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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단독]거꾸로 가는 통일교육…체제 우월성 내세워 북한 적대시

등록 2009-01-06 08:24수정 2009-01-06 08:57

도덕교과서도 냉전시대 회귀
“평화교육 삭제는 남북관계 성과 모조리 부정하는 것”
집필자들 “여론수렴 없이 갑자기 내용바꿔 어이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중순 만들어 고시한 ‘중학교 도덕교과서 집필기준 수정안’은 체제의 우월성을 내세워 북한을 적대시하는 등 옛 냉전시대의 통일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007년 8월 마련된 집필기준을 근거로 도덕교과서 집필을 해온 저자들은 “어떻게 여론 수렴도 없이 이처럼 갑자기 내용을 바꿀 수 있느냐”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과부의 집필기준은 18쪽 분량으로, 중학교 1~3학년 공통 기준과 학년별 집필기준으로 나뉜다. 이번에 수정된 통일교육 영역은 △북한 사회에 대한 서술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 △평화교육 시각 도입 등 8개 항목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평화교육’ 항목은 완전히 빠졌다. 평화교육은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낮추고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의 미래지향적 교육으로 도입됐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법학)는 “통일교육에서 평화교육을 빼자는 것은 어떻게 보면 통일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서술 방향 지시는 남북관계의 성과를 부정하고, 우리의 우월성을 앞세워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평화통일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사안이고, 교육과정에도 ‘평화교육’이라는 용어가 없어 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학교 도덕교과서를 집필하고 있는 한 교사는 “교과서를 쓰는 데 집필기준은 하나의 가이드라인”이라며 “기준에서 평화교육이 빠지면 교과서를 집필할 때 ‘평화교육’ 자체를 언급하기가 어려워지는 등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번 집필기준 수정안은 북한 사회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는 관점을 부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북한의 인권 문제와 남북한 차이에 대해 ‘객관적 사실’를 강조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과 잣대로 북한을 대하는 것은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자칫 대결구도를 강조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집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집필기준을 수정하면서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학교 도덕교과서 집필자인 또다른 교사는 “전체적인 (교과서) 틀 구상이 끝났는데, 관점이 바뀐 집필기준이 고시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진영효 전국도덕교사모임 회장은 “2007년 당시 교사·학자 등 7개 단체가 치열한 토론을 거쳐 평화교육 도입 등이 집필기준에 반영된 것”이라며 “이번 수정안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용어변경 수준의 수정이기 때문에 따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소연 정민영 기자 dandy@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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