문맥상 전혀 맞지 않는다”며 수정을 거부한 바 있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수정문구까지 구체적으로 적어 출판사에 넘기고 수정하라고 압력을 넣었는데, 이게 직권수정이 아니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교과부의 무리한 ‘첨삭지도식’ 수정 강요도 빈축을 사고 있다. 교과부는 국방부가 요구한 “북한은 1946년 2월부터 ‘민주개혁’이라는 이름 아래…”(265쪽) 부분에서 ‘민주개혁’ 앞에 ‘이른바’를 넣으라고 권고했다. 이에 집필자들은 “민주개혁에 붙은 따옴표가 ‘이른바’라는 의미이므로, 문장 표현만 어색해진다”고 거부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수정지시안에서 “민주개혁에 붙은 따옴표의 의미는 ‘이른바’라는 의미이나, 학습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른바 ‘민주개혁’으로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교과부 지시대로라면 결국 ‘이른바 이른바 민주개혁’이 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교과부는 또 “결국, 북한은 남한 정부가 남북 대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구실로 회담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말았다”(309쪽)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결국’이라는 단어로 인해 남한 정부가 남북대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였기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하였다고 학습자가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결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금성출판사 대표필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는 “‘이른바’, ‘결국’ 등은 내용과 별 상관도 없는 단어지만 수정하면 문장이 어색해져 그냥 두자고 의견을 냈는데 이마저도 수정하라고 했다”며 “교과부는 내용보다 몇 개 항목을 수정했는지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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