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후배에게 띄우는 편지
안녕, 난 이제 졸업을 앞둔 고3 수험생이야.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났다는 느낌에 홀가분하지만 돌아보면 후회스러운 점이 많아. 너희들은 나처럼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자 적을게.
나는 사실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만 공부했어. 수시 모집은 내신 성적이 중요하다기에 정말 모든 중간·기말고사를 수능시험처럼 봤어. 하지만 결국 학생부만 100% 반영하는 1단계 전형을 통과하지도 못했지. 내신 성적 좋은 친구들은 너무나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
나도 특별전형을 노릴 걸 그랬나봐. 지리 과목을 좋아한 내 친구는 그쪽으로 폭넓게 공부하더니 결국 특기자전형으로 수시 모집에 합격했어. ‘지리 올림피아드’에도 나가더니 그게 전부 경력이 된 모양이야. 나보다 내신 평균 성적은 훨씬 안 좋았는데 …. 좀 속상하더라. 국제통상학부에 가고 싶었는데 영어 공부를 좀 폭넓게 할 걸 그랬나 싶어. 요즘엔 무료로 청소년들 해외 봉사활동 내보내주는 기관도 많던데, 거기도 지원할 수 있었겠지. 너희도 만일 특별히 좋아하거나 잘하는 과목이 있으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써 봐.
대학 가려고 일부러 경력을 만드는 건 무의미해. 뚜렷한 목적 없이 한문이나 컴퓨터 자격증 딴 친구들 가운데 실제로 써먹는 친구는 한명도 못 봤어. 봉사활동도 마찬가지야. 난 중구난방으로 300시간 채웠는데 사회봉사 특별전형으로 들어가려면 자기 진로와 연관된 뭔가가 있어야 하더라고. 결국 난 일반전형으로 지원했어.
참 그리고 재학생들은 수시 모집을 생각하니까 ‘논술’ 공부를 제대로 해 두는 게 좋아. 내 친구 보니까 논술 100% 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가더라.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없어. 물론 그 친구는 대학 가려고 논술에 집중한 건 아니고 원래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했어. 입시 경향이 바뀌는 건지, 그렇게 좋아하는 일에 몰입한 친구들이 대학에 잘 가는 걸 보면 내가 입시를 잘 몰랐나 하는 생각도 들어.
고교 시절에 책을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해. 요즘은 책 읽을 시간 없는 고딩들을 대신해 학원 선생님이 필독서를 요약해 주신다고 하더라. 그렇게 읽는 책은 진짜 독서 경험으로 쌓이지 않아. 책 읽을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겠다는 생각을 했던 게 후회스럽다. 책을 많이 읽어서 어휘력과 표현력을 키웠으면 논술 준비할 때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고교 시절을 뒤돌아보면 그저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했던 기억뿐이라는 게 허탈해. 경쟁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꿈이나 목표를 위한 경쟁일 때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 명심하길 바랄게.
도움말: 박아무개(19ㆍ고려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지원, 교대 정시모집 지원), 구아무개(19ㆍ경희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합격), 임아무개(19ㆍ고려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합격)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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