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동안 제대로 공부 안하면 탁구 못 간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확실히 해!”
요즈음 내 입에서 허구한 날 흘러나오는 말이다.
우리 두 아이들이 탁구를 배운다. 작은 아이는 이제 겨우 여덟 살이라 장난삼아 치고, 큰 아이는 거의 목숨 걸었다. 지금까지 2년짼데, 처음엔 취미 삼아 일주일에 한두 번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더니, 요즈음은 하루도 쉬지 않으려 한다.
‘혹여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하는 처음의 우려와는 다르게 지금까지는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공부 하다 보니, 능률면에서 오히려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 어차피 독일 공부라는 것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정도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큰 아이의 목표는 겁도 없이 분데스리가 선수다. 사실 12살에 탁구를 시작해서 분데스리가까지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것도 공부를 포기하고 전력질주 한다면 모를까 둘을 병행하려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봐야한다.
그러나 아이의 탁구에 대한 집착이 예사롭지 않아 요즘 약간 우려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있다. 시작한지 2년이라고는 하지만 죽자고 치게 된 것은 겨우 1년 정도다. 그런데 얼마나 징하게 매달렸으면 제 나이 또래 7,8년 배운 아이들을 모두 제치고, 우리가 사는 작은 도시에서는 이미 탁구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아들이 거기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좋은데, 중요한 건 나도 점점 우리 아들이 멋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운동이라고는 운자도 모르고 공부만 해서 어깨가 구부정한 남편만 보다가, 우리 아들을 보니 왜 그리 멋있어 보이는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공부 집어치우고 분데스리가나 가자’고 외치고 싶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 엄마인지, 차마 공부를 대충하라고는 못할 것 같다. 겨우 한다는 말이, “우리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기적 한번 이뤄볼까? 탁구, 공부 모두 성공하는 거야!” “그럼 엄마, 나 박사탁구선수 되 볼까?” “야! 그거 멋있다! 탁구선수 OOO박사, 그럼 넌 아마 한국 최초가 될 거야.” “한국 최초? 한국엔 그런 사람 없어?” “아마 없을 걸. 왜 그런지 알아?......” 지금부터 나의 한국교육에 대한 별난 강의가 시작된다. 결론은 언제나 “그러니까 너는 행복한 줄 알아 이 녀석아!”로 끝나는 뭐 그런 뻔한 연설이다. 한국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설명할 때마다 ‘너는 천국에서 사는 거다’며 독일에서는 있지도 않은 지옥과 천국 론을 역설하던 엄마 덕에, 한국에서는 공부와 스포츠를 병행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아이도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대화 자체가 이곳에서는 좀 생소한 일이다. 독일 아이들에게는 그리 새로운 테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일수록 운동 한 가지 정도는 대부분 할 뿐만 아니라, 그 중에서는 프로수준으로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우리 아이 반에만 해도 청소년 여자농구국가대표 선수와 지역대표 수영선수가 있을 정도로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고 있느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이 역시 집중력과 지구력도 좋아서인지 운동도 잘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시기가 되면 이곳에서도 공부와 운동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프로선수의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해서 공부를 못한다거나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부를 못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 때문에 공부를 포기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선수 출신 중에서는 대학을 나온 사람도 많고,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특히 대단해 보이는 것은, 독일 김나지움과 대학은 운동선수라 해서 거저 졸업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은 얼마든지 하되, 학교 공부도 다른 학생들과 똑 같은 조건에서 해내야만 한다. 김나지움 교사로 정년퇴직한 우리 이웃집 할아버지는 학교에서도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두 아들을 분데스리가 탁구 선수로 키웠다. 지금은 변호사로, 물리학 박사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그 아버지에게 아들들의 가장 자랑스러운 모습은 분데스리가 탁구 선수 시절이다. 74세의 연세에도 동네 탁구 연합회에서 어린 꿈나무들을 가르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할아버지. 틈만 나면 꼬마들을 모아놓고 두 아들을 분데스리가 보낸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이곳에서는 너무나 평범한 이웃집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기적이라는 이름을 붙여야만 설명할 수 있다니. 지구가 넓기는 꽤 넓은 모양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탁구에 대한 집착이 예사롭지 않아 요즘 약간 우려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있다. 시작한지 2년이라고는 하지만 죽자고 치게 된 것은 겨우 1년 정도다. 그런데 얼마나 징하게 매달렸으면 제 나이 또래 7,8년 배운 아이들을 모두 제치고, 우리가 사는 작은 도시에서는 이미 탁구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아들이 거기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좋은데, 중요한 건 나도 점점 우리 아들이 멋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운동이라고는 운자도 모르고 공부만 해서 어깨가 구부정한 남편만 보다가, 우리 아들을 보니 왜 그리 멋있어 보이는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공부 집어치우고 분데스리가나 가자’고 외치고 싶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 엄마인지, 차마 공부를 대충하라고는 못할 것 같다. 겨우 한다는 말이, “우리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기적 한번 이뤄볼까? 탁구, 공부 모두 성공하는 거야!” “그럼 엄마, 나 박사탁구선수 되 볼까?” “야! 그거 멋있다! 탁구선수 OOO박사, 그럼 넌 아마 한국 최초가 될 거야.” “한국 최초? 한국엔 그런 사람 없어?” “아마 없을 걸. 왜 그런지 알아?......” 지금부터 나의 한국교육에 대한 별난 강의가 시작된다. 결론은 언제나 “그러니까 너는 행복한 줄 알아 이 녀석아!”로 끝나는 뭐 그런 뻔한 연설이다. 한국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설명할 때마다 ‘너는 천국에서 사는 거다’며 독일에서는 있지도 않은 지옥과 천국 론을 역설하던 엄마 덕에, 한국에서는 공부와 스포츠를 병행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아이도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대화 자체가 이곳에서는 좀 생소한 일이다. 독일 아이들에게는 그리 새로운 테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일수록 운동 한 가지 정도는 대부분 할 뿐만 아니라, 그 중에서는 프로수준으로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우리 아이 반에만 해도 청소년 여자농구국가대표 선수와 지역대표 수영선수가 있을 정도로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고 있느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이 역시 집중력과 지구력도 좋아서인지 운동도 잘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시기가 되면 이곳에서도 공부와 운동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프로선수의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해서 공부를 못한다거나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부를 못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 때문에 공부를 포기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선수 출신 중에서는 대학을 나온 사람도 많고,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특히 대단해 보이는 것은, 독일 김나지움과 대학은 운동선수라 해서 거저 졸업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은 얼마든지 하되, 학교 공부도 다른 학생들과 똑 같은 조건에서 해내야만 한다. 김나지움 교사로 정년퇴직한 우리 이웃집 할아버지는 학교에서도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두 아들을 분데스리가 탁구 선수로 키웠다. 지금은 변호사로, 물리학 박사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그 아버지에게 아들들의 가장 자랑스러운 모습은 분데스리가 탁구 선수 시절이다. 74세의 연세에도 동네 탁구 연합회에서 어린 꿈나무들을 가르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할아버지. 틈만 나면 꼬마들을 모아놓고 두 아들을 분데스리가 보낸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이곳에서는 너무나 평범한 이웃집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기적이라는 이름을 붙여야만 설명할 수 있다니. 지구가 넓기는 꽤 넓은 모양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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