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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블로그] 자사고, 드디어 투기세력이 교육을 장악하다

등록 2008-12-23 13:14

드디어 투기세력이 교육까지 장악했다. 교육부는 내년에 30여 개의 ‘자사고’를 지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원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아 가능하다면 한 구에 한 학교씩 ‘자사고’를 허용할 계획이란다. 이에 따라 2010년에 첫 자사고가 개교할 예정이며 2012년에는 100곳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 공교육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이제 우리 교육은 오로지 부모의 경제능력에 따른 교육투기장으로 변질되었다.

‘자사고’는 명칭부터가 허울 좋다. 진정한 ‘자립형’이라면 재단이 튼튼한 경제능력을 바탕으로 해당 학생들에게 공교육 수준의 등록금을 받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소위 자사고는 기존 고교보다 등록금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비쌀 것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학부모의 주머니를 털어서 ‘자립’하겠단다. 그것이 저들이 말하는 ‘자립’이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적인 정책의 결정판이다. ‘자사고’는 이 땅의 졸부들이 결탁해서 서민들을 따돌리고 특권층을 형성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저들은 자신들의 집단적인 탐욕을 위해 이 땅의 공교육을 뿌리째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장기적으로 이 땅의 역동성과 성장 잠재력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공교육 체제에서 적어도 우리는 부모의 능력과 관계없이 개인적 능력에 따라 성공할 최소한의 기회는 주어졌다. 그리고 그런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자사고가 들어서는 순간 그런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공교육은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공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허울 좋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말 과감한 투자를 한다면 굳이 ‘자사고’ 같은 것이 왜 필요하겠는가?


‘자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교육제도이다. 그리고 그것은 천민자본주의의 극단적인 표현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교육의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를 자랑하는 경제력을 지닌 나라이다. 이 정도 규모의 나라라면 적어도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만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긍지이다. 그런데 현실은 열악하다 못해 참담하다.

이 나라는 유치원부터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중고등학교에만 가면 천문학적인 과외비로 온 국민이 신음한다. 게다가 대학은 살인적인 등록금으로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든다. 또한 대학생들은 공부는 내팽개친 채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에 바쁘다. 거기에 무슨 ‘교육’이 있는가? 그런데 이제 ‘자사고’라는 것까지 만들어 온 국민을 막장에까지 몰아넣고 있다.

‘자사고’는 한 마디로 돈이 없으면 자식교육은 포기하라는 말이다. 공교육은 사회적인 낙오자들의 처리장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도대체 이것이 교육이고 이것이 정상적인 나라인가? 이 정부의 교육정책은 절대다수 국민으로 하여금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녀를 키우는 것에 대해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게 만든다. 이 땅의 가진 자들에게는 집요할 정도의 개인적인 탐욕 외에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감이나 공동체 의식도 없다.

초등학생이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나라가 이 나라 외에 또 어디 있겠는가? 지금만 해도 학생들은 과잉경쟁에서 질식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제 ‘자사고’까지 만들어 그들의 숨통을 끊어놓아야 하겠는가? 도대체 저들이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큰 죄인가? 이 땅에 태어난다는 것은 거의 가혹한 원죄나 다름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지금만으로도 교육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대한 명백한 학대이다.

저들은 말끝마다 경쟁만이 살길이라고 부르짖지만 저들이 말하는 경쟁은 경쟁이 아니라 투기이다. 참된 경쟁은 공존과 공생에 바탕을 둔 경쟁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경쟁이란 오로지 상대방을 거꾸러뜨리고 내가 올라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 돈을 가진 부모에게는 자녀는 그들의 탐욕을 충족시키고 부를 안전하게 세습하기 위한 장기판의 말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암기를 바탕으로 한 일차원적인 지식의 습득에 매몰되어 있다. 그것이 가진 자들이 투자한 효과를 가장 확실하게 보장받는 교육방식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진정한 교육은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르치고 현명한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르는 것이다. 그것을 망각하는 순간 교육은 투기가 되고 탐욕이 되고 만다. 그리고 잘못된 교육은 이 나라를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오늘 그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재앙이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자사고’는 바로 그 재앙의 출발점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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