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여상, 교장·교감 포함 교무위원회서 ‘사회적 논란’ 이유
국방부가 이른바 ‘불온도서 목록’을 지정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한 고교에서 대중적 역사서를 ‘사회적 논란이 되는 책’이라는 이유로 도서구입 목록에서 제외한 사실이 드러났다.
22일 서울 성북동 동구여상 교사와 학교 쪽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는 지난달 말 교육청 지원 예산 300만원으로 교사들의 신청을 받아 모두 110여종 200여권의 도서를 사기로 하면서 국어·역사 교사들이 신청한 <친일파 99인>(전3권), <한국 현대사 산책>(전18권), <한국근대사 산책>(전10권) 등 3종을 제외했다. 이 학교는 평소 학생과 교사들이 신청한 책은 예산이 허용하는 한 대부분 샀으나, 이번에는 교장·교감이 포함된 교무위원회가 심의를 벌여 이들 도서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친일파 …>는 ‘친일파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 산책>은 ‘역사학자가 아닌 언론학자가 쓴 역사서’라는 이유였다. 이 학교 이원표 교장은 “(구입 대상에서 제외한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책들이라고 해 적절치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이에 항의해 지난 19~20일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이날 오전에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친일파 …>는 출간된 지 15년이 넘었고 <… 산책>은 대중 역사서로 널리 인정받은 책으로, 모두 국내 대형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교양서들”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문제의 도서에 이 학교 공동 설립자이자 이사장(1957~61년)을 지낸 김활란씨가 친일 인물로 규정된 점 때문에 학교 쪽이 구입 대상에서 제외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원표 교장은 “일부 교사들이 김활란 박사가 이사장을 지낸 사실을 연관시켜 학교를 시끄럽게 만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일파 …>는 1993년 강만길·서중석 교수 등 역사학자 45명이 참여해 친일 인물 99명의 행적을 기록한 책으로 출간 당시 <월간 책>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으며, <… 산책>은 강준만 전북대 교수(언론학)가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근대사를 정리한 책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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