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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책상머리 벗어나 몸으로 느끼는 ‘생생 과학’

등록 2008-12-21 16:20

과학관을 잘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문제해결력,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각종 수업과 체험, 전시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국립과천과학관 기초과학탐구교실 학생들이 모둠별로 실험을 하는 모습이다.
과학관을 잘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문제해결력,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각종 수업과 체험, 전시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국립과천과학관 기초과학탐구교실 학생들이 모둠별로 실험을 하는 모습이다.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창의 교육 현장 / 국립과천과학관 기초과학탐구교실

초등생 160명 추첨으로 뽑아
주말에 현장체험·실험 교육
학원보다 싼 수업료도 장점

“솔미미. 파레레. 도레미파솔솔솔.”

지난 12월13일 토요일, 국립과천과학관 3층의 한 강의실에서 동요 ‘나비야’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초등 3~4학년인 아이 14명이 임주희 과학강사의 음계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자! 이번에는 선생님 책상에 놓여 있는 와인잔을 이용해 ‘나비야’를 연주해볼 거예요.” 임 강사의 ‘유리잔 연주’가 이어지자 학생들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 잔들의 차이점이 뭘까?” “소리가 달라요!”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왜 소리가 다를까?” “컵이 다른 거 아니에요?” “맞아. 다른 가게에서 산 건가 봐.”(웃음) 모두 한바탕 웃을 때 한 학생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손을 들었다. “물 양이 조금씩 다른 거 같아요.” 임 강사가 외쳤다. “맞았어요!”

아이들은 과학관 교육프로그램인 2008 기초과학탐구교실 수강생들이다. 과학관은 지난 11월에 문을 열면서 자체 교육 프로그램으로 기초과학의 원리를 탐구하고 실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초등 3~4학년, 5~6학년 각각 80명씩 추첨으로 뽑힌 아이들이 주말을 활용해 수업을 듣고 있다.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강의를 듣고 싶은 순서대로 한 번씩 듣는 형식이다. 이번 12월 강의는 강사 8명(6명은 현직 교사, 2명은 과학 전문 강사)이 분야별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날 물리 A반의 수업 주제는 ‘소리의 전달’. 임 강사는 “진동과 파동의 원리와 개념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하면서 “각자 듣는 순서는 자유지만 아무래도 세 번째 시간이다 보니 친해진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임 강사는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올 때 바퀴벌레들이 진동을 느끼고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는 상황을 예로 들거나 재활용 악기 연주단 ‘노리단’의 공연 영상을 보여주며 소리의 개념과 진동의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는 밖에 나가야 해요. 옷 단단히 껴입자.” 다음은 관람 및 활동 시간이다. 과학관 수업의 특징은 앉아서 듣는 강의형 수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강의실 수업뿐만 아니라 움직이며 체험도 한다. “1층과 야외 전시장에 마련된 관련 전시물을 보러 가는 겁니다. 어린이탐구체험관에 ‘음악가’ 전시물이 있거든요. 피아노 건반과 물을 담은 관을 이용해 진동에 의해 소리가 나는 원리를 실제로 만날 수 있죠. 또 길이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하프를 보러 야외로도 나갑니다.” 과학 전문 강사들은 이렇게 각종 전시물과 도구 등이 있어 체험하는 과학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과학관의 장점으로 손꼽는다.

임 강사는 “과학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데 직접 해보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고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원리에 대해서 줄줄 외워 설명하는 친구들을 많이 봅니다. 이 수업에서 배우는 원리도 사실은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인데도 이미 다 알고 있죠. 문제는 대부분이 단순 암기로 알고 있다는 겁니다. ‘외우는 과학’이 아니라 ‘생각하고 경험해보는’ 과학수업이 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참고할 만한 국공립 과학관
참고할 만한 국공립 과학관
학부모 홍미희씨는 과학의 저렴한 수업료를 장점으로 꼽았다. “학원 수업이나 집에 선생님이 방문해서 도구로 하는 실험 수업도 해본 적이 있는데 꽤 비싸거든요. 이곳은 네 번에 6만원이니 한 번에 1만5000원 수준이면 큰 부담은 아니죠.”

아이들은 전시장 체험을 한 뒤 다시 강의실로 돌아와 조별, 개인별 실험을 준비했다. 물리 수업은 조별 유리잔 연주와 개인별로 종달새 피리 만들기로 끝난다. 유리잔 연주를 위해 물을 따랐다 부었다를 반복하면서 실험대를 물바다로 만든 조도 있지만, 아이들은 모두 진지하다. 안양 안일초등학교 4학년 류제민군은 “음이 하나 안 맞는 거 같다”며 연주 차례가 올 때까지 끝까지 실험에 몰두했다.

“학생들이 지금 여기서 배운 걸 당장 응용하고, 시험을 칠 때 쓴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서도 안 되죠. 일상에서 접하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게 진짜 문제 해결력이죠. 그런 뜻에서 실생활 예를 많이 들려고 합니다.” 임 강사의 말이다.

이날 학교 과학반 교사와 함께 수업을 참관하면서 실험 등을 도우러 봉사활동을 온 안양 호성중학교 김선미, 강유진양은 부럽다는 표정으로 학생들의 수업을 지켜봤다. “저희는 그냥 ‘파동은 ○○○다’라고 배웠거든요. 간단하더라도 어떤 실험이나 체험을 하면서 접하니까 기억에도 오래 남겠어요.”

과학관 과학교육문화과 박인호 행정사무관은 “과학관에서는 전시만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한다. “전시만 하면 되지 교육까지 하냐고 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건 아니죠. 전시관, 각종 실험 기구 등도 있고 인력풀도 있는 저희 쪽에서 구심점이 되어 과학을 친근하게 만나도록 할 겁니다.”

현재 과학관에서 마련하는 교육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다. 과학관 자체적으로 기획·운영하는 자체교육과 외부 업체에서 실시하는 위탁교육이다. 기초과학탐구교실의 경우는 과학관 쪽이 직접 강사를 섭외해서 진행하는 자체교육에 포함되며 앞으로 한 달 간격으로 수강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박 사무관은 “자체교육에선 교과와 연계된 수업을 할 예정이고, 위탁교육에선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생활과학 분야의 수업을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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