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초등학교 3~6학년 학생들의 영어수업 시간이 주당 1~2시간씩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실용영어 수업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일환으로 확정되었다. 이것은 기존의 빈부의 양극화 문제와 더불어 교양의 양극화 문제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주체성과 문화의 고유함에 손상을 입힐 것이다.
무릇 언어란 수단이다. 필요한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 배운다. 아이 적부터 자신의 필요와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혀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모국어라면 이미 우리 안에 언어기재가 내재되어 있으니 환경에 노출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배워진다. 교육수준에 의해 사용하는 언어의 품질은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외국어의 경우는 어떠한가? 모든 사람들의 필요가 일치한단 말인가?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해야 할 필요는 어디에 근거하는가? 어떤 사람들이 외국어를 필수로 배워야 하는가 생각해 보자. 외국관련 일에 종사하거나 사업상 필요한 사람, 외국인 또는 외국 책, 미디어, 예술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은 사람, 외국과의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정부 측 인사나 외교적인 일에 종사할 사람, 독서의 깊이와 다양성이 필요한 전문인들, 그리고 해외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 마지막 항목을 제외하고는 사실 외국어를 모국어 하듯이 유창하게 해야 할 사람들이다. 과연 국민의 몇 퍼센트나 위 필수로 해야 하는 사람들군에 속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막 항목-해외여행에 필요해서-에 해당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관관사업 육성을 위해서도 외국어는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사실 영어권 사람들이 한국 여행할 때 가장 불편한 것이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전 국민이 관광수익을 위해 어릴 적부터 준비하고 있어야하나? 만약, 영어만이 아닌 세상에 현존하는 다양한 언어를 강조하는 것이면 그건, 개인에게 외국어 선택의 기회도 부여된 것이고, 모든 여행자에게 공정한 서비스이니 권장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오로지 영어만을 해야 한다고 하는 발상이다. 이것은 영어권 사람들 편에서 생각한 또 하나의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본다.
그리고 영어가 안돼서 경쟁력에서 밀리므로 돈이 안 된다는 발상들을 하는 모양인데, 사업이나 협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유창한 외국어 뿐 만이 아니다. 아무리 영어 잘해서 좋은 협상을 이끌어내면 사업 끝인가? 사업 한 번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영어보다는 성실성과 신뢰가 더 좋은 장사군이 된다. 신뢰는 말로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게 국가간일 때는 더 그러하다. 국가 대 국가의 문제에 있어서 신뢰감을 주는 것은 그들의 문화다. 문화는 그 국민의 삶에 관련된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개념인 것이다. 우리 문화의 고유성은 영어식 문화와 발상에 의해 희석되고 결국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개나 소나 생활전반에 영어를 써대는 통에 어느 것이 국어고 외국언지 구별하기 힘들 때도 있다. 특히 가요에서는 이제 알아듣기 조차 힘들어지고 있다. 문화 인프라가 더 중요한데도, 영어식 생활양식과 문화는 국어언어조성까지 위험한 수준으로 몰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오로지 영어만이 살길이고 영어만이 경쟁력인 양 하는 것은 국가자체가 영어를 위해 봉사해 주는 전도된, 즉 주체성을 상실한 언어교육을 낳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한국의 언론이 편향된 보도를 하니 국제시각을 알기 위해 영어가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우리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정부에 의해 통제된 방송사와 조중동의 혓바닥에 놀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을 영어에 올인 시킬 합리적 이유는 되지 못한다. 올바른 매체가 있다면, 국민이 영어를 배워 객관적 사실을 직접취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해외정보와 가교역할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영어를 습득하고 올바른 철학 하에서 바른 정보를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가장 본질적 문제는, 영어교육을 아무리 강화한다 해도 절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만큼 해내지 못할 사람들도 있다. 언어는 환경에 노출이 되어야 체화되어 유창하게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책사머리에 앉아서 습득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빈부의 문제가 언어습득에도 작용한다. 있는 자들은 해외 경험이나 사교육 등을 통해 좀 더 많이 언어에의 노출의 기회를 가질 것이다. 없는 자들이 그들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 결국 도태되고 포기할 것이다. 왜, 그런 학생들까지 선택의 여지없이 들러리를 서야 하는가? 우린 언제나 획일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쪽 방향으로만 쏠리는 현상, 유행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현상, 부화뇌동하는 현상. 정부는 이런 국민성을 적절히 잘도 이용한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에 대한 비판의식은커녕, 오히려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자녀들을 교육지옥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 문화의 경쟁력이 날로 내려가고 한국인의 정체성이 희석되어가는 꼴을 보기가 참으로 안타깝다. 영어에 쏟는 에너지의 티끌만큼이라도 자신을 성찰하는데 쓴다면 한결 철학이 있고 다양한 사회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아이들이 딱딱한 책상머리에 앉아 혀꼬부라트리는 연습에 모든 시간을 희생하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다. 지금 현재도 영어수업시간은 넘친다. 제발 영어 필요한 사람들 입장에서 온 국민을 다 들러리 시키는 일 좀 그만 했으면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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